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 법안 발의 논란

작년 이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로 촉발된 ‘통일세’ 논란이 여당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김충환 의원은 지난해 30일 소득세, 법인세 등에 통일세를 부가하는 통일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29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통일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서도 통일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올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해 향후 통일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일세 문제를 폭넓게 논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이 대통령 임기 내 도입 가능성 언급과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의 입법 발의 등으로 통일세 문제는 논의를 넘어 입법화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김충환 의원 대표 발의 ‘통일세법’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 이후 김충환 의원은 작년 9월부터 통일세 토론회와 공청회를 잇달아 여는 등 통일세 논의에 앞장서 왔다.

지난달 30일 통일세법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이번 법안에 대해 “통일세법은 소득세액에 2%, 법인세액에 0.5%, 상속 및 증여세액에 5%의 비율로 부과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며 “이러한 통일세를 관리하기 위해서 ‘통일세관리특별회계법’을 두는데, 이 법에는 통일세법에서 징수되는 금액과 함께, 내국세 1%를 통일세로 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세출 구조를 조정해서 내국세 1%로, 약 2조원의 세금을 배분하게 하여 정부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한 뒤 “직접세로 징수되는 세액은 약 1조원의 규모가 될 것이며, 연 소득 2천만원의 근로자들은 한 달에 487원, 3억 정도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법인은 연간 4만천원 정도의 통일세를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직접세에서 통일세 일부를 징수하는 ‘통일세법’과 내국세 1%를 통일세로 분배하는 ‘통일세관리특별회계법’을 함께 국회에 제출했다.


통일부, 올 상반기 통일세 정부안 마련


정부 차원의 통일세 입법화 움직임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 이후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8월 22일 통일부 당국자는 이틀 전인 20일 엄종식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통일세 추진단이 이미 구성됐음을 밝혔다.

당시 통일부 실·국장 4명이 참여하는 추진단과 과장급 10명가량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는 통일세 공론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미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작년 11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 통일, 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통일재원추진단을 마련해 38억원 규모의 통일재원 마련 공론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내년 4월 정부 시안을 마련해 국회와 사회 여론수렴을 거쳐 합의를 도출, 내년 상반기 안에 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통일부는 2011년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2011년 3대 정책 추진목표로 △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 바른 남북관계 정립 △ 통일에 대비한 준비 등을 설정하며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통일을 위한 재원확보 구체안의 입법화 추진을 제시했다.


남북 관계가 먼저냐 통일세가 먼저냐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 이후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통일세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된데다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 위기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대화’나 ‘협력’과는 무관하게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통일세’를 논의한다는 것은 그 비용적 측면을 넘어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고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접근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국방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10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표기, 정부의 대북관이 공개된데다가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 외교 문서에서도 당국의 대북관이 ‘북한의 붕괴’ 쪽으로 쏠려 있어 ‘통일세’ 문제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통일부의 업무 보고에서 ‘통일에 대비한 준비’로 통일을 위한 재원확보가 중점 추진 과제로 들어가면서 ‘흡수통일’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일세는 국민적 조세 부담으로 연결돼 결국 통일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남북협력기금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의 집행률은 11월 말까지 5%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 교류가 단절되면서 책정된 사업비의 지출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통일세와 관련해 “재원 마련 방식은 세금 징수가 아니라 남북협력기금을 늘려 미리 적립하거나 국가예산에 포함시켜 일정 기간 적립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협력기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통일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통일 비용의 논의는 시기의 멀고 가까움을 떠나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그 접근 방법에 있어 좀 더 다양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연구조교수는 시사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돈을 걷는 것 보다는 남북의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민적 부담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며 남북의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는 통일세 연구용역비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을 언급하면서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올 4월 예고된 정부의 통일 재원을 위한 입법화 움직임이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과 관련돼 이미 발의된 ‘통일세법’과 함께 거센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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