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친기업 정책 수혜자 롯데그룹의 '자충수?'

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롯데그룹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핵심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청와대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정식 허가받으며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최고의 수혜자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SSM문제로 여론의 질책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청와대는 물론 국회에게까지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 반경 500m 내에 SSM 입점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이 11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기업의 유통업체들에 대해 시선이 곱지는 않다. 이 때문에 그 중심에 서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더욱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이에 롯데의 대표적인 SSM 브랜드인 롯데슈퍼는 기존 동네 상권이 아닌 아파트 미입주 지역이나 신도시 등 기존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을 미리 자리 잡는 방식으로 출점 전략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변 상권의 반발과 현 정부의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신사업으로 성장한 SSM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 정부와의 관계가 더욱 소원해 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SSM사업 공격적으로 펼치는 롯데그룹

11월 11일 유통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 홈플러스, GS 등이 SSM사업을 하고 있으나, 롯데슈퍼가 전국 234개로 가장 많다.

롯데그룹은 2001년 SSM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는 SSM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롯데슈퍼에 사업역량을 강화할 것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SSM사업은 롯데내부에서 주요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다 강력한 리더쉽과 저돌적인 스타일의 소진세 대표가 롯데슈퍼에 취임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거듭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펼친 결과 지난해 롯데수퍼는 GS슈퍼를 제치고 1조 500억원을 매출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SSM사업 9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앞으로 롯데는 1위인 슈퍼마켓 부분에서 올 연말까지 260개의 점포를 늘려 2,3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일 예정이다.
 

롯데그룹, 유통부문 활로 SSM사업 높이 평가
 

대형마트 부분이 이마트에 밀려있는 상황에서 롯데로서는 SSM사업을 유통부분에 활로로 여기고 있어 앞으로의 SSM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부회장도 신성장 동력으로 SSM사업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동안 신동빈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SSM사업이 최근 정부의 강력한 ‘친서민정책’과 부딪쳐 진퇴양난에 빠졌다.

롯데그룹에서도 SSM문제로 정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방침에 협조하자니 이미 벌여놓은 SSM사업이 너무 커진 상태라 자칫 계속 이를 끌어나간다면 정부의 역풍마저 맞을 기세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MB정부와 밀원관계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현정부가 내세우던 기업친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청와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짐이 됐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동안 롯데그룹은 군사용 활주로의 위치를 바꾸면서까지 제 2롯데월드 신축허가를 받아낸 뒤로 특혜 논란에 시달려왔다.
실제 국방부의 반대와 안전성 논란으로 10여년간 지지부진하던 인허가 과정이 새정부 출범이후 급물살을 타더니, 지난 6월 22일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건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롯데는 신격호 회장이 23년간 고대하던 숙원사업의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롯데, 비판여론에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 신설

사정이 이쯤 되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신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SSM 확장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위장개점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선 것이다.

또한 신 부회장은 10월 26일 사장단회의에서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 신설을 지시했다.
심지어 롯데마트 협력사인 안성의 한 버섯농장을 방문하는 등 이 대통령의 ‘상생’과 ‘현장경영’에 따르는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즉 정권과의 심상찮은 기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현재 특별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롯데건설에 이어 최근 롯데미도파에 대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 검찰이 기업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조사를 받는 만큼 롯데그룹이 이번 사정대상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롯데가 최근 SSM문제로 질책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재계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로 정부의 혜택을 얻었으나 SSM으로 신뢰를 잃은 꼴'이라는 웃지못할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특혜를 받는 기업이 아마 롯데일 것”이라며 “대기업 중에서 특히 롯데가 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아왔는데 정부의 입장이 바뀌면서 밀월관계가 사실상 끝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정부의 규제와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SSM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SM의 매출성장세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궈놓은 새로운 성장동력이기에 앞으로의 성과 또한 무시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포화상태에서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SSM의 시장규모는 매년 20%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동빈 부회장이 SSM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표현은 와전된 것이라며 좀 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이었다”며 “그동안 MB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지적이 많았는데 우리로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지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롯데그룹이 SSM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그 행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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