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궐 선거 미리보기

내년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의 후보 등록이 선거 120일 전인 구랍 28일 시작됐다. 현재까지 선거가 확정된 곳은 경기도 성남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 두 곳.

최근까지 선거가 확정된 곳은 이 두 곳이지만 의원직 상실이 가능한 대법원의 판결이 다수 남아있어 이후 선거의 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19대 총선 전 사실상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인데다가 마지막이 될 이번 선거에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정계복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의 선거 행보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전은 벌써부터 과열되는 양상이다.

민감한 수도권의 표심으로 대변되는 경기 분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민주당이 지역구인 경남 김해는 두 곳 모두 여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이다.

선거를 통해 민심의 흐름과 차기 대선까지 함께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명운이 갈릴 수 있어 이번 선거는 ‘미니 선거’에 걸맞지 않는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예산안 강행처리와 잇따르는 실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대표 선출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손학규 체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지도부 책임론이라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이에 여야는 물러설 수 없는 이번 선거에 거물급 정치인을 내세워 선거의 판을 키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 시험대


최근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가 보온병 논란에 이어 ‘자연산’ 발언으로 문제가 되면서 야권에서는 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잇따른 실언으로 당내에서조차 안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

결국 안 대표는 지난해 26일 대국민 사과로 사태를 무마, 사퇴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야당은 안 대표의 사과에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대표직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과 민노당 여성의원 20명은 지난해 27일 ‘자연산’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26일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들은 안상수 대표의 반성이라는 립서비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이 아닌 사퇴라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반성은 대표의 교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진정성 없는 반성, 잘못했지만 자리는 못 내놓겠다는 반성은 파렴치한 위선에 불과하다”라며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안대표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안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당 조직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을 우려해 4월 재보선 이후 결과에 따라 안 대표의 거취문제를 논의하자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김성태 의원은 지난해 27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안 대표가 사퇴하면 당 조직체계는 상당히 위태로울 수 있다”며 “내년도 재보선을 불과 4개월 남겨두고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선출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상수 대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이번 4월 재보선에 임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총 4곳에서 승리했지만 민주당은 전남 곡성 1곳에서 승리하는 등 텃밭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손학규, 유시민 두 사람이 지원 유세에 나섰음에도 결국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김종식 후보가 당선돼 민주당의 텃밭에서 ‘민주당’도 ‘야권 단일후보’도 당선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고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손 대표에게는 올 4월 재보선이 사실상 취임 후 첫 선거로 안상수 대표만큼 그 결과에 따르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거물급, 출마 러쉬?


최근 여야 정당의 출마 예비후보들이 속속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임명으로 공석이 된 경기도 성남 분당을은 여야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어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차기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박형준 전 정무수석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등록 시작일인 지난해 28일 이미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은 경기도 성남 분당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김병욱 분당을 지역위원장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에 신경민 전 MBC 앵커, 조국 서울대 교수의 영입설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돼 직위를 잃은 경남 김해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여야의 자존심 건 대결이 기대되는 지역이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지역구인 김해을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노풍’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다가 야권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분당을 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텃밭 탈환’을 목표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를 무게 있게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만만치 않은 ‘노풍’에 유력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 외에는 신용형 김해선진화포럼 대표와 임용택 전 김해시의회 의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있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진 전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도 거론되고 있으나 건호씨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마설이 나돌아 실제 출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와 함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물망에 오르는 등 관심을 받고 있지만 노건호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출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예상되는 선거지역


현재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곳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서울 강남을, 같은 당 현경병 의원의 서울 노원갑,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전남 순천 등 3곳이다.

또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내년 3월31일 선거확정 최종 시한까지 판결이 확정되면 광역단체장 1곳이 추가될 수 있다.

이 지사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은 1억4천여만 원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6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일천만여원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의 판결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전남 순천의 민주당 서갑원 의원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서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은 5000만원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벌금 12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외에 서울 노원갑의 한나라당 현경병 의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고 서울 강남을의 같은 당 공성진 의원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5838만원이 선고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2심에서 벌금 80만원과 무죄가 각각 선고돼 의원직 상실을 면했다.

이 외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울산 중구와 동구의 기초단체장 2곳과, 울산 중구의 광역의원 1곳, 대구 달서구라·마와 전북 남원시 가선거구의 기초의원 3곳 등이다.


여야, 盧風 불까 ‘노심초사’


지난해 27일 국민참여당 이봉수 경남도당위원장은 4월 재보선의 김해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는 유시민, 이병완, 천호선 등 참여 정부의 주역들과 친노단체 활동가들이 다수 참석해 잔잔한 노풍을 불러 일으켰다.

출마를 선언한 이봉수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농업특보와 한국마사회 부회장을 역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유일하게 고문으로 취임했던 환경단체 <맑은물사랑사람들>의 대표로 김해지역 농촌계몽운동과 낙동강 수질개선에 앞장서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향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김해을에 길태근 선진국민정책연구원 기획운영본부장과 김혜진 대한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신용형 김해선진화포럼 대표, 임용택 전 김해시의회 의장 등의 예비후보들을 고려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만큼 ‘비장의 카드’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현재까지 박영진 전 경남경찰청장,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이춘호 김해시장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향후 한나라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우냐에 따라 그에 걸맞는 인물로 대응할 전망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김근태 김해진보정치연구소장과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경남도당위원장은 이미 김해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진보신당은 이영철 경남도당 부위원장과 이재성 김해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국민참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야 4당은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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