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강경 단일노선 이어질까?

[시사포커스=권현정 기자] 11월 28일 중국은 12월 10일 안에 6자회담을 갖자고 우리 측에 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일본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아직 한-미-일은 ‘회담’보다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회담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 차후 미국과 중국의 협의 결과에 따라 회담의 성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의 최측근인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미국과의 대화나 6자회담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선전 활동을 펴고 있지만 체제안정화를 위해 경제 환경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에서 회담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든 상황이다. 또 러시아가 회담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6자회담에 적극 나설 태세다.

지난 30일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중국이 제안한 북핵 6자회담 긴급 협의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르킨 대사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당사국이 대화에 참여한다면 유용할 것”이라며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은 만큼 중국과 미국이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이미 중국은 6자회담을 긴급히 제안했고 러시아가 동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회담 재개에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남한도 6자 회담을 거부하고 강경 대응만 고수한다면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어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반면 민주당과 야당, 시민 사회단체에서는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의 강경 대응에 따른 군사적 조치는 필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대안을 세우는 외교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종료 그 후


12월 1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됐다. 한미 연합군의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2,3차 추가 공격을 운운하며 위협을 가했다.

중국도 이번 훈련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마’를 긴급 배치하고 K-9 자주포를 증강하는 등 방어태세의 수위를 높이며 훈련을 강행했다.

대규모 연합훈련이 끝난 후에도 합동참모본부는 6일부터 12일까지 동해와 서해, 남해 29곳에서 사격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미 계획돼 있는 연합해상훈련도 연내와 내년 초라는 시점을 놓고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 7함대의 전력이 참가하는 연합해상훈련은 연내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군의 포격으로 중단된 해상사격훈련도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제의 지역’에서 문제가 됐던 ‘사격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군은 북한의 움직임에 당장이라도 공격을 가해 명예 회복이라도 할 모양새다. 군은 북측이 다시 도발할 경우 F-15K 전투기까지 동원해 보복한다는 입장이다.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인민군 총참모장인 리영호가 최근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 주민들의 내부 결속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나 6자 회담이 필요 없다는 식의 선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탈북자 단체 NK지식인 연대를 통해 알려졌다. NK지식인 연대에 따르면 리영호 총참모장은 집집마다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연평도 포격은 남측의 도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전 내용에는 “더 이상 미국과의 대화나 6자 회담은 소용이 없다”, “남한에 대한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연평도 공격은 김정은의 최측근인 리영호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북한의 지도부는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해 관심을 ‘김정은’에게로 돌리고 ‘김정은’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 결집을 이끌어 내려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체제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인 경제난 극복은 결국 ‘회담’이나 ‘대화’를 통해 가능하므로 북한의 이 같은 선동 행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가운데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중국은 국제 여론을 의식한 듯 발 빠른 중재 노력을 이어갔다.

지난달 27일에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한국에 급히 파견했고 이어 28일에는 6자회담을 우리 측에 먼저 제의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는 베이징 방문길에 오른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만나 북-중 관계와 연평도 도발, 우라늄 농축 문제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중 중국은 사태의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달 상순 6자회담의 재개를 희망하며 관련 당사국들의 냉정과 절제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대응은 북한의 도발 이후 진척 없이 일관되게 보여 온 모습으로 일각에서는 국제적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 “강경하되 대화 노력 필요해”


12월 2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기자 회견을 열고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나라 전체의 위기 상황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더 이상의 군사도발과 인명 살상은 씻을 수 없는 민족적 범죄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에 전쟁 차단을 위한 대북 강경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6자 회담 재개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내 486의원들의 모임인 진보행동도 북한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에 대결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남북 간의 대화 창구를 복원해 대화를 통한 이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모색해줄 것을 당부했다.

진보 행동은 “주변국에 대한 평화외교를 강화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마련을 주문했다.

국민참여당도 2일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정부의 근원적 개선대책을 요구했다. 국민참여당은 정부에 “6.15, 10.4 정상선언의 약속을 회복하고, 6자회담으로 복귀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국제적 보장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지난 2일 긴급토론회를 열고 연평도 포격 이후 위기에 봉착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이 합의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과 구체적인 실현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10.4 선언에서 이미 남북정상이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실현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긴급과제”로 보고 정부가 남북대화의 길로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야당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시민 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 시국회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 항공모함이 나선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서해에서 시작되자 한반도는 전쟁 전야가 되었다”면서 “군사력을 앞세워 또 다른 무력 충돌을 야기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대화’라면서 ▶ 위기의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남과 북 그리고 주변국들이 즉각 대화에 나설 것 ▶ 한반도 긴장의 평화적 해소방안을 마련할 것 ▶ 한반도 평화를 위한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 등을 요구했다.


李 대통령의 ‘미묘한 변화’?
강경일변도서 中 역할 강조


지난 1일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안보자문단의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감지됐다.

무엇보다 북한을 중심으로 관련 당사국인 중국과의 신뢰가 구축된 점을 들며 네트워크의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언급한 점은 강경일변도였던 북한의 문제에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접근하려는 의도로도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국제적 파워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우리 정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와 함께 최근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로 우리 당국자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평가가 있었던 만큼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북한 문제에 무조건적인 강경일변도 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날 이 대통령은 “‘한미 대 북중’의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구도가 분리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현실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고 북한의 도발 과정에서 노출된 군 당국의 부실한 대응 태세로 여론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 여론도 ‘대화’를 주문하고 있어 현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만 일관하기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한국 외교부 고위 인사들의 대북관은 ‘김정일 사후 붕괴론’, ‘MB 대북 동결관계 유지’ 등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핵심 외교 인사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사고방식이 유출된 것도 문제지만 차후 발생될 급변 사태에 대한 대비계획만 세웠을 뿐 당장의 현실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던 것도 문제가 됐다.

김정은의 3대 세습이 공식화 되면서 북한은 이례적으로 남측에 수해 지원을 요청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먼저 제안하는 등 유화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남한은 북과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는 등 그 동안 북한과의 관계는 한미 모두 북한의 변화를 먼저 요구하며 거리를 두는 양상이었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미국과의 대화와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그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는다면 북한은 제2, 제3의 도발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실상 불리하게만 돌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남북문제를 풀어갈지,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3국(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어떠한 방향으로 3국의 공조가 이뤄져 상황이 진행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