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권력암투설’ 솔솔~

4월 재보선 ‘분당을’공천 놓고 여권 내 갈등 기류
‘이재오-이상득’ 권력투쟁 시각에 靑 “사실무근”  
‘민간인 사찰’·‘인사파동’ 등 사건마다 권력다툼 의혹
‘실세들 권력 챙기기’…정권말기 레임덕 현상 부채질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 관련해, 여권 내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염두에 두었던 실세들과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밀었던 실세들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리냐, 강 전 대표냐’로 번진 공천갈등이 권력 투쟁 양상까지 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낙마’ 그리고 이번 공천갈등까지, 주요 이슈와 사건 때마다 여권 내 ‘권력암투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정권말기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4월 보권선거에서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이 분당을 지역이다. 이에 여권 주류 측에서는 필승카드로 정운찬 전 총리를 출마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또 다른 여권 실세들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이냐, 강재섭이냐”

때문에 분당을 공천과정에서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공천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장관 측에서는 분당을 출마에 정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임 실장은 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런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계기는 임 실장의 부인이 지난 13일 강 전 대표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면서부터다. 임 실장의 부인은 개소식 때 “무거운 짐을 강재섭 후보와 나줘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즉 임 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을 선거에서 부인을 보내 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선 “여당의 텃밭인 분당에서 패배하면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필해야 할 비서실장이 특정인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 정 전 총리의 출마를 독려하고 지원해왔던 이재오 장관 측과 당내 소장파 측에서는 ‘임 실장의 태도’에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천갈등이 ‘이재오-임태희’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정몽준 전 대표가 쓴소리를 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최근 일부 지역의 공천과정을 놓고 여권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지금 큰일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집권여당이 하는 일이 겨우 권력투쟁밖에 없다고 한다면 국민들에게는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을 모셔야 하는 대통령의 주변에서 이러한 권력투쟁에 스스럼없이 끼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큰 문제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주변에서 시끌

이처럼 분당을 공천갈등이 권력투쟁의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측은 ‘이재오-임태희’ 권력투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으로, 특임장관 입장과 대통령비서실장의 입장이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임 실장의 부인이 강 전 대표의 개소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부인끼리 친하고, 분당에서 오랫동안 같이 살면서 형성된 개인적 인연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분당을 출마 유력후보로 꼽혔던 정 전 총리가 불출마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면서, 상황이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4월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분당 출마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논의된 것이고 출마 타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전 총리는 또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권 일각에서 좋은 뜻에서 출마 제의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논란이 커져 출마하지 않는게 옳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근 ‘공천문제를 두고 권력투쟁설’까지 나도는 것에 대해 정 전 총리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같이 정 전 총리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과 권력투쟁도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측에서는 “정 전 총리가 출마하지도 않는다는 마당에 당을 혼란에 빠뜨리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고, 정 전 총리를 지지했던 측에서는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표가 나오면 정 전 총리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정 전 총리를 설득해 전략공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분당을 공천갈등에서 비롯된 여권내부 권력투쟁 양상은 분당을 공천후보 윤곽이 드러나는 4월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밀리면 끝장

한편,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및 암투’는 MB정권 출범 이후 계속돼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MB정부 출범 이후,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이재오계와 이상득계가 권력 2인자 자리를 놓고 계속해서 충돌해왔다”며 “이번 공천갈등도 ‘이재오-임태희’갈등처럼 보이지만, 임 실장은 이상득계와 가까운 사이다. 따라서 ‘이재오-이상득’간 갈등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이재오-이상득’ 계파간 권력투쟁 양상은 올해 초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낙마’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 내정자는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결국 자진사퇴 한 바 있다.  

당시 정 내정자의 낙마 배경을 놓고 ‘이재오·안상수-이상득·임태희’권력암투설이 나돌았다. 이 장관과 안 대표가 ‘인사와 정보 등 문제’에서 이상득 라인에 밀리면서, 정 내정자 낙마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권력암투설’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MB정부에선 파워게임도, 2인자도 없다”고 밝혔고, 이상득 의원은 “청와대 인사와 나는 무관하다”며 ‘권력암투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일어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여권 내 권력 투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당시 논란의 중심에는 ‘왕 비서관’·‘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었다.

수도권-TK의 싸움?

당시 민간인 사찰 사건의 당사자들이 총리실 국무차장이었던 박 차관의 라인이었다는 것. 이에 이재오-소장파 라인이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 차관을 공격하는 형세였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재오계 및 수도권 소장파와 박영준 차장 등으로 대표되는 TK의 이상득 의원계간 권력투쟁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거슬러 올라가서 지난 18대 총선과정에서도 여권 내 ‘권력투쟁’이 있었다. 이상득 의원의 18대 총선 공천 개입 논란이 일면서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이 의원에 대한 퇴진운동이 벌어졌다. 이 의원을 겨냥한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의 ‘55인 서명’파동이 그것이다.

당시 이 파동 뒤에는 이 장관과 정두언 의원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형님’ 손을 들어주면서 정 의원을 한동안 칩거해야 했고, 이 의원은 미국으로 떠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말기가 될수록 실세들의 ‘권력 챙기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계속될 것이고, 이는 정권말기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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