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가장 중복 사업 많아…“방만한 계열사들 정리” 박차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사업분야가 서로 중복되는 많은 가운데 통합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중복 사업은 이미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 그동안 신격호 회장이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용인하는 분위기 따라 계열사들은 서로 비슷한 업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빠른 속도로 통합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롯데의 주류 계열사인 롯데주류와 롯데칠성이 최근 서울 잠실로 자리를 옮김으로서 계열사간 합병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사실은 롯데그룹 인사에 이들 계열사에 대표로 이재혁 그룹 정책본부운영실장이 승진 발령나면서 합병 움직임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 계열사 중복 사업 정리 들어가

최근 계열사 내부에서도 중복사업에 대해 정리하는 작업이 포착됐다. 롯데칠성은 최근 롯데주류와의 합병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롯데칠성은 롯데주류 지분 100%, 롯데아사히주류 85%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에 걸림돌도 없는 상태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부터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는 서울 잠실 롯데캐슬로 이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아사히주류도 합류해 비슷한 사업을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통합 움직임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이전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서로의 사업에 있어 교집합이 많았다. 롯데는 지난해 말 44개였던 계열사들이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5년만에 70여개가 됐다. 이 때문에 중복 사업이 많아져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롯데칠성음료가 중복 사업이 많기로 정평이 나있다. 일례로 롯데리아가 엔제니너스를 운영하는데도 불구하고 롯데칠성음료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인 ‘카페 칸타타’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롯데삼강에서 파스퇴르를 인수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준비하고 있는 유산균 음료 사업에도 이미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롯데칠성은 통합논란이 일고 있는 롯데 주류 계열사의 사업영역과도 상당부분 충돌한다. 롯데칠성은 최근 충북소주를 인수해 소주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롯데 계열사중 롯데주류BG, 아사히주류 등은 모두 주류를 취급하고 있다. 롯데주류BG는 소주 '처음처럼'을 비롯해 청하, 설중매 등 다양한 주류를 내놓고 있다. 아사히 주류 역시 마찬가지로 수입 주류들을 선보이고 있어 세 계열사 간 그 영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롯데주류와 롯데아사히주류가 동시에 와인을 취급하는 등 이들의 업무 영역도 겹치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삼강도 오랫동안 아이스크림 사업으로 겹치기 사업을 진행해 왔다. 롯데삼강은 지난 1972년부터 빙과류로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역시 월드콘, 설레임, 조스바 등을 내놓으면서 두 계열사 간 아이스크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식품업계 외에도 롯데미도파와 롯데쇼핑 역시 계열사별 백화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미도파는 2002년 롯데쇼핑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롯데쇼핑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에도 계속 롯데미도파는 남아있는 상황. 롯데쇼핑에서는 롯데백화점을 관리하며 서로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 꼴이다.

계열사도 무시한 롯데의 경영에 대해 일각에서는 계열사 확장을 통한 덩치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하나로 묶어도 될 것을 롯데가 무분별하게 부풀리고 있다”며 “이는 2~3세에 부를 물려주기 위한 방편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계열사의 전문성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가 전문성 없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삼강은 지난해 10월 파스퇴르 인수를 통해 발효음료 사업을 시작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아직까지 발효유 부문의 경험이 전무해서다. 또 롯데삼강과 롯데제과 역시 빙과류가 겹치는 만큼 이 분야를 합치면 전문성 면에서도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이런 문어발 경영은 신격호 회장의 과거 ‘자유경영 마인드’가 들어있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신 회장은 형제나 계열사를 막론한 경쟁을 펼쳐왔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라면을 내놓으며 동생 신춘호(80) 농심그룹회장과 대결을 벌였으며, 파스퇴르 인수로 푸르밀의 동생 신준호(71) 회장과도 사업부분이 겹쳤다. 이런 자유경영이 롯데의 계열사 합병을 가로막는다는 것.

신격호 회장, 구조조정 필요성 느껴

하지만 자유경영은 신격호 회장의 입장이 바뀌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격호 회장이 계열사간 구조조정 필요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70여개 계열사에 대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슬림화 작업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9월 임원 정기회의에서 최근 다수의 인수합병로 사업군이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계열사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간부들에게 전달된 신 회장의 메시지에 따라 그룹은 70개 전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업종별 대표 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룹의 주력업종은 크게 식품사업, 유통사업, 관광사업, 정보통신사업 등으로 나뉘고 있어, 이들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간 합병 등 재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햄, 롯데리아 등 식품산업분야는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어 시너지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그룹 안팎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게 가시화된 통합움직임은 크리스피 크림과 T.G.I를 롯데리아로 편입시키는 방안이다.

그룹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계열사가 얼마나 줄어들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기업 슬림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상장사가 10여개에 달해 계열사간 통합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글로벌 경쟁력이 가능한 기업을 추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상 최대 규모로 단행된 롯데 임원인사에서 같은 업종의 계열사 대표를 단일화하는 등 계열사 통합작업이 서서히 본격화되는 분위기”라며 “방만한 계열사들을 정리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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