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서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주민투표 2라운드’ 아니면…” ‘지원설’ 흘리는 친박
서울시장, 대선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 할 중요 자리
朴 등판해 선거서 이기면 친박계의 수도권 공략 유리한 고지
패하면 ‘대세론’상처…“친이계, 보선에서 朴지원 달갑지 않아”

‘포스트 오세훈’을 가리는 서울시장 재보선을 두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지도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나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 자리인데다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대선전초전이 될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지원 가능성은 높게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끝까지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전 대표, 그가 이번 전쟁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재보선에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보선에 나서라”
박근혜 등판 요구 커져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여야는 ‘포스트 오세훈’을 뽑는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준비에 나섰다. 벌써부터 여야에서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출마 선언이 줄을 잇는 등 선거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이번 재보선과 관련,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는 선을 그었던 그지만 차기 서울시장을 뽑는 서울시장 재보선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지난 8월29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박 전 대표가 (지원을) 회피해 선거 실패시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세력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진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김 고문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한나라당과 야당간의 죽기 살기 싸움이었는데 외면한 것은 잘한 행동이 아니”라며 주민투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주민투표와 관련한 ‘박근혜 책임론’에는 “박 전 대표가 책임질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야속하다는 당내 지적은 귀 기울여 들여야 한다”면서 “재보선을 지면 한나라당의 총선, 대선이 어려워진다. 박 전 대표가 불똥을 적극적으로 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황우여 원내대표도 “박 전 대표 본인을 위해서라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반드시 나와야 하고, 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복지 관련 콘텐츠를 정립해서 (본격적 대선 국면 전에) 치고 나갈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거들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기는 선거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이 다 강구돼야 할 것”이라며 “선거대책위원장도 좋고 선대위원장이 아니더라도 박 전 대표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촉구했다.

친박계는 “후보자 결정 과정이 밝혀진 것도 없고 어떤 사람이 선정되는지, 선거의 성격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이런 것을 얘기하기가 너무 이르다”고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지원할 수 있게끔 한나라당이나 여권에서 조건이나 여건 등 환경을 만들어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며 ‘조건부 지원론’ 등을 거론되는 등 박 전 대표의 재보선 등판을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주민투표 2R’ 안돼”
‘복지 당론’ 설정이 관건

친박계가 말하는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에 관건은 ‘복지 당론’이다. 야당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을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연장선상에서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한나라당까지 서울시장 재보선을 ‘복지 전쟁’으로 끌어가면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 가능성은 낮아 질 수밖에 없어진다는 것.

박 전 대표는 최근 복지와 관련해 주안점을 두고 정책 구상을 하고 있는 만큼 복지 전쟁은 그에게 자기모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도 서울시장 재보선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연장선상에서 치러지는 데 대해 “이것을 보고 박 전 대표가 지원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당의 복지 당론을 정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장파인 남경필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그 시작과 과정, 마무리 등에 대한 당내 논쟁이 필요하다”며 “복지확대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최고위원은 “무상급식과 관련된 논쟁을 시작해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당론이 정해지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생각에 따라 주민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분과 그렇지 못한 분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친이계와 친박계의 엇갈린 행보를 짚었다.

그는 10월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이번 보궐선거 구도가 단순히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큰 프레임으로 갈 경우 중도적 유권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했던 주민투표를 이어받아 ‘주민투표 2라운드’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25.7% 투표율 평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이것을 모두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 상정해 ‘보수가 결집하면 이긴다’는 그런 근거없는 주관적인, 선거공학적인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10월 재보선을 반복지포퓰리즘 구도로 끌고 가려했던 홍준표 대표도 “이번 선거는 철저히 보육 교통 주택 환경 등 정책으로 승부를 볼 것이며 ‘무상급식 2라운드’는 절대 안간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의 ‘한마디’
당내 복지 논쟁 정리

당내 복지 논쟁을 정리한 것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3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무상급식은 이미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듯 각 지방자치단체 형편과 상황에 따라 하면 되는 사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아전인수격으로 확대해석을 해선 안 된다”며 “복지를 확충해 가는 방향은 맞지만 뭐든지 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재정 여건에 따라 ‘한국형 맞춤 복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대표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언급하며 “한국형 맞춤 복지의 핵심은 소득 보장과 사회서비스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선제적 맞춤형 복지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돼야 소모되는 복지가 아니라 선순환되는 복지가 될 수 있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제공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10월 서울시장 재보선과 관련, ‘후보를 선정하기 전 복지에 대한 당론 정립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선 우리나라 복지에 대한 당의 방향과 정책이 재정립돼 당론이 정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지 당론’을 재보선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 

이와 관련,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지난 1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분이라고 다들 알고 있고, 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 아니겠냐”며 “복지에 대한 방향이나 정책이 정비되고 당론이 확정이 되면 아마 재보선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정치권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핵심’이 됐던 복지 논쟁으로 재보선을 치르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박 전 대표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복지 전쟁’에서 한나라당은 이미 패배를 기록했고, 박 전 대표가 아무리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힌다고 해도 그동안 거리를 둬왔던 무상급식을 이슈로 재보선 지원을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월 서울시장 선거
‘이 안에 박근혜 없다’?

‘박근혜 등판론’은 ‘복지 당론’ 등으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재보선에 박 전 대표가 나서줄 것을 청하면서도 정작 박 전 대표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이번 재보선을 지원할 당 실무기구인 ‘재보선 기획단’에 친박계가 배제된 것.
지난 1일 조찬 회동을 가진 ‘재보선 기획단’에는 김정권 사무총장과 차명진 전략기획본부장, 최구식 홍보기획본부장,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 김용태 기획위원장,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대변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참여했다. 친박계 인사 없이 친이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만 함께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통 당내 인선에서는 친박계에 대한 계파 안배를 해왔다”며 “재보선 기획단에 친박계 인사가 합류하지 않았다는 것은 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친박계, 특히 박 전 대표를 배제하고 가겠다는 의사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는 총선과 대선 전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다. 특히 친이계가 포진하고 있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며 “박 전 대표가 재보선 지원에 나서면 선거의 결과 대부분이 박 전 대표의 ‘공’이나 ‘과’가 될 수 있다”면서 “선거에서 이기면 총선에서 친박계의 수도권 공략이 이뤄지게 될 테
고, 지면 여권의 대권주자가 상처를 입게 된다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작용,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을 은연 중 차단하려는 게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도 “서울시장으로 선출되기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될 정도로 서울시장이 가지는 정치적 역량은 상당한 편”이라며 “이 때문에라도 지원군으로 나서는 몇몇 인물이 아니라 선거 전반에 흐르는 이슈가 선거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도 무상급식 등 복지가 이슈가 된다면 지난 주민투표에서 보였던 한나라당의 태도와 박 전 대표의 복지에 대한 생각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 선거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인만큼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압승’을 이끈 ‘선거의 여왕’이 되지 못할 바에야 ”재보선 지원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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