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곧 CJ 이재현 회장 일가 재산 부풀리는 꼴”

홍익경제연구소, “개발로 얻어낼 수 있는 이익이 더 커”
시민단체연석회의, “민간용역보고서 내용, 근거 부족해”
인천시장도 찬성 쪽으로 입장 선회, 개발 힘 받을 가능성 커
이재현 일가 100% 대주주 개발회사, “CJ측 회장 측면지원”

환경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던 인천굴업도 관광개발사업이 재개여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굴업도 골프장 건설은 사업자의 굴업도 관광단지 지정신청 포기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최근 굴업도 개발사업에 관한 용역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논쟁에 가열된 것이다.

굴업도의 98%를 소유하고 있는 CJ그룹 계열사 C&I레저산업은 인천 옹진군 굴업도 180만 m²에 14홀 골프장, 콘도미니엄, 호텔 등 위락단지를 조성하는 ‘오션파크 관광단지’를 지난해 6월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사업 재개를 위한 생태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굴업도의 경우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가 100% 투자한 계열사가 사업을 맡다보니 오너일가 배불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CJ그룹은 지난 2000년부터 전체 면적 180만m² 가운데 98%를 사들여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391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 호텔 수영장 등을 갖춘 오션파크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CJ그룹은 굴업도에 추진해온 ‘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 CJ그룹측은 지난해 6월 25일 “계열사 C&I레저산업이 굴업도에 추진중인 14홀 골프장, 콘도미니엄, 호텔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사업 철회 배경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그동안 굴업도 개발에 대해 반대하면서 이에 따른 영향이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개발 자체를 취하했지만, 다시 인천시와 협의해 신청할 수도 있다”며 “굴업도 개발사업은 골프장이 없는 한 사업성이 없어 단, 조건은 골프장을 허가해주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위기 바뀐 굴업도 개발

그 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 이후 사실상 중단된 굴업도 개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민관협의체가 구성되는 것. 인천시의 입장이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관광단지 개발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1월 7일 송 시장은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굴업도 개발을 논의하기 위한 민간협의체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송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반대한 적이 있지만 굴업도(골프장) 개발은 반대하지 않았다”며 “굴업도 개발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관광단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CJ그룹 대표나 C&I레저산업 관계자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지난 7월 7일 인천시의회 정수영의원의 굴업도 개발논란에 대한 인천시의 입장을 묻는 시정질의에 대해 “굴업도는 부드러운 해안선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지역주민들이 관광단지 조성을 촉구하는 실정이지만 환경차원에서는 보존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만, 주민의 고용창출 방안 및 해상교통 접근방안과 친환경 관광단지조성을 위해 골프장, 숙박시설 등 사업규모를 조정하고 훼손면적을 최대한 줄여 원형 녹지를 그대로 보존하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송 시장의 이번 답변은 그간 천명해 온 6.2 지방선거시 야 3당과 시민단체간의 합의한 88개 정책공약 중 하나인 “굴업도개발 중단 및 덕적군도의 해상자연공원 지정” 공약과 시장 후보자 당시 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질의에 대해 답변한 “굴업도 골프장 반대, 덕적군도 해상자연공원 찬성”이란 내용의 굴업도에 대한 입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가 개발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해 도서의 관광객 급감과 어획량 감소 등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홍익연구소, 골프장 18홀 기준 개발 타당
 
이런 가운데 최근 굴업도 개발사업에 관한 용역 중간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용역은 C&I레저산업이 홍익연구소에 의뢰해 이뤄졌다. 따라서 홍익경제연구소는 용역결과를 C&I레저산업에 보고하기만 하면 그 역할은 끝난다. 그러나 홍익경제연구소는 최종보고서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신들이 공개했다.

C&I레저산업은 지난 5월 (주)홍익경제연구소에 의뢰한 ‘오션파크 관광단지 개발방향에 관한 연구 중간보고서’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홍익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 사업은 인천과 지역사회를 위해 유익한 사업이며, 일정부분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개발의 필요가 사회적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지었다.

환경파괴 등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개발로 얻어낼 수 있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장은 18홀을 기준으로 개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18홀 이상의 골프장이 아닐 경우 일부러 찾아가서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며 “결국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조성한 곳이 14홀일 경우 개발만 하고 고객이 찾지 않게 되어 운영상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굴업도 생태분야를 조사한 결과 282종류의 식물이 확인됐고, 이중 메귀리 등 귀화식물이 16종, 휘귀식물은 6종류가 발견됐다. 하지만 가시연 등 법정보호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양서, 파충류 같은 경우에도 보존이 꼭 필요한 생물들도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홍익경제연구소는 100만 m²로 제한해 절과 성토를 최소화한다면 현재의 지형에서 18홀 골프코스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오염 등 주변 환경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겨울에 시공을 하는 것이 환경적 피해를 0수준으로 극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부분의 골프장이 현재 무농약, 무비료 관리가 가능 한 만큼 농약누출로 해양생태가 파괴되는 일은 미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굴업도를 개발한다면 2014아시안게임 관광인프라를 굴업도로 끌어들여 관광개발이 될 수 있고, 인근 섬들과 연계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CJ 뒤로 숨고 홍익연구소가 대행?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번 보고서 내용이 신뢰성도 떨어지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현재의 굴업도 논란의 중심에 CJ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홍익경제연구소가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CJ가 홍익연구소에 발주하여 추진된 연구용역이다. 따라서 홍익연구소가 연구결과를 CJ에 보고하는 것으로 제 역할은 다한 것”이라며 “하지만 홍익연구소는 최종보고서에 대해 인천지역사회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이렇다보니 사업의 주체이자 논란의 핵심당사자인 CJ는 뒤로 숨어버리고 홍익연구소가 굴업도 개발사업을 대행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으로서 CJ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또한 홍익연구소도 스스로 사적인 연구 용역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과도하게 부풀려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해결사인양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홍익경제연구소가 함께 발표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골프장 건설에 대해 찬성 23.2%, 반대 66.9%로 10명중 약 7명이 굴업도 개발시 골프장 건설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가 어떻게 반영이 되었기에 최종결론으로 18홀 골프장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동안 섬의 생태적 가치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골프장 개발에 분명히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 왔다. 50여만평 밖에 되지 않는 섬에 그 중 반 이상을 골프장으로 개발하여 섬을 변형시키겠다는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섬 관광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이제 CJ는 굴업도 본연의 가치를 무시하고 골프장을 포함한 부문별한 개발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덕적군도와 함께 보전의 관점에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자신들은 겉으로 나서지 않은채 주민들 선동하고 외부용역발주하면서 지역사회를 분열로 몰아가는 태도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일단은 이번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행정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에 기업이 사적으로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가 개발에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현재로선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CJ로서는 굴업도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개발 이후의 이익은 물론, 그동안 이 사업을 위해 C&I레저산업을 설립하고, 굴업도 땅을 매입하는 등 들어간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CJ건설대신 왜 오너일가 회사 나섰나?

특히 일각에서는 CJ가 굴업도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C&I레저산업이 오너일가의 대주주인 계열사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본 C&I레저산업의 주주는 단 3명.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해 이재현 회장(42%)과 딸 이경후(20%), 미성년 아들 이선호(38%), 장녀 경후씨(20%)를 주주로 한 100% 그룹오너 회사다.

이재현 회장과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가 굴업도의 98.5%를 사들인 상태인 것이다. 이재현 회장이 사실상 굴업도 개발 예정 부지를 우회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CJ그룹 계열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물밑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 CJ그룹이 CJ건설을 제쳐두고 C&I레저산업을 앞세워 굴업도 개발에 나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굴업도가 해양관광단지로 성공을 이루게 되면 이 회장 일가는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회장 일가의 ‘잇속 차리기’ 속셈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391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면 결국 회장 가족 재산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굴업도 개발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개발성공하면 회장 일가 막대한 이익 거둬

업계에서도 “그룹 내부에서 오너 회사라는 점에서 다소 무리한 사업 추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개발비용 각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CJ가 이재현 회장의 계열사 밀어주기는 그룹 내부거래에서도 잘 드러나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상장법인 C&I레저산업은 2010 회계연도 계열사 매출 13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48억원보다 181.82% 늘었다. 내부거래로 1년 만에 180% 이상 증가한 135억원대로 늘린 것이다.

이처럼 오너일가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CJ는 굴업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갖은 노력을 다해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굴업도 개발은 이번 용역보고서 발표와 함께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천시 또한 송 시장의 발언대로 별다른 반대의 입장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어떻게 커버할지가 이 회장 오너가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차원의 변수도 있다. 문화재청이 굴업도의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경우 개발방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 환경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환경부가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입장을 보일 경우 사업추진 자체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굴업도를 둘러싼 또다른 논란에 대해 CJ그룹은 단지 “민간연구소 차원의 검토를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개발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이를 되짚어본다는 뜻이지 당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 일가의 재산증식 의혹에 대해서는 그룹에서 왈가불가할 내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너일가에 수익을 몰아준다는 의견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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