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정래 등 사회인사 534명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삼성전자간의 진실공방이 끝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반올림’은 삼성이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도체 작업공정과 백혈병 연관성이 없다”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자산운영사인 APG가 “삼성전자 이러한 태도가 장기적 수익에 영향 미칠 것”이라고 분석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둘러쌓고 반도체 공장 발암물질 논란은 2010년을 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07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발병해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숨진 ‘황유미씨 백혈병사건’. 황유미씨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발병, 스물셋의 나이인 2007년 3월 6일 사망했다. 이에 진상을 밝히고자 한 아버지의 끈질긴 노력으로 인해 백혈병 논란이 벌어졌다.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발족됐으며 2008년 초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으로 대책위 이름을 개명하고 3년째 진상규명과 산재인정을 위한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활동들을 벌여오고 있는 것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삼성전자LCD, 삼성SDI등 삼성전자 계열사에서는 백혈병, 뇌종양, 난소암, 루게릭병 등 희귀질환 피해제보가 104명에 달했고 3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산업재해 인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책임을 져야할 삼성과 정부는 발뺌으로 일관하며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전문가, 법조계, 학계, 노동, 인권,여성,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인사 526명은 12월 21일 오전11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삼성은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회인사 선언에는 소설가 조정래, 박노해 시인을 비롯해 김칠준(민변 부회장),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양길승(녹색병원 원장),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전종훈(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교수), 홍세화(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등 사회인사 534인이 참여했다.

속초상고 3학년 황유미는 졸업을 앞둔 2003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취업하여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과산화수소, 황산암모늄 등 혼합액에 담갔다 빼는 디퓨전 공정에서 일했다. 박지연 역시 고교 졸업식도 하기전인 2004년 12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려워 조기 취업을 택한 이 열여덟 소녀는 온양공장에서 납 용액과 화학용품을 취급하는 반도체 검수 일을 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은 잠깐 뿐이었다. 둘 다 일을 시작한지 2년여 만에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각각 2007년과 2010년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수년 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사례가 보고되고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으로 연이어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산재 치료 및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속되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사망문제가 사회적으로 집중 조명되면서 이 첨단 산업의 현실이 점차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 노동인권단체인 ‘반올림’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삼성LCD 공장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등 치명적 병을 얻은 노동자 수는 100여명에 달하고, 이중 사망한 사람이 31명에 이른다. 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사회인사 534명 “한 기업의 문제 넘어서 사회적 큰 재난”

지난해 12월 21일 소설가 조정래, 시인 박노해를 비롯해 사회문화계 인사 534명이 삼성직업병 문제를 해결을 위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을 발표했다.

반올림측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534명은 “이정도 규모의 환자와 사망자가 한 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일은 이미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삼성은 기업의 이미지만을 고려하며 재해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산업 안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부나 역학 조사 등을 통해 산업 재해 여부를 판정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은 피해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보다는 기업의 영업비밀 등을 더 중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책임을 져야할 삼성과 정부가 발뺌으로 일관하고, 우리 사회가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에 취해 이들을 외면하는 동안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를 일구는데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질병으로 인해 정당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하나 둘 스러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첫째 삼성은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삼성은 D램 반도체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이 35%에 달하며 올해 2분기에만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삼성 직업병 문제를 대하는 삼성의 태도는 1등 기업의 면모와는 달리 매우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독성 화학물질을 집약적으로 사용하고, 관리에 있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음을 이제는 삼성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실망스럽게도 자신들의 ‘무결점 무오류 신화’ 이미지가 훼손됨이 두려워 ‘삼성의 가족’인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삼성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는 산업재해 보상조차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삼성은 지금의 초일류 기업을 있게 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서둘러 덮으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직업병 피해자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즉시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신뢰성 있는 진상 조사 및 관련 제도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 직업병 관련 피해 노동자 16명이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정부는 심의가 끝난 10명 모두 불승인 통보했다.

반올림측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534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함으로써 노동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인과관계 입증을 정보접근성도 없는 피해자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더 나아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정부는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삼성전자가 보조 참가인으로 소송에 적극 참여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스스로가 근로복지를 위한 기관인지 삼성복지를 위한 기관인지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들은 국회는 국가차원의 신뢰성 있는 진상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산업재해 및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제도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국가차원의 신뢰성 있는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업무상 재해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호 받을 수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안의 제?개정 등 제도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104명 암과 희귀질환으로 35명 사망”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보된 피해규모는 삼성반도체등 삼성의 전자계열사에서 104명이 암과 희귀질환이 발병돼 35명 사망했다. 구체적으로 그 병명을 살펴보면 삼성반도체 조혈계암(백혈병,림프종)으로 발병자 36명으로 사망자 15명이다.

삼성암 피해제보자는 84명 삼성반도체 암 피해제보가 60명, 비반도체(삼성전자LCD,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기·전자 제조업)가 24명이다. 암 피해제보는 조혈계암를 비롯해 뇌종양, 호흡기암, 소화기암, 난소암, 유방암, 자궁암, 비인강암, 피부암(흑색종), 직장암, 생식세포종, 뼈암 등으로 다양하다. 희귀질환 :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경화증, 다발성신경염증, 루게릭, 베게너씨육아종 등이 있다.

정부(근로복지공단, 역학조사기관)의 경우 현재까지 단 한명도 산재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16명 산재신청자 중 심의를 거친 10명 모두 불승인됐다. 불승인 이후 행정소송, 재심사 청구 등 여러 이의절차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인과관계 입증 요구,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올림측은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자 숫자를 속여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한명이라고 했다가 6명이 밝혀지니 6명이라고 했다가 다시 8명이 밝히지면 8명이라고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삼성은 피해자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산재를 은폐하려 한다고 반올림은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최근에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발병하거나 사망하는 경우에는 더욱 철저히 반올림과의 연락을 차단하고,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1월말까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만 5명이상이고, 발병자도 여럿 되나 최근에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반올림측은 “병원비 다 대줄테니 반올림과      접촉하지마라. 위로금을 줄 테니 산재 포기하라”는 식으로 회유를 했다는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공정과 백혈병 연관성이 없다”

삼성의 경우 국내외 전문가들 고용, 제3의 컨소시엄 꾸려 ‘재조사’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이미 두 차례의 역학조사를 벌였다”며 “그 결과 반도체 작업공정과 백혈병 발병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파악됐다”고 강조해 온 바 있다. 그럼에도 잇따른 백혈병 의심 환자가 이어짐에 따라 반도체 백혈병 논란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국내외 산업보건 전문 연구진 20여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년 여 간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체조사는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안전보건 컨설팅회사 인바이론이 주도했다.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나 환경 유해성 관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이외에 미국 하버드대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등에 소속된 전문 연구진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도 조사에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올림은 “어떤 식으로 재조사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철저히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 결과는 2011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APG “삼성전자 태도, 장기적 수익에 영향 미칠 것”

논란이 이어지자 세계적인 자산운영사들도 자체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세계 3대 기금운용사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APG 자산운용'이 12월 발간한 소식지에서 '삼성 백혈병' 논란과 관련 삼성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7개 기관투자기관과 함께 삼성전자에 백혈병 논란과 관련한 공동 질의서를 보내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APG는 소식지에서 “삼성이 (백혈병 논란과 관련) 수행하고 있는 조사는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부적절한 처신의 근간에는 그룹 전체의 반(反)노동적 관리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APG는 “삼성의 이러한 태도가 장기적인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주주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라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삼성 경영진들이 책임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APG는 “삼성에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피해 노동자의) 발병과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일이겠지만, 그 전제로 삼성이 비용을 대지 않는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며 “우리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 중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옴으로써 현재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거세질 비판에 대해 우려한다. 따라서 우리는 경영진이 행동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고 밝혔다.

한편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지금 계속 해왔던 패턴대로 피해자들을 모으고 정식으로 산재신청을 해서 산재보상을 받기 위한 싸움을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피해자들만 찾는 게 아니라 흔한 질병들까지 가시적으로 구체적으로 찾아야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삼성과 반도체만이 아니라 전자산업 전반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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