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 포탄에 이어 ‘자연산’이라는 발언으로 물의

보온병 포탄에 이어 또 다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성형 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어 파장이 거세다.

파장이 거세지자 배은희 대변인은 “사적인 점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며 “성형의 부작용에 풍문을 인용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민주당은 안 대표의 여성 비하 발언은 대한민국 모든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용석 의원에 이은 여성 비하 발언의 결정판이라고 강력 비판했고 대표직 사퇴까지 거론됐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안 대표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자연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안 대표의 거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온병 포탄’ 발언으로 설화를 겪었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지난 12월 22일 오전 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한 중증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한 뒤 동행 취재한 여성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연예인 성형 이야기를 하며 여성비하 발언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즘 룸에 가면 ‘자연산’을 찾더라”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나경원 의원실의 ‘1일 보좌관’ 체험으로 따라온 한 유명 걸그룹의 멤버를 거론하면서 “난 얼굴 구분을 못하겠다. 다들 요즘은 전신 성형을 하니까. 요즘은 성형을 얼굴만이 아니라 다 한다고 하더라”며 성형수술 얘기를 꺼냈다.

안 대표는 더 나아가 “연예인 한 명에게 들어가는 성형비용만 일 년에 2-3억 정도가 든다고 하더라”며 “내가 아는 사람이 연예인이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다”며 거듭 성형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말했다.

한 당직자도 앞에 앉아있던 여기자들에게 “여기 앉아있는 기자 분들은 성형을 하나도 안해도 되는 분들이네”라며 일일이 “(성형)했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다른 당직자는 “요즘은 신토불이가 좋다. 신토불이란 말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안 대표의 ‘자연산’ 발언에 제동을 걸기도 했지만, 안 대표는 “난 얼굴의 턱이나 그런데 뼈 깎고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코를 보면 정확하게 알겠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파장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였고 성형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서로 알고 있는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이었다”며 “여성을 비하하거나 함께 자리한 여기자에게 기분 나쁘게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의도와 달리 부적절하게 비쳐진 것은 유감이다”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불교 비하 발언에 보온병 발언으로 지도력이 상처를 받은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당 대표가 국민적 희화화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당장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기자 회견을 열어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대표직과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야당은 안 대표의 여성 비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보온병에 이어 개그시리즈 2탄이 나왔다”며 “한나라당은 최연희, 강용석 의원에 이어 여성비하당으로 낙인이 찍혀있고 이번 안상수 대표의 발언은 여성비하 발언의 결정판”이라고 목소리늘 높였다.

이어 “대한민국 모든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안상수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식물대표 됐나?”


안 대표가 다시 설화에 휩싸이면서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심화될 것은 물론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파장이 거제지는 가운데 지난 12월 23일 당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의 적절치 못한 발언을 성토하고 나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가뜩이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와 핵심예산 누락,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남북긴장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설화(舌禍)로 한나라당과 그 자신이 또다시 눈총을 받게 됐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들은 오전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안 대표의 당운영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 낭패를 당해야 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현 지도부의 리더십 붕괴를 우려하면서 “이제 안 대표는 ‘식물대표’가 된 게 아니냐”며 난감해했다.

초선 모임인 ‘민본21’ 주광덕 의원은 “현 지도부의 지도력에 의문이 많았는데 이 정도 상황이면 향후 선거에서 유세지원을 바라는 의원들이 없을 것”이라며 “이 지도부 체제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권영진 의원은 “지역 송년모임에 맨발로 뛰며 돌아다니면 뭐하냐”고 볼멘소리를 했고, 다른 초선 의원은 “이것은 대표의 자질 문제다.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도 “당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원심력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며 “왜 그런 실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실언이 ‘사퇴론’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안상수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과 냉소가 쌓이겠지만, 안 대표 사퇴론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안 대표 체제를 대체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동력도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 체제, 불만”


1946년생으로 경남 마산 출신인 안 대표는 1975년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며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7기 동기생이다.

이후 10여년간 검사생활을 하다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검사로 유명세를 탔다.

이어 검사직을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과천,의왕)로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한 뒤 내리 4선을 했다.

한나라당내에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가운데 한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한 의원이 몇 안된다는 점만 봐도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륜과 안정감, 뚝심과 추진력’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안상수 신임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자신의 장점으로 제시했던 키워드다.

본인의 말처럼 안 대표는 친이계(친이명박) 주류를 대표하는 4선 의원으로서 원대대표를 두 차례 역임했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계 입문 이후 검사출신 의원으로서 옷로비 의혹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국회 국정조사에 위원으로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특보와 당대변인, 최병렬 전 대표 특보단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했다.

17대 국회 시절 박근혜 당대표 체제 하에선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주도했던 국가발전연구회와 수도분할반대투쟁위에서 활동하는 등 비주류 반박(反朴) 진영에서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17대 대선 당시 당내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후 원내대표로서 18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고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진두지휘하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안 대표, 탄탄한 조직력


안 대표는 18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 경선에서 5선의 김형오 의원에게 패배했지만, 2009년 5월 원내대표직에 재도전, 친이계의 지지로 두 번째 원내사령탑에 오른다.

2009년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강한 여당을 만들어야한다는 여론이 ‘안상수 원내대표 체제’를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여권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한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민주당은 6월 국회 개회의 선결조건으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안 대표는 단독국회 소집으로 응수해 야당의 등원을 이끌어냈다.

또 야당의 ‘MB악법 저지’ 공세를 뚫고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예산안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돌파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친이 강경파’라는 이미지를 남겼고, 원내대표 임기말 터진 불교계 외압설은 본인에게 악재가 됐다.

이 때문에 전대 과정에서 안 대표는 ‘강경 친이의 구체제로 회귀해선 안된다’는 경쟁후보의 공격에 시달렸다. 그러나 안 대표는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당의 변화와 개혁, 화합과 상생을 내걸고 당대표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보온병에 이어 또 다시 터진 여성비하적인 발언으로 그의 정치력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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