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4·27재보선 야권 단일화 성사시키며 바람몰이

이번 재보선 ‘미니 총선’, ‘단일화 성패’여부 가늠할 척도
야권연대,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이뤄질 지 관심 집중 
차기대선, ‘박근혜 對 야 단일후보’구도라면 치열한 접전 예고


야4당이 주요지역에서 야권연대를 성사시킴에 따라 ‘단일화 바람’에 여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은 단일화 바람이 ‘정권 심판’이라는 태풍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단일화 바람이 ‘찻잔 속 미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후폭풍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박근혜·손학규·유시민 등 차기 대권주자들도 향후 행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경기 성남 분당을에는 강재섭(한나라당)·손학규(민주당) 후보가, 김해을에는 김태호(한나라당)·이봉수(국민참여당) 후보가, 강원도에는 엄기영(한나라당)·최문순(민주당)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이 무(無)공천한 순천은 김선동(민노당) 후보와 무소속 의원들이 대거 후보로 등록했다.

야권, 단일화 바람몰이

이처럼 ‘여 후보 對 야 단일후보’ 구도가 짜이고, 일대일 대결로 흘러가면서 이번 재보선에서는 승부를 예단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재보선 전에 단일화라는 토대 위에 ‘정권 심판론’이라는 화두를 강조해 지지층의 결집을 가속화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7·28 은평을 재선거에서 투표일 사흘 전에 단일화를 이뤄 지지층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기에 단일화라는 불씨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인물론’을 내세워 강원도와 분당을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엄기영 후보가 최문순 후보와의 지지 격차가 크고,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지원도 내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 대표가 맞대결하는 분당을의 경우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데다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이 젊은층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화두가 되지 못한다고 한나라당은 판단하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자제하고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김태호 후보도 김해을 표심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4월 13일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경기도 당협위원장 회의와 부산·울산 당협위원장 회의 내용을 전하며 “강재섭 후보가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양상이고, 김해을은 오차범위 내에서까지 격차가 줄어들었으며 격차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고 자당 승리에 무게를 실었다.

재보선 야권연대 효과는

야권연대라는 지원을 업은 민주당은 ‘이광재 후광’과 ‘강원도 홀대론’에 무게를 둔 강원도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고 점친다. 강원도 지방의회 무소속 의원과 정치인들의 입당도 힘을 실어주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나홀로 전략으로 잠재적 지지층인 젊은 층에게 호소하고 있는 분당을도 민주당으로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단일화 바람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다. 민주당이 무공천한 순천의 경우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무소속 후보로 대거 등록해 야권연대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연대 이후 각 당이 야권 단일후보에 힘을 실어줄지도 미지수고 공동선대위를 꾸리는 부분도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린다. 단적인 예로 김해을의 경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과 참여당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상태다.

공동선대위 구성과 관련,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13일 “재보선 기획단 회의에서 중앙 차원의 공동선대위는 필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반면 민노당과 참여당은 중앙 차원의 공동선대위를 꾸리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재보선 결과, 차기 대선 등 영향

4·27 재보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상징성이 크다. 규모는 작지만 ‘미니 총선’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내년 총선의 당락을 가를 민심을 점쳐볼 수 있는데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전초전 성격까지 띠고 있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물론 한국 정치판 전체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재보선 결과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된다. 분당을에 출마한 야권단일후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해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손학규 대표의 경우 분당을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 최근의 지지율 정체현상을 타개하고 박근혜 대항마로 우뚝 설 수 있다. 유 대표도 김해을 승리시 야권 차기주자로서 선두자리를 굳힐 수 있다.

만약 패할 경우에는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손 대표에게는 이전부터 따라다닌 ‘손학규 한계론’이 불거질 것이고, 유 대표는 민주당의 통 큰 양보로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를 내고도 패했다며 책임론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분당을과 김해을 중 한 곳만 건질 경우 야권의 무게추는 승자 쪽으로 급속도로 기울 전망이다.

차기 구도에서 독주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입장이 자유롭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강원지사 선거전을 간접 지원할 뿐 전면에는 나서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강원지사 선거에서 패할 경우 ‘선거의 여왕’ 이미지가 일정 부분 퇴색될 전망이다. 반대로 강원지사 선거에서 이기고 분당을과 김해을에서 패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날개를 달게 된다.

한편 상당수 정치 전문가들은 올해 재보선 이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대선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확보한다면 ‘한나라당 대세론’이 작동하며 대선까지 승세를 굳힐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야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여소야대를 만들 경우 대선에선 보다 강한 야권연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 흠집내기

야권연대의 전개 양상이 내년 총선-대선을 꿰뚫는 야권의 화두라면,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세론’이 어떻게 작동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차적으로, 야권이 성공적인 연대로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박근혜 대세론에 흠집이 날 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어떤 태도로 총선에 임할 것이냐도 변수다. 만약 친이계와의 극한 갈등 끝에 박 전 대표가 총선을 방치할 경우, 또는 여권에 대한 민심 이탈 속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감수하면서도 총선에 총대를 멜 경우에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4월 11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총선부터 야권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제주포럼C 주최로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특강에서 “지금 민주개혁 진영에서 혼자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나 당이 없고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어 한나라당보다 적어도 10석 이상 많아야 대선에 희망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경쟁 때문에 친이와 친박의 내분이 심해지고 자유선진당 의석이 줄어드는 가운데 무소속이 많이 당선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는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아 지도자로서 호소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부터 연립정부 구성을 합의하고 야4당과 시민사회까지 합쳐서 하나의 연대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지방선거 경험을 살려 지금부터 노력해야 하며 1년 내내 연대틀 속에서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공약은 ‘보편적 복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뒤 이에 대한 정책 합의와 단일 후보 선출, 거국 내각 구성, 공동 선거캠페인 등 네 가지 차원의 공조를 진보진영의 과제로 꼽았다.
그는 또 “자기를 버리는 사람, 감동적이고 진정성 있는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공개적 선정 과정을 거쳐 단일 후보를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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