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본회의장 ‘폭력’과 ‘강압’으로 얼룩져


[시사포커스=권현정 기자] 故 리영희 한양대 교수의 영결식이 있었던 8일 국회는 다수 여당인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몸살을 앓았다.

‘상식’과 ‘이성’이 사라진 국회 본회의장은 ‘폭력’과 ‘강압’으로 얼룩졌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9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 있었던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하며 “어제의 사태는 군사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폭력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이 나라 헌정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먹과 발길질이 난무하고 혈흔이 낭자한 참으로 ‘목불인견’의 의사당이었다”면서 “세계 어느 국회에서 과연 이러한 광경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라고 자괴감 섞인 심경을 토로했다.

유 의원은 여당 쪽에서 건장하고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을 폭행, 치밀하게 계획된 폭력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졸렬한 폭력 앞에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물러나지 않고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하며 “폭력의 전말을 조사하고, 그 하나하나의 행동에 대해 법적인,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험한 꼴을 봤다”며 강기정 의원의 폭행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실제 전날 본회의장에서는 우람한 체격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으로 강기정의원의 안면을 강타해 강 의원은 현재 입원 중이다.

박 원내대표는 “박지원, 박병석, 백원우, 강기정 이렇게 네사람이 서 있는데,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 얼마나 덩치 큰 사람이 와서 그대로 한방을 쳐 버렸다”며 “피가 낭자해서 ‘얼른 병원으로 빨리 가라’고 했는데도 강기정 의원은 ‘본회의를 지키겠다’고 끝까지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한양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입 안쪽으로 8바늘을 꿰매고 턱관절과 치아가 전부 흔들려서 9일 CT촬영을 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손가락이 부러졌고 김유정 의원은 의자 사이에 다리가 끼어서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정 의원실 보좌관은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져 20바늘을 꿰맸고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김성회 의원의 폭행에 ‘정당방위’라는 방어막을 펼치며 역공에 나섰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8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보좌진들이 김성회 의원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김성회 의원도 지금 많이 다쳐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화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과 김성회 의원의 ‘정당방위’ 운운은 독재의 DNA가 흐르는 한나라당다운 궤변”이라며 “마치 전두환 독재가 5.18 광주 민주항쟁을 두고 ‘성공한 쿠테타’라고 주장하는 격”이라 반박했다.

또 전날 함께 강행 처리를 막았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 예산안과 법안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키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에서는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야당대표를 집단폭행한 폭력집단 한나라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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