자유선진당-국민중심연합 합당 파장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섰던 부부가 결국 다시 손을 잡았다. 성격 차이를 이유로 헤어졌지만 홀로서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있던 재산마저 까먹고 나서야 좋았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된 탓이다. 허전한 옆구리를 화해의 악수로 채운 이들은 이제 가족계획까지 세우며 화기애애하다. 아직 쌓인 감정을 다 풀어낸 것은 아니지만 일단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돌아 결국 제자리에 선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 합당을 결정했다.

 

다시 잡은 두 손

선진당과 국중련이 지난달 31자유선진당의 이름 아래 함께 서기로 했음을 정치권에 알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기획단 6차 회의를 통해 양당은 이 같은 통합결정을 내렸다.

양당은 권선택 선진당 최고위원과 김용원 국중련 국민통합위원장 명의의 통합기획단 합의사항을 발표, “새로운 정당의 당명은 자유선진당으로 하고, 당 대표는 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국중련 심 대표를 추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당 대표 등의 통합선언은 내달 초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청권 통합과 관련, 당명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양당이 결국 길었던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동안 국중련이 선진당으로 흡수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자유선진당이라는 당명을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지만, 심 대표가 당명을 수용하며 통합의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김용원 위원장은 이날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정당의 명칭과 관련해서 우리들은 자유선진당이라는 당명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깃들여져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당명을 바꾸자고 주장해왔지만, 심 대표가 당명을 그대로 쓰자는데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당의 명칭이 가지는 이미지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꿔갈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문제로는 더 시간을 끌지 말자는 취지로 당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야권 대통합에 맞설 카드는

 

통합이 결정됨에 따라 양당은 새롭게 마련될 당헌·당규를 선진당의 현행 당헌 등에 기초해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를 통해 채택키로 했다.

또한 지도 체제 문제는 우선 단일 지도체제로 진행되는 가운데 합당 후 최초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은 선진당과 국중련의 통합과 관련, 향후 선진당의 역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양당은 충청권 통합이라는 1차적 목표점 외에 보수대통합론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당은 이번 통합을 기초로 해 당세 확장을 위한 추가적인 통합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선택 최고위원은 양당 대표가 통합 선언을 하면 정치적인 의미에서 통합은 이뤄지는 것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중앙선관위에 등록해야 통합이 마무리된다면서 추가적인 통합에 대해서도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되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내년 총·대선에서 이들이 야권통합에 맞서 보수대연합을 성사시킬 수 있는 지 여부다. 이와 관련, 심대평 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한나라당과 연대 어렵다”?

 

선진당과 국중련 간 충청권 통합 정당의 대표로 내정된 그는 지난달 26총선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연대나 연합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내년 4월 총선 이후 (충청권) 통합 정당이 확실한 의석을 확보할 경우 독자적인 후보를 내는 게 당연하지만 더 훌륭한 후보와 연대할 수 있는 길도 있는 것이라며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도 선진당이 추가적인 통합 작업을 통해 세를 키우고, 내년 총선 충청권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 경우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선진당과 국중련이 통합을 발표함과 동시에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와의 정책 공조를 중심으로 한 연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점은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정가 한 인사는 선진당과 국중련은 충청권의 맹주를 자신했으나 각자의 길을 간 뒤 민주당에게 호된 일격을 당했다지난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자리를 뺏겼을 뿐 아니라 충청권 기초단체장 33곳 중 13곳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충청권의 맹주자리를 되찾는 것은 총선에서 당의 세를 얼마나 굳건히 다질 수 있느냐의 여부는 물론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선, “보수 단일화?”

그러나 내년 총선·대선이 아니더라도 통합선진당의 역할은 산재해있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과의 연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야권이 후보단일화로 강력한 단일 후보를 내세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과 같이 여권에서는 보수 후보단일화를 통한 단일 후보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수도권에서 세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선진당은 이번 선거를 기회로 한나라당과 연대를 맺고 세를 넓힐 발판을 마련하려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선진당과 국중련의 통합이 향후 정치구도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진보정당 창당에 합의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야권 대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시민사회 진영을 포함한 야권대통합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야권 유력 인사들로 야권이 요동치고 있다면 보수진영의 통합 논의는 선진당과 국중련의 합당이 불을 지핀 게 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통합을 위해 술렁이는 만큼 이번 통합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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