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인 올 초부터 ‘함바 비리’ 터지며 불안한 출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증후군에 떨고 있다. 정권 말로 들어서는 집권 4년차에는 각종 게이트가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게이트의 주역들은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최측근 인사였다. 현 정권에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집권 4년차인 올해 초 함바 비리에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되는가 싶더니 올해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저축은행 비리에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이의 이름이 들리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현 정권의 지지기반을 흔들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의 지지층 이탈 현상을 시작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관계자 명단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이름이 올라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임덕 부르는 측근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앞장서 방어했던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네거티브 대책단 BBK팀 팀장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무행정분과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맡았던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이 전 위원은 현 정권 출범 후 지난 2009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있으면서 부산저축은행의 청탁을 받고 검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여된 현 정권 관련 인사는 그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인사만 해도 정진석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사태를 현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저축은행진상조사 특위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가려내겠다는 각오를 내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전 정권의 성공한 로비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책임론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특권과 반칙의 대표적 사례”라며 “서민들만 피눈물 흘리게 하는 대표적인 권력비리 사태”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 사태는 뭐니 뭐니 해도 정부가 제때 부실을 정리하지 못하고 키워서 선의의 서민들 피해자를 만든 사태”라며 “그 본질은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철학에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강공모드로 전환


김진표 원내대표도 “저축은행 게이트가 집권 4년차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측근비리’, 그것도 ‘측근비리 종합세트’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했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저축은행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의 총 집합 백화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권도 사태 수습을 강공모드로 선회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 저축은행 비리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는 것으로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감싸고 돌았던 민주당의 박지원, 박선숙 의원의 과거 행적과 발언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박 의원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끈질기게 감사원, 금감원 등 감독기관이 저축은행을 감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 누구보다 ‘떨고’ 있는 것은 청와대다. 이번 사태가 4·27 재보선으로 촉발된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탓이다. 역대 정권들이 집권 4년차에 일어난 친인척이나 측근이 관여된 게이트로 급격한 권력 누수를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집권 4년차 증후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는 것.


레임덕 가속화


이미 올해 초 함바 비리 사건으로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등 이 대통령과 서울시장 시절이나 인수위 시절 함께 했던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돼 옷을 벗었던 일이 있기에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지난 26일 은 전 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을 찾아 “성역 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국민들이 어떤 의심을 갖지 않도록 밝혀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역대 정권의 게이트보다 훨씬 더 큰 폭발력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까지 정권과 관련된 게이트들이 정치권에서 ‘그들만의 전쟁’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저축은행 사태는 서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에까지 미친 사건의 파장이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이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가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하락세”라며 올 초 45%대에서 시작된 지지율이 여러 차례 하락을 거듭한 끝에 최근 20% 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짚었다.

그는 “연이은 악재로 올해 들어 이 대통령이 웃는 날이 적었다”면서 “4월 재보선 후 여권의 정세변화와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파장이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불행


문제는 이번 사태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민들도 이번 사태를 일부 여권 인사들의 단순비리가 아닌 권력형게이트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는 6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은 전 위원의 비리 사건을 청와대 인사와 관련 있는 권력형 게이트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청와대 로비설이 야당의 고의적인 음해라는 청와대 주장 중 어느 쪽에 동의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국민 46.0%가 민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26.9%에 그쳤다.

이들은 또 ‘이 대통령 임기 후반에 또 다른 권력형 비리가 터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65.7%가 ‘터질 것’이라고 답해 현 정권의 불안한 날들이 이제 시작됐을 뿐임을 지적했다. 
취재/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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