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입성 탈락'... '지명직도 배제'

김두관,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및 상임중앙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변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낙마다. 김 전 장관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각 진영에서 수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 2위에 올라 ‘안정권’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초반부터 대세론을 몰고 다닌 문희상 후보와 함께 다른 진영의 후보들에게 ‘집중 공략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결과 김 장관은 151표 차이로 유시민 의원에 이어 5위를 차지, 상중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 후보의 가장 큰 패인을 ‘영남표의 분열’에서 보는 시각도 많다. 그 이면에는 영남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김혁규 의원의 전대 출마를 포기하고 문희상 후보를 밀었던 ‘실용-개혁’ 구도로 갈라진 선거에서 김 후보를 지지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상중위에 진출할 경우 영남지역 내 ‘힘의 균형’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유력자들 사이에 존재했고, 때문에 지역 대표성을 내세웠던 김 후보에게 영남표를 고스란히 내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열린우리당의 4.2 전당대회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향후 행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개성이 뚜렷한 김 전 장관은 유일한 원외후보이자 영남권 대표성을 지니고 있어 당권경쟁 중반까지만 해도 김 후보의 지도부 진입은 확실해 보였다. 문희상 후보에 이어 2-3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유시민 논쟁'국면을 거치면서 유 후보와 동시에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 추세가 결국 전당대회 당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세를 올리던 유시민 후보도 턱걸이(4위)로 지도부에 진입했고, 김 후보 역시 4위와 151표 차이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함으로써 이번 경선 최대 이변의 원치않는 `주인공'이 됐다. ◆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 김두관 전 장관은 4일 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진출에 실패한 뒤 향후 진로에 대해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평당원, 기간당원으로서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지방 권력 교체를 위해 요청이 들어온다면 강연도 하고 지방자치. 분권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도 돕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지도부 입성 실패 이유에 대해 "내부의 전략 부재도 있었고 내가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누구 때문에 안됐다거나 누구에게 섭섭한 마음도 없을 뿐더러 대의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고향인 남해의 시골마을 이장 출신으로 2차례의 민선 남해군수, 경남지사 후보, 참여정부 초 행자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하던 김 전 장관은 이번 전대에서 당선될 경우 대권가도로 직행할 것이 예상됐으나,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김 전 장관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가 분명치 않게 됐다는 점에 있다. 김 후보는 2003년 9월 행자부 장관 취임 6개월만에 한나라당이 주도한 해임건의안 가결로 낙마한 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연수를 하며 절치부심했으나, 또 작년 4·15 총선에서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또다시 1년만에 지도부 경선에서 탈락했다. '가시밭길'의 연속인 셈이다. 국민참여연대의 명계남 의장이 경선 직후 김두관 전 장관을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김두관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46세의 젊은 나이에 상임고문직을 맡아 `원로' 대열에 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실무 당직을 맡기에는 전직 장관의 직함이 너무 무겁다. 또 같은 참여정치연구회 소속인 유시민 상중위원의 `반(反) 정동영' 발언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김 전 장관 본인이었다는 점도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악조건으로 당내 역할 설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장관은 `자치분권의 전도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향후 진로의 방향을 평소 강조해 온 `지방분권, 정당개혁'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향후 김 후보의 정치적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남아 있는 셈이다. 김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내년 지방선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는 4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실천적 리더십을 얘기한 사람으로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얘기하지 않겠다"며 "당에서 요청하면 서울이든 경상도든 내려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절망하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재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역운동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선거에서 여러번 졌지만 장렬하게 전사하지 않고 장렬하게 승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도 연속으로 하니까 힘들더라"고 덧붙였다. ◆‘동갑내기’유시민·김두관 ‘특별한’ 저녁식사 지난 2일 전당대회를 거치며 일부 언론에 의해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던 `김두관·유시민' 결별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이날 저녁 시내 모 음식점에서 유 의원과 단둘이 만나 식사를 같이 했고 기회가 된다면 의기투합해 `초심'을 살려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견상 `김두관·유시민 개혁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유 의원은 “김 전 장관은 원외에서 지원하고 나는 원내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이날 만남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김 전 장관이 정당개혁과 분권정치를 위해 자기 몫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히고, “심지어 ‘지금까지 고수해온 스타일대로 꿋꿋하게 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며 동갑내기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유 의원은 “같이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원외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원내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내가 돕고 원외에서 김 장관이 도울 일이 있으며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나아가 유 의원의 일정에 필요하면 적극 동참할 의사를 밝혔으며 유 의원도 지방권력교체를 위해 ‘지방자치분권’ 선교사로 나선 김 전 장관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같이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도 “선거과정에서 쌓인 고생에 대해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말하고, “한마디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회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시간이 좀 더 많으니 앞으로 유 의원이 요청하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적극 돕기로 약속했다”며 “누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 장기적으로 2007년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경선 막판 유 의원이 제기한 ‘친(親) 김근태 반(反) 정동영’의 역풍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없었는가”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선거기간에 그 정도 욕심도 가지지 못하겠느냐”며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나아가 “촌사람이긴 하지만 그런 일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며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지 누구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전 장관은 유 의원에게 “매주 2박 3일간의 지방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달라고 주문했고 나는 지방자치분권연대에 올인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당권경쟁에서 탈락한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에 대해 "꼭 지도부에 들어와야 할 사람"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장 위원은 4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손관수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장관의 탈락은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한 뒤, 김 전 장관을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또 지도부 내 개혁파로 분류되는 유시민 의원에 대해 "사심 없는 훌륭한 젊은 정치인"이라고 평가한 뒤 "표현방식이 거칠게 나타나는 것은 고분고분하게 얘기해봤자 통하지 않는 문화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며 "앞으로 지도부에 들어오면서 형식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위원은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원칙 없는 합당은 위험하다"는 기존 견해를 밝힌 뒤 "물리적으로 합치면 잘될 것 같지만 합치다 보면 패싸움이 난다"며 "먼저 우리당이 우뚝 서고, 그 뒤에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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