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스캔들’ 등 핵심측근 기강해이

“정권 말기 레임덕의 시작인가”, 한 여권 인사의 탄식 섞인 말이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끝까지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며 ‘레임덕 차단’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핵심측근들의 비리와 기강 해이가 곳곳에 나타나면서, 총체적 난국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상하이 스캔들’ 등의 사건들은 MB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핵심 측근들의 기강 해이가 극에 달하면서 일어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력 핵심 비리와 기강 해이로 총체적 난국 상황
MB ‘레임덕 차단’에 안간힘, 정권말기 현상 곳곳에   
“국정 장악력 현저히 떨어지고, 당청 갈등도 레임덕 일조”
여야 불문, ‘조기 레임덕의 신호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일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일에 있었던 방송 좌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아직도 2년 남았나 생각한다. 남들이 4년차라고 하며 여러 얘기를 하는데, 나 자신은 조금 다른 느낌”이라며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레임덕은 없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레임덕은 없다”, 하지만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시각이다. 우선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측근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MB의 아바타’라고 불리는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이 ‘함바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장 전 청장 등은 함바 수주 및 청와대 감찰조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당청’간 갈등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연초 정동기 전 감사원장 내정자의 낙마 등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간 불협화음이 일어난 바 있다.

또 수쿠크법 처리 무산 등에서 당청간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도마에 올랐고,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MB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권력 핵심측근들의 기강 해이 사건도 연이어 터지고 있다. 우선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침입 의혹 사건이 그것이다.

이번 사건이 국정원 안팎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레임덕’ 현상으로 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와 관련, 권력암투설로 제기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2009년 원 원장이 두 차례에 걸쳐 1급 이상 고위직을 대거 교체하면서 국정원 내부에 ‘반대파’가 생겼으며, 이들의 권력다툼이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과 국방부와의 갈등설이다. 이는 국방부 고위 인사가 국정원을 겨냥, 일부러 잠입 사건을 터뜨렸다는 의혹이다. 국정원과 국방부는 지난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갈등을 노출시켜왔다. 이 같은 두 권력기관의 갈등은 곧 MB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권력기관간 암투

특히 최근 불거진 ‘상하이 스캔들’은 권력 핵심측근들의 기강 해이가 가장 극에 달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상하이 스캔들’은 지식경제부, 법무부 출신 전 영사들과 중국인 덩 모씨의 불륜사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하이 스캔들’도 국정원 일부 직원이 권력 암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 이상득 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등 최고위층 인사들의 연락처가 중국인 덩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이 물고 있는 것이다. 
최고위층 인사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던 김 모 전 상하이 총영사가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때문에 이 연락처가 덩씨가 건네졌을 것이란 의혹이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전 총영사는 “자료 유출 및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 등을 결부시켜 나를 누군가 모함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 배후에는 정보기관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는 상하이 주재 영사들의 부적절한 처신 외에, 정치권 출신 외교부 특임 총영사와 국정원 직원과의 알력이 있다는 의혹도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월 청와대가 상하이총영사관 직원들의 기강 문란 사건을 보고받고도 이를 적극 해결하지 못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 전 총영사가 ‘MB 측근’이게 때문에 청와대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총사는 대학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뉴욕주립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딴
바 있다. 그리고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후 2007년 대선기간 중 이명박 후보 지영에서 서울선대위 조직본부장, 국제위원장 등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보은인사가 사태 키워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총선 직후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전문성도 부족했던 김씨를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한 것은 보은인사, 낙하사 인사”라며 “이명박 정부의 고질적인 보은인사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즉 “외교관으로서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측근이나 선거공신이라는 이유로 대거 기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권력 핵심 측근 비리 사건이 터지고,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공직 기강 해이 등이 나타나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조기 레임덕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상하이 스캔들’을 거론하며 “공직기강의 해이가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나타났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색출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아울러 왜 이 사건을 알면서도 지난번 조사가 유야무야했는지 부실로 처리했는지, 여기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과 조사도 아울러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이번 상하이 총영사관의 스캔들은 외교관의 애국심과 정신적인 자세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의심케 하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라며 “이명박 정권이 후반기에 들어가고 있다. 아마 국가기강 해이의 한 단면이 아닌가. 공무원 사회의 이완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레임덕 현상으로 연결해 분석했다.

이어 “총영사관 기강이 해이되고 국가의 중요기밀이 새나가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국가기강 전반을 점검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국가이익의 최전방을 담당해야할 우리 외교부의 기강이 너무 크게 무너진 것 같아서 걱정을 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하면, 국가망신이라고 생각이 되고 정부 운영시스템이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어떻게 해서 우리 외교부, 또 외교부 공무원들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점검을 하고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몫 챙기기 본격화 조짐

민주당의 레임덕 공세는 더욱 거셌다. 민주당은 상하이 스캔들과 한상률·에리카 김의 검찰수사,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침입 사건 등과 관련해서 “정권 말기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공세를 폈다.

손학규 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국정 전반에 기강이 해이하고 문란해지고 있고, 무너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이 정부는 정부기관과 권력을 사유화해서 국정원에 국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 개인 비서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하고, 상하이 총영사를 비롯해서 일본, 미국의 총영사를 선거 참모를 임명하고, 전반적인 국정 기강의 문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금 정국은 세 여성분이 이끌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장자연씨, 에리카 김, 덩 여인”이라며 “정권 말기 현상이다. 어떻게 외교관이 그런 스캔들에, 그것도 각 부처에서 나온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스파이활동에 협력하고 싸우고 또 이것을 알고 덮어버린 외교부와 법무부. ‘1월에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면 왜 3월까지 미뤄두고 은폐시키려고 노력했는가”라며 레임덕을 거론하며 MB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도 “외교, 안보, 정보 등의 분야에서 중요 정보들이 줄줄이 새고, 각 기관의 권력핵심 인사들의 제몫 챙기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레임덕의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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