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긍정 금물…시민단체 “올림픽만으론 문제 해결 안돼”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사진-강원도도시개발공사 제공)

하루이자만 1억5500만원…터무니없는 가격 분양 지지부진
‘알펜시아 리조트’, 동계올림픽 유치로 되살아날 기회 생겨
정부차원 지원특별법 만들어 재정적 지원, 알펜시아도 기대
지나친 긍정 금물…시민단체 “올림픽만으론 문제 해결 안돼”

강원도가 ‘흑자올림픽’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알펜시아 리조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혈세 먹는 하마’로 불렸던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모처럼 희망을 얻었다. 고속철도망 구축으로 교통조건도 나아지고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면 해외투자 유치도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알펜시아 리조트가 정상화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과연 알펜시아 리조트는 부채에도 불구하고 파산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지 취재해 봤다.

알펜시아리조트의 알펜시아(Alpensia)는 알프스(Alps)를 뜻하는 독일어 알펜(Alpen)과 아시아(Aisa) 및 판타지아(Fantasia)를 조합시킨 것으로 '환상적인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캐나다 밴쿠버에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내주자 기반시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의 알펜시아 부지에 동계올림픽의 핵심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동계올림픽에 필요한 시설만 건설하게 되면 사업비 충당은 물론 향후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세계 최고의 동계올림픽 시설을 갖춘 사계절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알펜시아, 경제위기로 부채 커져

이에 148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스키점핑타워,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메인스타디움 등 동계올림픽 기반시설은 물론 골프빌리지, 특1급호텔, 콘도미니엄 등의 숙박시설과 골프장, 스키장, 워터파크, 컨벤션센터까지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를 건설했다. 2004년 착공 후 2009년 개장까지 1조 6836억원을 돈을 쏟아부었다. 큰 돈이 없는 강원도개발공사는 각종 공사채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러시아 소치에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내준데다 갑자기 불어닥친 세계 경제위기로 부채 규모는 더욱 늘고 말았다. 때문에 1조원 가까이가 부채로 남았다. 여기에 대한 이자만 연간 400억원이다. 하루에 이자만 1억5500만원을 내야 했다. 지난 5년간 이자로 나간 돈만 1057억원이었다.

큰 수익을 안겨다줄 것으로 예상했던 리조트 분양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컸다. 분양에 대한 주먹구구식 계획이 문제였다. 60평짜리 리조트를 20억원에 분양하려 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분양은 지지부진했다. 분양수익은 2851억원에 불과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강원도개발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태가 이쯤되자 강원도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현금 100억원을 지원해주었고 추경예산 100억원을 편성해 제출한 상태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개발공사 사옥을 112억원에 매입하는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알펜시아 리조트의 부채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강원도개발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돈을 끌어 들였고, 미분양이 지속되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시행사 측은 고급빌라의 설계를 변경해 부채규모가 더욱 커졌다.

알펜시아 방만한 운영이 문제

이 때문에 강원도개발공사가 알펜시아 리조트를 너무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인해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은 2005년 37%에서 매년 2배 가까이 급등, 2010년에는 340.6%까지 치솟았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도개발공사는 2007년 11억원, 2008년 8억원, 2009년 7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사장 및 임원은 기본급의 200~320%, 직원은 140~220%의 성과급을 받았다.

또 일부 강원도개발공사 임직원과 강원도 공무원들이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공짜 골프를 즐기는 등 비도덕적인 행태도 보여주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만한 경영과 비도덕적인 행태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며 “반성없이 강원도개발공사가 그대로 알펜시아 리조트의 운영을 계속 맡게 된다면 방만한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줄기 희망도 생겼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숨통이 트인 것이다. 정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재정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분명 이런 계획들은 강원도개발공사를 악성부채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불러일으켰다.

강원도개발공사도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여야가 합의한 ‘동계올림픽 지원 특별법’을 근거로 지정되는 알펜시아 일대 올림픽 특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구 내 콘도나 빌라에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부여하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 도입으로 중국 등 해외 투자 유치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통망 개선도 호재다. 2017년까지 원주-강릉간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수도권에서 알펜시아 리조트까지 60분대에 닿을 수 있어 투자가치가 급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리조트 내에 역사가 들어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이동이 가능한 장점도 생긴다.

“올림픽 유치로 리조트 분양 문의 늘어”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각종 호재가 부각되면서 리조트 분양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장 방문객도 늘었고 특히 스키점프대 방문객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긍정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아직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고급빌라의 수요가 만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경각심 차원에서 콘도 및 골프 법인 회원권을 파는 추세이기 때문에 법인을 공략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조만간 리조트 내 물놀이 시설, 골프장 등에 대한 매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받는 시점에서 손절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7월 11일 자금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를 물놀이 시설, 홀리데이인호텔 등 사업성 있는 시설물부터 우선 매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매각 절차와 함께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설계변경 과정, 실질적 사업 비용 등에 대한 검증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올림픽 유치 직후 “(알펜시아 매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도지사 취임 직후부터 언급했던 매각 방침에 대한 계획을 발 빠르게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지사, 매각방침 추진

매각 대상 시설물은 지금까지 운영이 비교적 잘되는 물놀이 시설과 홀리데이인호텔, 콘도미니엄, 퍼블릭 골프장 등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추가 분양을 위해 투자자들에게도 신뢰를 심어 주겠다는 취지다. 컨벤션센터와 회원제 골프장, 골프빌리지(에스테이터) 등 공익적 성격이 크거나 분양이 여의치 않은 시설은 강원도개발공사가 계속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올림픽 지원 특별법 제정, 올림픽 특구 지정 등이 가시화되면서 알펜시아리조트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어 매각과 운영 등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알펜시아 사업으로 인해 겪고 있는 자금 유동성 문제는 일부 시설물 매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최문순 지사는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방침을 밝히며 “설계변경 과정 등 과거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과제 속에 묻혀있던 알펜시아리조트 추진 과정이 공개될 전망이다.

최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을 위해서는 분양률 공개도 중요하지만, 알펜시아사업 채무의 가장 큰 원인인 설계변경은 왜,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등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효과 수치에 호도돼선 안돼”

강원도 도의원들도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성근 도의원은 “알펜시아리조트는 설계 변경만 4차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도 예산 1000억원이 증액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흑자 올림픽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관형 도의원도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전문가가 쏟아내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경제효과 수치에 호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하루 1억5500만원에 달하는 과도한 금융이자가 도에 부담이 돼왔다”며 “보유한 4,000억원가량의 강원랜드 주식 매각 등 자구책이 이 거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알펜시아리조트가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동계올림픽이 유치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도지사가 밝힌 매각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유성철 운영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알펜시아 매각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바다”며 “다만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한해 운영비적자만 260억이 넘는다. 정부에서도 8000억원이 넘는 부채을 다 갚아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악순환을 중단시켜야 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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