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좋은데...딱히 말할 수도 없고’

[시사포커스=이경익 기자] 북한이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에 직접적으로 폭격을 행사하면서 정치권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특히 대북관계에 있어서 평화체제를 강조하던 진보정당들은 하루아침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어 무작정 평화만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선택한 것은 북한의 무력도발 중단 요구와 정부의 대북강경책 비판이다.

연평도 사태에 대해 각 진보정당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비난했다. 민간인이 사망한 시점에서 이미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대북 강경책과 함께 군사적 무력 대응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군사적 무력 대응 중단해야”


연평도 사태가 일어나자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충격과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이러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우 대변인은 “서해상에서 모든 군사적 무력 대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에 대해 “즉시 단절된 핫라인을 복구하여 평화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민노당의 이 같은 논평은 군사적 무력 대응을 통한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 남북관계를 경직시킨 원인이 현 대북정책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어 북한과 현 정부를 동시에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양비론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현재는 전쟁방지를 위한 평화운동에 초점을 맞춘 상태이다.

민노당은 “연합위기관리팀에서 데프콘을 3단계로 격상하게 되면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가게 되는데, 한반도 운명이 우리 손을 떠나 미국의 선택에 따라 좌우돼선 안 된다”며 “추가적 군사조치로 확전의 불씨를 만들지 말고 오직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절제하고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격앙된 여론은 대북 강경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평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매일 저녁 ‘평화를 위한 시국기도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화는 물러서는 것도 굴복하는 것도 아니며, 파국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화뿐”이라며 남북모두 상호 공격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이냐 평화냐 기로에 서 있다. 전쟁과 폭력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대화밖에 길이 없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여론에 대화를 통한 평화해결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즉각적인 남북 대화와 6자회담 복원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남북은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미대화도 본격 시작돼야 한다”며 “시급히 6자회담을 복원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2, 제 3의 충돌은 정전협정 체제 아래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6자 회담의 결과는 평화협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평화협정으로 입장 정리


진보신당 역시 양비론의 입장에서 민노당과 그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신당은 연평도 사태 이후 즉각 “휴전 이후 우리 영토와 민간인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진 최초의 사건”이라며 큰 충격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명백한 북한의 도발 행위이며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한국전쟁 이후에 최초로 민간인 지역까지 포격해서 민간인 사상자가 난 이번 포격은 용납할 수 없는 무력도발이고 북한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은 이 사태를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 대표는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조 대표는 “무력과 전쟁으로는 절대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민노당과 같은 노선을 지향하지만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양비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조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국회 대북 결의안 채택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노선을 추구하는 민노당이 ‘대북 규탄결의안’을 표결할 때 기권 표를 행사하며 소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조 대표는 대북 규탄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대북규탄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라고 하는 군사적 대응을 핵심기조로 하고 있기에 결국은 양쪽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확전의 가능성이 있고, 국지전과 전면전의 구분이 불가능하기에 작은 무력부터 큰 무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진보신당이 평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민노당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고 국민참여당도 성명을 통해 “군 전력을 보강하는 것보다 즉각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급선무”라는 입장을 밝혀 야권의 의견은 어느 정도 통일되는 것으로 보인다.

맏형 격인 민주당 역시 햇볕정책을 고수하며 평화를 위한 대화를 언급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입장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야권 전체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연평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대북정책에 대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먼저 공격하게 되면 전면전의 가능성이 있다”며 “전면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냉철하게 대응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북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연한 정책과 분단 상황이 파괴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정 부의장은 “강경대응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강경대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남북 사이가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었으니 남북 정상이 만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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