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육성 프로젝트, 비상 걸렸다

박근혜에 맞설 후보로 김문수·오세훈·정운찬 등 부상
정운찬, ‘초과이익공유제’ 논쟁 및 신정아 자서전 파문 발목 
김문수, ‘후원금 쪼개기’의혹에 휩싸이며 최근 주춤
오세훈 대권거리 두기, 여권에선 ‘차기보단 차차기’시각

한나라당 친이계가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을만한 인물로 꼽히는 이들이 하나같이 ‘결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후원금 쪼개기 의혹에 휩싸였고 정운찬 전 총리는 신정아 자서전 파문으로 속을 썩이고 있다.  

친이계의 한숨을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 ‘박근혜 대세론’을 막아설만한 인물이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이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주변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게 문제다.

김 지사는 ‘후원금 쪼개기’ 의혹에 휩싸였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대원고속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선관위는 이들의 후원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김 지사는 후원금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트위터와 공식 회의에서 “무조건 저와 연관 있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청렴영생 부패즉사’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김 지사는 후원금 수사에 대해 “야당 생활 10년 하면서 대통령과 맞서 가장 많이 싸웠는데 부정한 게 있었다면 그때 죽었을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서민적으로 청렴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데다 사건이 ‘결론’을 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라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생명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그러나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 중에서는 아무래도 김 지사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차기 대권에 대한 의중을 은연 중 내비치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전쟁이 본격화되는 내년이면 ‘대선주자’로써의 김 지사에 대한 평가도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지사가 최근 한 강연에서 ‘경기도지사 징크스’를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지사 징크스는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꼽혔던 유력 인사들이 탈당을 한 일을 말한다. 지난 1997년에는 이인제 전 지사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손학규 전 지사가 각각 한나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탈당을 하지 않겠다’며 맹세를 했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운동권 출신인 전력을 들어 “위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인제, 손학규 전 지사처럼 탈당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안 한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손 전 지사 모두 대통령 한 번 할 수 있는 분들인데 밥사발을 차버린 형태”라며 “1994년 3월 입당해 17년이 넘은 저는 지금 거론되는 어떤 대선 주자보다 입당 고참이고, 당을 탈당하거나 해당 행위를 한 적도 없는데 아직 당 안팎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오 시장, “시장직에 충실”

김 지사와 함께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연임에 도전하며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시장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이후로도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때마다 “시장직에 충실하고 싶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진행된 시민·블로거 150여 명과의 대화에서도 “전임 시장께서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권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시장직에 충실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자리는 정치적으로 협상을 하고 부탁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정치력이 필요하다”면서 “스스로 정치적 위상을, 협상력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어서 (단호하게)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서울시장 직분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차기 대권에 거리를 두면서 당에서도 그를 ‘차기보다는 차차기 주자’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이와 정치 경력 등을 놓고 봤을 때 서울시장 연임 이후 대권을 거론해도 늦지 않다는 평이다.

정운찬, 계륵?

‘박근혜 대항마’로 주목받은 이에는 정운찬 전 총리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았던 정 전 총리는 현 정권 출범 후 국무총리직을 맡아 여당인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게 됐다.

당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를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4·27 분당을 재보선에 출마시켜 정치적으로 성장시키는 방향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전 총리 본인이 재보선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한데다, 최근 신정아씨의 자서전 파문으로 여권의 ‘계륵’이 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정아씨가 자서전에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 전 총리가 지분거렸다고 주장하며 “도덕관념이 제로”라고 평한 것.

정 전 총리는 신씨의 자서전 ‘4001’의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전략공천까지 거론되던 분당을 재보선에서 ‘정운찬 카드’는 무산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24일 분당을 재보선 후보로 거론되던 정 전 총리에 대해 “이번 신정아 파동으로 계륵이 됐다”며 “청와대 등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모르나, 선거를 해야 하는 당으로서는 (정 전 총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지율은 고만고만 

여론조사로 살펴보면 ‘박근혜 대항마’를 찾으려는 고민은 더 깊어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상승세가 주춤해졌음에도 30.9%의 지지율을 기록, 1위에 올랐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8.0%로 4위, 정몽준 전 대표는 5.4%, 김문수 지사는 4.2%의 지지를 받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있지는 하지만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들이 벌써부터 삐그덕 소리를 내고 있다”며 “건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친이계 차기 대선주자가 박 전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편이 좋은 만큼 대선주자를 찾고, 경쟁력있는 인물로 성장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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