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新풍속도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스리랑카에 입국하려면 입국카드와 세관신고서를 써야한다. 그런데 스리랑카 세관신고서에는 좀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문구가 있다. '음란물 반출입 금지'가 그것이다. 스리랑카의 보수성을 단박에 알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의 69.3%가 불교 신자인데다 15.5%가 힌두교도인 스리랑카는 종교의 영향 때문인지 보수적인 성향이 곳곳에 배어있다. 길을 걷는 젊은 연인들만 봐도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감고 다니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다. 다소곳하게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피끓는 젊은 청춘들이 함께 있고 싶은 욕구가 없을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스리랑카에는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다. 일명 '우산족'으로 불리는 연인들의 출현이 그것이다. 스리랑카 여성들에게 우산은 필수품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양산용으로 즐겨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쓰임새가 있다. 바로 데이트용이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시내 해안가에 가면 맑은 하늘의 훤한 대낮에 우산을 쓴 남녀들을 무더기로 만날 수 있다. 한눈에도 우산이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입맞춤을 위한 가리개로 사용되고 있는 것. 스리랑카 현지 여행사에서 근무중인 정은희씨는“도심의 해안가에서는 우산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검은색 우산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알록달록한 우산까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스리랑카에서는 아직까지 성이 개방적이지 않아 젊은 연인들이 갈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우산족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해변도 진풍경이지만, '우산족' 역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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