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삼성전자 전격 세무조사 돌입 배경은

관할지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 1국 조사요원 투입 교차세무조사
이 회장 ‘낙제점 발언’ 이후 ‘괘씸죄’ 연장선상이라는 의견 많아

국세청이 삼성전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26일부터 석달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삼성물산,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가 이미 조사를 받았고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이고 핵심인 삼성전자까지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지난 3월 ‘낙제점 발언’과 깊은 관련이 의견이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6일 서울서초동 본사에 직원 30여명을 투입해 정기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석 달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석달간 고강도 세무조사

삼성은 통산 4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 조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사업자 등록지인 경기도 수원 관할 중부국세청이 아닌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 조사요원들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삼성전자의 세적지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의 교차 세무조사로 이뤄진 것이다.

교차 세무조사는 기업이 있는 관할 지방청이 아닌 다른 지방청에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지역연고를 둔 기업 등에 대해 유착소지를 미리 차단하여 공정하고 엄정한 세무조사를 하기 위해 실시하기 위한 일환이다.

과거 부산이 연고였던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서울국세청이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 이현동 국세청장이 전국 조사국장 회의에서 대기업에 대한 세무 검증을 대폭 강화할 것을 지시한 이후 첫 번째 대기업 세무조사여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 지시 후 첫 대상

국세청은 애초 지난 2월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대해 철저하게 세무조사를 한 뒤 과세할 것이 있다면 분명히 과세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현동 청장 역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계열사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가 이건희 회장의 ‘정부 경제정책 성적 낙제점’ 발언과도 관련이 깊다는 의견이 많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때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적을 묻는 질문에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 회장의 발언에 불쾌한 입장을 들어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잘 아는 분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스럽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 회장 발언 다음날 회의석상에서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는 “MB 정부가 그동안 기업들을 위해 엄청난 애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세계 금융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벗어났다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이 회장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배신감까지 느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여론의 질타를 무릅쓰고 2009년 12월 이 회장 단독 특별사면을 단행할 정도로 이 회장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이 회장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MB정부의 삼성 옥죄기 일환?

청와대의 이같이 격앙된 반응은 재계의 수장격인 이 회장 발언이 자칫 세간에서 ‘MB 레임덕’ 가속화의 한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이때문에 당시 청와대는 물론 여권에서도 ‘삼성 때리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았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조만간 기관들의 대대적인 사정바람이 삼성에 몰아칠 것’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며 이 회장의 행보와 연관 짓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대한 본격적인 옥죄기가 시작됐다. 이에 당시 이 회장의 낙제점 발언을 강하게 비판한 윤증현 장관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도 그에 대한 일환으로 강력하게 이뤄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 현지 기업과의 수많은 거래를 통해 기업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물품 가격이나 수량을 조작하는 등의 부당한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는지와 거래처와 담합해 물품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공을 세운 점을 들어 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해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해 왔다.

국세청도 지난 2월 삼성전자를 세무조사 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삼성전자의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5개월여 동안 세무조사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세무조사 연장 배경을 두고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월 세무조사 일정을 통보했었고, 분명한 사유가 있어 세무조사 연기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며 “관련된 자료나 내용은 담당 조사관이 소관이라 알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평창 유치가 수포로 돌아가면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가 더 세 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유치가 확정됐고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은 지난 7월 6일 발표됐다.

평창유치 안도했던 삼성 화들짝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6월 중순에 삼성전자에 세무조사를 통보했고 이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삼성측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조사는 4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라고 삼성측은 밝히고 있다. 매출액 5000억원 이상의 기업은 4년마다 의무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에도 세무조사를 받아 1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으며,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삼성중공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최근 완료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MB정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대한 세무조사가 정기세무조사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교차세무조사도 그렇고 이현동 청장의 지시가 있는걸 보면 삼성 입장에서는 무척 난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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