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암묵적 동의아래 박 회장 조용한 복귀 성사

과연 박삼구 회장의 경영 복귀를 주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월 29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박삼구 명예회장이 11월 1일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로써 기업의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춰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영업실적 호전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조기복귀는 우량기업을 위기에 내몰았던 장본인의 귀환으로 불리는 만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박 회장의 복귀에 비판어린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노조 역시 “박 회장 복귀는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의 복귀에 다양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복귀가 그의 측근들의 물밑작업과 채권단의 암묵적인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본지는 박 회장의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주변의 반대의 시선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박삼구 회장이 돌아왔다. 전문 경영인 박찬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금호아시아나 대표자리가 공석이 된지 3개월만이다. 이는 오너자리의 공백기간이 장기화된다는 우려 속에서 복귀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따라 박 회장의 경영 복귀가 금호아시아나와 채권단의 희망처럼 경영 정상화를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일 본사 27층 집무실에 출근해 계열사 사장단의 회의를 주재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석유화학 계열사를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대한통운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을 맡게 됐다.

박찬법 회장의 사퇴 직후 박 회장은 “새로운 모습으로 앞장서 뛰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내 복귀의지를 강하게 비쳐보였다.

박 회장 복귀, 경영진 공석에 따른 예정된 수순?

이와같이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경영진 공석이라는 점과 함께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박찬법 회장이 지난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3개월간의 경영공백이 있었고 채권단은 그룹의 회장직 공석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 등 계열사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박 회장의 복귀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른 구조조정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와 복귀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의 복귀는 오히려 금호그룹의 워크아웃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박 회장의 부실책임론 또한 여전히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의 복귀를 막지 못한 책임 역시 정부의 ‘공정사회’ 이미지하고도 맞지 않는다고 의견이다.

이 때문에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박 회장의 복귀는 명분있는 지지는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 항공 노동조합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등 노동조합 역시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강하게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성명을 통해 “워크아웃의 주범 박삼구 회장이 경영복귀한 것은 임금삭감과 생산량증가로 피땀흘려 일하고 있는 조합원을 무시한 행위로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채권단은 워크아웃 MOU체결 약정에서 금호타이어 대우건설지분 5.6%(약 3200억원)매입과 약 2000억 출자전환을 하기로 했으나 채권단은 MOU체결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금호타이어는 채권단 부담금액 5000억원 정도 빚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부채가 증가하여 워크아웃 조기졸업은 그만큼 멀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실패 책임자는 경영복귀하고, 채권단은 MOU체결을 파기하고 사기꾼(채권단, 경영진)들 놀음판에 돈대주는 꼴이 됐다”며 “2010년 임단협 조기교헙으로 임금 40%삭감, 단협개약, 생산량 증가 등으로 워크아웃 모든 고통은 오로지 현장조합원에 전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부실 불법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 강력 비판”

시민사회단체의 반응도 비슷하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록 금호그룹 총수일가가 계열사 주식과 자산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 유지를 보장받았다고 하나, 부실경영 및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이 미진한 상황에서 다시 복귀하는 것에 대해 박삼구 회장 본인은 물론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먼저, 총수일가가 출연한 사재가 부실경영의 책임에 상응하는 것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2월 30일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 일체를 넘기고 그 처분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해당 지분 대부분은 이미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있는 것들이었으며, 그밖에 집은 사재 출연 대상에서 빠져 있었고, 선산과 임야 등 다른 부동산도 합쳐봐야 5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형제간에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경영권 다툼마저 벌였으니,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보다는 경영권 확보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그룹 지배주주 일가는 그룹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계열사를 통해 이익을 챙기고 소유지분을 처분하기도 했다”며 “2005년말부터 총수일가가 100%지분을 보유해온 금호개발상사(주)는 금호타이어(주)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로, 총매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 매출을 통해 꾸준히 영업이익을 늘려 왔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는 2005년 배당금으로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하였으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당기순이익의 90%에 달하는 배당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박삼구 회장 등 총수일가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금호개발상사(주)의 지분 전부를 금호피앤피화학(주)과 금호알에이시(주)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바라보는 노조와 주변의 우려 속에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해소할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회장과 채권단의 경우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실패할 경우 그 책임소재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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