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상대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 제출

루이뷔통을 둘러싼 삼성-롯데가(家) 딸들의 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질 기세다.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던 ‘재벌가 딸들의 면세점 전쟁’이 롯데면세점의 가처분 신청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벌인 이른바 재벌가 두딸의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부진 사장은 루이비통 인천공항 입점을 성사시켜 롯데면세점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앞서 애경그룹 AK면세점 인수를 둘러싼 1차전에서는 법정다툼 끝에 신영자 사장이 인수를 성사시켰다.

1승 1패인 상황에서 이번 법정공방으로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김포공항 입점을 두고 두 면세점은 또다시 승부를 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이처럼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면세점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 그 내막을 들여다 봤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19일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호텔신라와 루이뷔통 매장 임대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1월 20일 밝혔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사장이 대표로 있는 롯데면세점은 루이뷔통 면세점이 입점하는 인천국제공항과의 계약체결 당사자로서, 사업계약 위반을 가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다.

롯데면세점측은 “호텔신라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루이비통 매장 규모는 인천공항 면세점 내 가장 큰 규모인 594㎡(약 180평)로, 이 중 기존 신라면세점의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고객편의시설인 여객대합실(휴게) 공간으로 충당된다”며“따라서 이는 사실상 신규 면세점 사업권의 부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 ‘특혜’ 의혹 제기

아울러 “타 브랜드와 달리 루이뷔통에만 7~8%의 낮은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계약기간을 10년 보장하는 것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며 “이는 특정 면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다른 면세사업자의 불이익을 초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계약내용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인공항공사가 2007년 제2기 면세사업자 입찰 당시 사업자들에게 제공한 제안요청서 중 ‘2009-2010년도 추가개발 예정지역’이라고 명시한 지역 외의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면세점을 추가로 개발하지 않을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이번 가처분 신청을 낸 배경이었다.

또한 명시된 각 면세점 매장의 위치 및 면적, 취급품목 등은 면세점 사업권의 구성요소로서 계약체결의 전제사실이 되므로, 이를 인천공항공사가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 역시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어 롯데측은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공정한 경쟁입찰이 아닌 신라면세점과의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것도 명백한 계약위반이며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의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루이비통과의 10년간의 계약 기간과 낮은 수수료도 문제삼았다.

롯데면세점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루이비통에 대해서만 7~8%의 낮은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에 해당하며, 계약 내용에 위반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더구나 루이비통에 대해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할 경우 현재의 제2기 면세점 사업계약기간을 넘어 2013년 개시되는 제3기 사업계약기간에 대해서까지 루이비통의 입점이 보장되게 돼, 제3기 면세점 사업계약을 위한 입찰 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우려까지 있다는 것이 롯데면세점 측의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당사와 면세점 사업계약을 체결한 계약 당사자로, 계약 상의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당사에게 회복 불가능할 손해를 끼칠 것이 명백한 호텔신라와의 루이비통 입점과 관련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승인을 해야지만 호텔신라가 루이비통을 입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게 됐으며, 법률적 근거가 명확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그간 국내 매출 1위 브랜드인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입점 여부를 둘러싸고 약 3년간 이부진 사장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쳐왔다. 특히, 국내 대표 그룹의 맏딸들이 면세점 유치의 전면에 나서며 더욱 화제가 됐다.

지난해 5월 애경그룹의 에이케이(AK)면세점을 인수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선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나란히 루이뷔통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삼성-롯데가의 ‘딸들의 전쟁’으로까지 비유돼 온 점도 이번 ‘전면전’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신라, 면세점 업계 1위 전쟁
 
롯데면세점의 이런 대응에는 ‘루이뷔통 효과’로 면세점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이뷔통 매장이 들어설 자리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정중앙으로 두곳의 입국심사장 출구 사이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 ‘랜드 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번 가처분 신청이 면세점시장의 1위업체인 롯데면세점과 20%가량의 격차로 이를 뒤쫓아가는 신라면세점 간 경쟁이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랐다.

인천공항공사는 소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 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루이뷔통의 공항영업 개시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으나, 법정공방으로 치달을 경우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루이뷔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루이뷔통 명품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루이뷔통이 지난해 10월말 호텔신라와 인천공항 면세점 내 입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서 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 명품 업계 1위인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유치를 둘러싸고 국내 면세점 매출 순위 1,2위를 다투는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간의 치열한 물밑 전쟁이 있었으며 그 전쟁은 무려 3년 동안 벌어졌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루이뷔통 역시 호텔신라와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계약을 체결하기 까지 심사숙고를 했다.

루이뷔통, 고민 결국 신라 선택

지난해 4월초 루이뷔통의 모기업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그룹 아르노 회장은 인천공항을 직접 방문해 인천공항 쇼핑시설인 ‘에어스타 애비뉴’를 둘러보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아르노 회장은 루이뷔통의 오랜 원칙인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는 것을 어기고, 인천공항 입점하는데 상당한 고민을 했었을 것”이라며 “더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재벌가의 자제들이 루이비통 유치를 놓고 더 좋은 제안을 한 터라 선택을 하는데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랜 전쟁 후 승리를 거머쥔 쪽은 이부진 사장이었다. 호텔신라는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을 성사시키며, 면세점 업계 내 위상이 더 높아졌다.

이 사장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루이뷔통이 인천공항의 주요 손님인 한국, 중국, 일본 고객들 사이에 워낙 인기가 높은 브랜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신라면세점측은 “루이뷔통 입점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등을 찾는 쇼핑객들도 국내로 돌릴 수 있어 효과가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이번 성공이 승진에 루이뷔통 유치가 크게 기여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가의 대결에서 승리자로 떠오른 이 사장이 ´3세 경영자´로서의 스포트라이트도 동시에  받게 됐다. 이 사장의 승진 소식은 ‘3세 경영자’의 승리라는 후광에만 그치지 않았다.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 사장의 승진 인사가 나자 바로 호텔신라의 주가는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AK 인수전에서는 롯데가 승리

호텔신라가 이번 루이뷔통으로 1승을 거뒀다면 앞서 지난해 말 애경그룹 AK면세점 인수를 둘러싼 두 그룹의 1차전에서는 롯데쇼핑의 신 사장이 먼저 승리를 거뒀다.  AK면세점을 인수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월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매장 공식 오픈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의 AK면세점 인수는 그룹이 추진하는 ‘2018년 비전’과 관계가 깊다. 롯데그룹은 ‘2018년 아시아 톱 10 유통기업’을 지향한다. 그에 맞춰 각 계열사들도 2018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할당됐다. 2008년 롯데면세점 대표이사가 된 최영수 대표는 ‘2018년 기대매출액 6조원, 글로벌 톱3 면세점 업체로의 부상’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그 비전을 향한 첫걸음이 바로 이번 AK면세점 인수였던 것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서울 소공점·잠실점·부산점·제주점 등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점·제주공항점 등 공항면세점, 인터넷면세점 2개 등 총 8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1조 6500억원, 시장점유율은 46.5%다. 여기에 코엑스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의 AK면세점 매출액 2986억원을 합치면 매출액은 2조원대로 올라선다. 전체 시장점유율은 AK면세점의 8.9%를 합쳐 54.4%로 늘어난다. 2위인 호텔신라(27.6%)와의 격차는 두 배로 벌어지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의 AK면세점 인수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몇 % 더 올리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내 1위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면세점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영수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6월 AK면세점 인수로 화장품과 향수 사업권을 획득해 국내 최초로 공항 내에서 주류·담배부터 화장품·향수까지 전품목을 취급하는 유일한 면세점이 됐다”며 “고객들에게 원스톱 쇼핑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면세점, 누구 품에

AK에 눈독을 들이다가 대어를 놓치게 된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AK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시장경쟁을 위반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롯데의 AK 인수를 승인했다. 신라면세점이 법원에 “롯데가 주류뿐 아니라 화장품 영업까지 하는 것은 2007년 인천공항공사의 입찰조건에 위배된다”며 낸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이 전품목을 취급하면서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내세워 화장품 매장 매출도 신라면세점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신라면세점은 기존 AK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평가절하하며 올해 말로 예상되는 김포공항의 면세점 입찰에 주력해 덩치를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AK 인수와 루이뷔통 입점으로 이 사장과 신사장은 나란히 1승1패를 기록했다. 두 그룹 딸들의 전쟁은 이번 루이뷔통 가처분 법적공방으로 시작해 앞으로는 김포공항 면세점 입점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오는 3월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김포공항에서 또다시 격돌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사업자 수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한국공항공사와 관세청이 복수의 사업자 대신 1개 사업자 선정으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어느 면세점이 김포공항에 입점하느냐에 따라 3차전 승자도 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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