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선 지도부 시험대, 한나라당 총선 필패론 확산 당내 위기감 고조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년 초부터 정치권은 ‘박근혜 대세론’으로 술렁이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가시화될 시점, 각종 여론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부동의 지지율로 차기 권력에의 가능성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 부족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정책의 무리한 추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비되는 ‘박근혜 대세론’은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과연 한나라당과 현 정권의 심판론과 무관하게 대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가론, 거품론 등 설이 분분한 가운데 ‘박근혜 대세론’의 허와 실을 자세히 짚어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전주에 이어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기록, 지난 해 연말 싱크탱크를 출범시킨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1개월 만에 지지율이 다시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반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은 1월 둘째 주 조사 결과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안 강행처리와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다시 회복하는 등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바닥 민심’에 민감한 여당 내 다수 의원들은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의 ‘위기’와 박근혜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2012년 총선 필패론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이 같은 위기의식은 팽배해 있는 상황.

당 내에서는 여론 조사의 결과와 선거는 “별개의 문제”라며 바닥 민심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당청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 문제도 당 내에 퍼져있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의 뜻보다 여론을 의식한 한나라당은 그만큼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여론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으로도 여당이 ‘당 우선주의’ 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향후 당청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정두언 최고위원은 올 한해 여당의 상황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악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미루고 덮고 해왔던 일들이 내년도에는 많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한 뒤 “내년에는 한나라당이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이런 당의 분위기와 달리 박 전 대표는 ‘대세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정치행보 보다는 정책행보에 나서며 ‘대세론’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성급하다”,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레임덕을 부추긴다” 등 비난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과도 일정한 선을 긋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 열렸던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에 박 전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중앙위원 상당수가 대선 경선에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불참했다.


한나라당 vs 대권, 박근혜 딜레마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올 4월에 치러질 재보선과 차기 총선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정책 행보 중심으로 침묵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이미 “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일부 박 전 대표의 지원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실제 지원 유세에 나선다고 해도 친박 의원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와 반대로 대선을 위한 당 내 입지 설정을 위해 친이-친박 간 계파를 떠나 지원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선을 위해 당 내 입지와 청와대와의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일찌감치 대선 행보에 나선 그를 두고 정치권의 반응이 심상치 앉자 박 전 대표는 정책 행보 외에는 자제와 침묵을 이어가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당이 아니라면 당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이끌어 내야 하는 박 전 대표지만 대선까지 계파 간의 갈등 극복, 당 내 입지 설정, 경선 승리, 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녹록치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친이계 쪽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의 돌파를 위해 ‘개헌론’을 밀어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 친박계 의원은 “친이계 쪽에서 개헌론으로 박 전 대표 흔들기가 여의치 않으면 최악의 경우, 박 전 대표의 사생활 검증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 야당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위해 ‘보복 않기’, ‘뒤 봐주기’ 등을 조건으로 친이계나 이 대통령과 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지지율이 곧 대선 결과?


최근 한 중앙일간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50%를 육박했다. 한겨레와 MBC 등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도 30% 중반대를 웃도는 수치가 나왔다.

이 같은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여타의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박근혜 대세론’이라 할 만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을 좀 더 심도 있게 분석해보면 ‘박근혜 대세론’이 갖는 일종의 거품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선 중앙 일간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를 지지하는 지지자들 중 절반가량은 대선에서 지지 대상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이 박 전 대표에게 모아지면서 지지율에 포함된 ‘중도 보수층’의 가변적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염증으로 차기 대선에 ‘진보’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이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차기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5.4%인 것에 반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6.8%로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호남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초반 강세가 최종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친박계 내에서조차 “박 전 대표가 ‘슈퍼스타K 2’의 장재인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슈퍼스타K 2’에서 계속 1위를 달리다가 결승 길목에서 탈락한 장재인의 경우를 설명한 것으로 손학규, 유시민 등 야권 주자들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장재인처럼 박 전 대표도 지지율 1위에서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급격히 형성된 게 아니라 꾸준히 유지돼 지지층이 견고하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고 견고해 이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대선에서도 여론 조사와 선거 결과는 종종 일치하지 않았고 야권으로부터 어떠한 구도가 짜여질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 최종 라운드에서 1대 1 구도가 됐을 때 박 전 대표 쪽으로 표가 몰릴 수 있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 “그의 정책적 능력 보다는 인지도에 따른 현상”, “야권 리더들의 ‘총체적 무능’ 때문” 이라는 등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대로 맞서는 야권


2012년 대선의 최대변수는 야권 단일후보로 볼 수 있다. 야권은 이미 정권교체에 뜻을 같이 하고 연대와 결집에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먼저 더 마음을 열겠다. 민주당은 스스로 헌신하고 민주진보진영의 연대와 통합에 앞장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정권교체의 선두에 설 것”이라며 연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 대표가 작년 10월 정계에 복귀했을 때 여권은 긴장했다. 그의 등장으로 대선 구도에 변화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손학규의 1:1구도가 형성되면, 한나라당 입장에서 결코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500만 표에 가까운 표차로 정동영 후보를 이겼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표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손학규 대표가 대권 후보가 된다면 쉬운 경쟁은 아닐 것이며 박근혜 전 대표가 되던, 누가 되던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야권에서는 손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등이 박 전 대표의 뒤를 따르고 있지만 연대를 통해 손 대표로 구도가 잡힌다면 박 전 대표에게는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지기반이 약한 박 전 대표이기 때문에 ‘남성’, ‘보수적 이미지’, ‘전 경기도지사’라는 배경의 손 대표가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현재 한나라당의 표밭으로 인식되던 PK 지역의 바닥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여당 내에서도 흘러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초반 강세를 보이며 ‘대세’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대선에서 그의 지지율이 승리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보다는 ‘정책’ 내공 쌓기에 주력하고 강한 리더십 보다는 ‘침묵’과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박 전 대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대로 박 전 대표가 현 정권의 심판론과 최대 고비가 될 야권 연대를 돌파하면서 대권이라는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지 ‘박근혜 대세론’과 그의 행보에 쏟아지는 관심은 대선 경주 내내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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