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 녹취록까지 공개했건만... '혹'만 붙인 해명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7일 철도청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해 ‘의원님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과의 통화 내용 녹취록도 공개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여전히 사건의 전모에 대한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광재 의원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 이 의원은 "작년 여름 전대월이란 사람이 찾아와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해서 석유전문가이자 미국 시민권자이고 유전관련 일을 하고 있는 허씨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만나보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왜 이렇게 무리한 일이 진행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저 스스로도 왜 이렇게 무리한 일이 진행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제가 전대월을 믿고 도와주려고 생각했다면 제가 속해 있는 산자위 산하기관인 석유공사에 연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의원은 또 “철도공사에 압력이나 부탁을 했다면 철도공사는 저한테 와서 진행경과를 설명하거나 여러 부탁을 하였을 것인데 일체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서 “요즘 공직사회가 누가 부탁을 한다고 해서 자기가 다칠 일을 하는 풍토는 아니라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제가 관여해서 당사자들이 다치거나 손해보게 되었다면 저를 협박하던지 러시아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받게 해 달라던지 각종 부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저는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저로서는 알 길이 없다”면서 “제 누나를 사칭하고 사기치다 구속된 사람도 있는 등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우리사회가 냉정하고 지성이 넘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영용 본부장이 의혹의 열쇠? 왕 본부장은 철도공사가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진술돼있다. 신광순 철도공사사장은 녹취록에서 “왕 본부장이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가져왔으나 상황이 너무 생소하고 결정하기가 어려웠다”며 “정책심의회의에서 다뤘는데 당시 왕 본부장이 사업성이 있고 삼일회계법인에서도 실사했고 매년 7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고 말했다. 신 사장은 “정책심의회의를 두어번하고도 결정을 못 내렸으나 주관 본부장이 열성적으로 얘기하니 ‘한번 해보자’고 해서 계약하게 됐다”며 왕 본부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허씨는 “전대월 소개 닷새 후에 보니 전대월과 왕영용이 '형님, 동생'하며 의견이 잘 맞더라”며 “왕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을 한번 보자고 했음에도 나에게는 안 알려주고 두 번씩 자기들(전씨와 왕 본부장)만 다녀왔다” 고 덧붙였다. 이 의원측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전씨와 왕 본부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KCO 주식 인수 과정 러시아 유전사업 투자를 위해 만든 회사(KCO)의 주식을 철도교통진흥재단이 인수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 리베이트가 오갔는지 명확치 않다. 허씨는 “9월 중순쯤 왕영용이 전화해 철도청이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며 나에게 ‘대표이사를 하라’고 했다”며 “이튿날 서류를 보니 내 주식 5%를 0.1%로 줄여놓고 철도이 99.9%가 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KCO 주식을 전량 철도재단에 넘긴 경위에 대해 “회사(하이앤드)가 부도나자 은행에서 철도재단이 KCO의 100% 지분을 가졌을 경우 돈을 주겠다고 해 주식을 120억원에 재단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측은 이 과정에서 “전씨의 사업 파트너인 권광진 쿡에너지 사장이 120억원 중 자신이 받을 액수가 36억원인데 이를 주지 않을 경우 ‘뉴스나 신문에 발표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증명을 신 사장과 허씨에게 보냈다”며 주식 인수 과정에서 빚어진 이권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엇갈리는 진술 녹취록은 이 의원 비서관이 지난달 말 허문석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 신광순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과 통화한 내용 요약본. 이 의원은 “그들의 변명에 의해 피해를 볼 것 같아 통화 내용을 녹취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씨는 이 의원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소개로 알게 된 전씨와 철도청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을 연결해줬더니 전씨와 왕 본부장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대표이사 직함만 있었을 뿐 사업진행 과정은 물론 계약이 파기된 경위도 몰랐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씨도 “철도청이 (이번 사업에) 들어온 게 의아했다. (우리은행에서) 철도재단이 100% 했을 경우 돈을 주겠다고 해서 빠졌다. 한국크루드오일 주식 120억 원어치를 재단에 넘겼다”며 발을 뺐다. 신 사장은 “상황이 너무 생소하고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주관 본부장이 열성적으로 얘기하니 ‘한번 해 보자’고 해서 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왕 본부장이 △사업성이 있고 △놓치면 아까우며 △매년 7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광재 의원은 한나라당이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자신의 개입의혹을 제기하는데 대해 "증거를 제시하면 자신이 책임을 지고 그렇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표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8일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낸 글을 통해 "박 대표는 자신이 철도공사에 압력을 행사 또는 권유했거나 은행대출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오는 10일까지 제시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박 대표가 "'드러난 것 이상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박 대표가 부활시키려는 '낡은 정치'를 온 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의혹 조사는 조사기관에 맡겨야 하며 필요하다면 감사원이든 검찰이든 조사에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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