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나선 孫 ‘선명성’ 드러낼까

[시사포커스=이경익 기자]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투쟁을 본격화하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이번 대치에 대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유신 때도 없었던 의회 민주주의 파괴이자 의회 쿠테타”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동안 손 대표는 연평도 사태로 정국이 어지러울 때도 정부의 4대강 예산안을 두고 삭감할 것을 강조해왔었다. 연말 정국에서 예산안 집행 건은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로 노림수가 실패로 돌아간 지금 손 대표가 선택할 다음 대응책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평도 정국에도 한미FTA-4대강예산 불씨 살려


최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행보는 反MB, 진보노선 강화로 분류된다. 대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며 정치권 현안의 전면에 나선 손 대표는 불법사찰과 대포폰을 부각시키며 현 정권과 여당에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주도권을 내주면서 그동안 준비한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당내 분위기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해 이를 규합하고 바로 잡느라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한미FTA와 4대강 예산 삭감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 대표 취임이후 터진 악재에도 연말 예산안과 한미 FTA 추가 협상에 관해서는 끊임없이 이슈화 시키며 불씨를 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손 대표는 한미 FTA와 관련,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긍정적 시각으로 평가했던 점 때문에 여당 의원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정국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선봉에 나서면서 과감히 과거의 모습에 선을 긋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한미 FTA 협상 과정과 결과가 공개 되면서 과거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자동차 수출부분까지 타격을 받자 더욱더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협상 결과에 대해 맹비난했다.

그는 “국민의 눈에 비친 한미 FTA 협상 과정과 그 결과는 한미동맹 때문에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통째로 내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 불만과 아쉬운 점은 있어도 그나마 자동차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해 그 정도로 이익의 균형을 받아들였던 것인데 그것마저 다 깨져버리고 나니까 할 말이 없어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재협상은 없다고 강변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변명 한마디 없이 잘된 협상이라고 우기니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겠는가”라며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국민은 또다시 의혹의 눈길로, 불안한 마음으로 정부를 쳐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맹비난 하는 한편, 4대강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여당에 강력하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의 당 대표로서 보여줘야 할 투사적 이미지와 리더십을 강조한 행보이다. 야권에 ‘손학규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른 만큼 더 진보적이고 강경하게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민생 복지에 써야 할 돈을 4대강에만 쏟아 붓고 있다”면서 “야4당 의원 95명은 몸을 던져서라도 4대강 예산안을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숫자가 모자라지만 힘으로라도 막아내겠다”며 물리력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대권 주자로서 이번 기회에 여당과 확실히 선을 긋고 과거 전력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손학규 투사 이미지 부각시켜


실제로 손 대표가 선택한 카드는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을 막기 위한 본회의장 점거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대적인 봉쇄 움직임을 보이며 무력 충돌까지 예견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여야 간 대치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손 대표는 “이제 드디어 비상상황이 시작된 거 같다”며 “지금 여당에서는 시일을 오늘 저녁으로 정해놓고 오늘까지 끝내야 한다고 우격다짐을 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며칠 더 예산을 심의 하는 것이 잘못인가. 어차피 법정기일이 지났기 때문에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어 “정정당당하게 할 것은 해 주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예산심의에 임하는 자세”라며 “4대강 예산은 국토를 헤치고 자연과 생명을 죽이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고, 이 같은 예산은 복지와 교육으로 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끝까지 합리적인 목표를 갖고 당당한 자세로 예산 심의에 임하고, 오직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고, 예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결연한 자세로 할 것은 하고 막을 것은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특히 야당 의원들을 회의장에도 못 들어오게 막은 채 4대강 주변 개발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게 고한다. 손학규를 밟고 넘어가라”며 “하지만 결국은 못 넘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4대강 예산 삭감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며 “그러면서 대포폰이나 불법사찰은 유야무야 넘어가려한다. 민생은 짓밟힐 것이고 나라는 전쟁분위기로 몰아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87명 야당이 어떻게 한나라당을 당해내겠느냐고 하지만 한 사람이 열명, 백명 몫을 해내며 결사항쟁 한다면 이길 수 있다”며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이처럼 손 대표가 4대강 예산 삭감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보이며 선봉에 서자 야권 역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진보세력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 약간의 이견을 보여 왔지만 손 대표의 리더십에 뜻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야권연합은 국회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으로 통하는 중앙 홀에 집결해 여당 인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야권의 농성에도 결국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는데 성공하며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반대 과정에서 자유선진당과 갈등을 일으켜 향후 관계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선진당 의원들이 예산안에 손을 들어줄 것을 우려한 민주당 당직자 및 보좌진들이 출입을 저지하며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계속되는 실랑이에 출입이 어려워지자 이회창 대표는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며 “그동안 대화가 통할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본격적 장외투쟁 강경행보 이어 나간다’


예산안 결사반대를 외치던 손 대표는 결국 예산안 및 주요 법률안이 강행 처리되자 크게 격분했다. 손 대표는 100시간 동안 농성에 돌입한 뒤 장외 투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앞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천막 농성’에 돌입한 뒤 권역별·지역별 대규모 정치 규탄 대회를 통해 ‘4대강 예산 무효화 국민 서명운동’ 등을 가질 예정이다.

당 내 분위기도 ‘장외 투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손 대표의 장외 농성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100시간 농성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이명박 독재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퇴진을 위한 투쟁을 재가동해 장외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장기적으로 정권 투쟁의 승리로 결말짓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시국회 및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국회 내에서도 투쟁해야 된다”며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강행 처리 이후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했지만 손 대표가 적극 만류해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 뒤 “민주당 의원 모두 똘똘 뭉쳐 달라”며 “앞으로 청와대 민간인 사찰 및 대포폰 게이트 등 현안에 대해 결코 포기하지 않고 국정조사를 쟁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의원들의 장외 투쟁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1·2월에는 출국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배수의 진을 쳐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또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통과된 일부 법률안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수단도 마련키로 했다.

손 대표의 주도 아래 계속된 강력한 대응에도 불안요소는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국민 여론이 여야의 정치전쟁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장외투쟁은 또 다른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 두 번째는 본격적으로 한파가 시작되는 시점에서의 장외투쟁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문제점 속에서도 당분간 손 대표의 강경책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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