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시장 올 들어 10% 이상 위축…농심이 ‘타격’ 심해

대한적십자사가 북한 수해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에 구호물품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11월 25일 인천항을 출항하게 될 구호물품 중 눈에 뛰는 것은 바로 즉석 컵라면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쌀 5000톤 이외에도 컵라면 300만개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이처럼 라면은 별다른 조리기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한 식품이다. 수재민이나 재해민들에게 바로 투입되는 것도 컵라면이고 해외에서 각종 대형 재난 발생시 우리 정부가 외국에 보내는 물품 중 가장 으뜸도 라면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1963년 탄생했다.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은 1963년 9월 15일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일본 묘조식품에서 기계 2대와 기술을 도입해 라면을 만들게 된 것이 그 시초다.

처음에는 먹는 방법까지 알려야 했던 라면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소비되는 라면은 약 34억8000만개(2009년 기준)로 국민 한 명이 1년간 평균 71개의 라면을 먹는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그런 라면이 이제는 서민들의 입맛에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라면의 인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라면은 그동안 한결같이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로 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다른 식품에 내어줄 처지가 됐다. 타격은 업계 1위이자 라면 중심의 사업구조를 거진 농심이 제일 컸다.  

이에 본지는 연간 1조9000억원 규모인 국내 라면시장이 올 들어 10% 이상 위축되면서 비상 신호가 켜진 라면업체의 현주소를 농심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11월 9일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신라면’과 ‘너구리’ 등으로 국민에게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라면 생산업체 농심의 주가가 이날 장중 한때 19만9500원까지 떨어졌다. 농심의 주가가 장중 20만원 밑으로 하락한 것은 22개월 만이다.

농심의 주가 약세는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라면을 찾는 손길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라면 판매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라면 소비 감소세는 관련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로 농심의 라면 판매량은 지난 2분기 지난해 대비 6% 감소했고 3분기에도 9%로 감소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농심의 올 3분기 전체 매출액은 4572억원과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1%, 41.6% 급감했다.  

지난 2월 라면 가격을 내리면서 농심의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요즘처럼 정부의 물가관리가 엄격한 시기에 라면값을 올리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삼양도 농심과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매출액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의 특성상 수익은 급감했을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농심, 국내시장에서 힘 못쓰는 이유

그렇다면 농심은 왜 국내 라면시장에서 힘을 못쓰는 것일까? 그건 국민들의 입맛이 다양해졌다는 의견과 웰빙바람으로 인해 라면보다는 건강식을 택한 사람의 수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업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라면 소비 감소의 주 이유는 싼 가격 대 높은 맛이 매력이었던 라면에서 햄버거, 피자와 같은 즉석식품에서 소비자의 입맛이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컸다. 이와관련 패스트 푸드업체인 롯데리아와 피자헛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많게는 18%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최근 불어닥친 소비의 트렌트가 웰빙으로 자리잡고 식품의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난 것도 라면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산에 사는 이윤정(33)씨는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조금씩 라면을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나트륨 함량이 높은 라면보다는 다른 먹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농심를 비롯해 라면업체들은 MSG 무첨가 등을 내세우며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번 멀어져간 소비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어려운게 사실이다. 통계청의 자료를 봐도 라면소비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잘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1256억톤이었던 라면시장 규모(출하량 기준)는 올 들어 매분기 감소해 3분기에 1099억톤으로 감소했다. 즉 작년까지 국민 1인당 평균 5일에 한 개꼴로 먹었던 라면 소비량이 이제는 6일에 한 개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은 감소하는 데 반해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라면업체들의 영업이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농심, 위기 탈출 위해 신시장 개척 나서

이런 가운데 농심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농심의 그 첫 번째로 외식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11월 16일 한국형 쌀국수 전문점인 '뚝배기집' 1호점을 서울 중구 순화동에 오픈했다고 밝혔다. 뚝배기집은 농심의 외식 브랜드로는 카레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에 이은 것으로, 농심의 외식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심은 면 외식사업을 위해 지난 7월 ㈜뚝배기 법인을 설립하고, 농심 녹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쌀 90%의 면과 신선한 식자재를 활용한 한국형 쌀국수 전문점을 추진해왔다. 뚝배기집의 주요 메뉴로는 진하고 구수한 '설렁탕면'을 비롯한 '쌀짜장면', 담백한 '잔치쌀면' 등이 있으며, 가격은 메뉴당 4,000~6,000원대다.
또한 해외시장 공략도 하나의 성장교두보로 보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해외시장의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10%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해외사업도 꾸준히 순항해 중국과 미국법인의 올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35.4%, 15.4%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시장이 정체기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일례로 중국의 경우 상하이에 공장이 있지만, 중국 내륙지방까지 마케팅을 하면서 판매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밖에도 국내에서도 수익 다각화를 위한 외식사업과 새로운 트렌드인 쌀국수를 통해 라면 카테고리 폭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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