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719억원 과대 계상

대한항공이 분식회계를 시인하고 자진 수정했다. 이는 정부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유예방침에 따라 분식회계에 대한 기업들의 자진수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식회계를 시인하고 수정한 최초 사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선 부품관리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했으며 이를 통해 719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류를 수정, 금감원에 신고를 마쳤다. 회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부품관리상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그간 71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로 재고자산을 부풀려온 만큼 기업회계에서 미착품 계정의 악용이 많은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하는데 이용해온 미착품 계정은 과거 롯데그룹이 비자금 마련을 위해 악용했던 회계항목이라는 점에서 금감원도 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공시에서 지난 회계연도 대차대조표에 반영한 미착품잔액 888억원 가운데 477억2000만원이 과대 계상됐으며 나머지에서도 242억원이 과대 계상됐다고 시인했다. 결국 미착품 계정에서 모두 719억원이 과대 계상됐다는 것으로 이중 477억원은 작년말 사업보고서에 전기오류수정손실로 회계처리, 나머지의 경우 올 1/4분기 손실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품관리와 회계전산체계간 문제가 있어 부품에 대한 미착품 계정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번에 손실로 처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항공기부품 구입과정에서 부서별 전산시스템이 달라 지난 78년부터 오류가 누적돼 이를 모두 합산, 자신 신고했으며 오류원인과 시스템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부품관리와 전산회계시스템에 대한 오류 원인과 구체적인 시스템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부품관리·구매·회계시스템이 모두 다른 전산체계로 운영돼 회계장부에 오류가 발생했으며 항공기부품 구매과정에서 사실확인에 대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장부상 큰 오류가 있어 이번에 수정했으며 재고자산으로 처리해온 미착품 계정은 대부분 부품을 구매한 것으로 돼있지만 정작 실제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시스템간 차이로 인해 구매여부 확인에 어려운 사항이 많아 오류규모가 커졌고 차후에 문제가 제기되면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일괄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입으로 부채가 급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외 금융자회사를 동원, 항공기를 도입한 다음 본사가 빌려쓰는 방식으로 처리해오다 작년 회계방식을 수정했다. 한편 미착품 계정은 재고자산 항목 가운데 하나로 해외에서 물품을 주문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지출은 이미 이뤄졌지만 실제로 회사의 창고에 없는 자산을 의미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다음 회계연도에 제품이 도착하면 물론 상쇄되겠지만 대한항공 사례처럼 매년 누적되면 미착품이 어떤 부품인지 확인이 불가능해 결국 원인불명의 손실로 처리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미착품 계정은 회계감사에서 각종 증빙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증빙서류가 위조될 경우 실재자산인지 검증절차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행 기업회계 관행상 맹점을 악용해 회사가 자금을 빼돌린 다음 미착품 계정에 계상해 로비 등에 필요한 비자금을 조성하는 사례도 많은 만큼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21일 열린 감리위원회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보고를 받고 오는 5월11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조치를 부과할 예정으로 금감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분식회계의 자진수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년간 유예기간이 추가로 부여돼 그간 분식회계가 모두 수정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한항공 사례처럼 지난해에 477억원을 처리하고도 나머지 242억원을 수정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여타 기업도 회계분식과 관련한 유사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