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죽음, 헛되지 않으리

한국의 피플파워와 '촛불시위'에 관한 토론회 촛불시위, 그 의미와 방향성을 고민하다 여중생 사망사건 1주기를 맞아 지난 주말 서울 시내에서는 월드컵 일주년 행사와 맞물려 여중생 추모촛불시위, 연세대 한총련 집회가 동시에 벌어져 시민들의 거리행진의 장관이 또 한번 재현되었다. 재가동되고 있는 촛불시위 행렬, 여중생 사망 1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객관적인 자세에서 당시 촛불시위의에 대한 열띈 논의들을 상기하고, 재 검토해본다. 통합 모색하는 우리들의 '촛불' 지난해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압사된 효순이, 미선이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는 시청과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우며 전 국민적인 시민운동으로 커간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이젠 그만 촛불을 끌 때가 되었다는 반대측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촛불시위에서 요구했던 '살인미군 처벌, 부시직접사과, 소파협정개정' 등 근본적으로 해결된 사항이 없어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니라는 두 가지 입장이 상충되어 혼란이 일고 있다. 촛불시위의 과제가 해를 넘겨온 지금 우리는 이 '촛불'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앞으로의 노선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지난 1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민중의 소리, 인터넷기자협회 공동주최로 '한국의 피플파워와 촛불시위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민족의 소리 김영욱씨의 사회로, 홍근수 목사(여중생범국민대책위 대표), 김제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채근식(사이버범대위 공동대표), 이철기(동국대 교수), 이재호(여중생문제해결 서울모임 운영자), 조대기(시민의 신문 편집국장), 이용대(범대위공동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노당선자 '촛불시위 자제해달라'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시청 앞에서 '촛불시위반대집회'를 연 바 있다. 한기총대표는 1월 6일 신년교례회에서 "촛불시위는 반미운동이며 지금 북핵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최대 위기상황인데 교회가 나서 반미로 치닫는 현 시국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민참여의 촛불시위의도 그 성격에 따라 광화문과 교보문고 두 군데로 이원화되어 벌어지는 등 시위 주도세력과 시민들간에 의견 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 12월2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여중생 범대위 대표들을 민주당사로 불러 "선 북한 핵문제 해결, 후 SOFA 개정" 카드를 제시하며 "호혜평등과 군사작전권 소유권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젠 미국이 알아들었으니 촛불시위와 반미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본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한 범대위 대표 홍근수 목사는 반대측이 제기하는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의 핵 폭탄 위협을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의견에 "핵무기를 북이 가진다면 나쁘고 미국이 가지면 괜찮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어떤 종류의 폭력과 핵무기에 의한 전쟁도 배격한다" 라고 반박한다. '북의 핵 보유여부'에 대해서는 "현실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미국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해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네바 협의를 깬 것도 미국이지 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이때야말로 한국은 미국에 더 이상 기대지 말고 자신의 운명을 택할 때'라고 발언했다. 결국 평화촛불행진은 맹목적 반미가 아닌 미국의 대한반도에 대한 정책개정을 촉구하는 자주운동'이라고 규정하며 '촛불'행렬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한국 피플파워의 발현, 이 '촛불'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앞으로의 노선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촛불, 그 노선과 생명력에 주목해본다. "냉전수구세력 집권과 전쟁 막았다" 촛불시위의 향방에 대해서는 단순한 추모행사나 소파개정 요구 항의집회를 넘어서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와 국가테러리즘에 반대하고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반전평화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으로 일치되어서 주목을 끌었다. 이에 이용대(범대위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을 빌자면 '미국은 힘의 외교로 잘나가던 남북관계 곳곳에 제동을 걸고 북한을 벼랑으로 몰아세워 한반도를 핵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 '결국은 반전과 반미는 서로 통일되는 개념으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의미에 대한 논의도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되었다. 토론자들은 촛불시위는 다양한 대안언론이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규정했다. 김제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또 촛불시위는 '낡은 폐쇄회로에서 벗어난 시민의 불복종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 집회는 여중생 추모인 동시에 더 이상 복종하며 불평등을 인내하는 것이 아닌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나아가는 것. '깨어난 시민들'이 미국과 정치권에 대해 '시민불복종'을 선언한 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 "홍세화씨는 한국사회에서 90%의 시민은 시민의식이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월드컵과 인터넷 두 계기를 통해 직접참여로 냉전의 낡은 폐쇄회로를 깨고있다. 21c는 낡은 것과의 결별하는 시기이므로 변화하는 시기에 참된 주인이 되자"고 강조했다. 이철기(평화통일시민연대)는 촛불시위는 2002년의 10대 뉴스뿐만이 아니라 '결국 지난 대선에서 냉전수구세력의 집권과 나아가 전쟁을 막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고 말한다. 역대 대통령 후보자들이 분단 50년 동안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논의해보지 않았던 미국에 관한 자주권에 동의하게 한 두 여중생은 결국 열사역할을 하고있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들은 또 87년 6월 항쟁이 한국사회 민주화의 분수령이 되었듯이 2002년의 촛불시위는 자주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던 87년 6월 항쟁이 발기 된지 5년 후인 2002년 6월 19일은 미군고압선에 감전된 전병록씨 장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만에 발생한 촛불시위는 제 2의 독립 운동과 같다는 것이다. 촛불시위가 반전평화의 메카되어야 또한 발전적인 방향에서 반미, 반미에 대한 색깔론식 공세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주권존중과 호혜평등에서는 동의하면서 유독 촛불을 대하는 태도가 부정적인 것은 우리 사회에서 반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착색'되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미'가 '미국은 무조건 싫다'는 인종적 반미가 아닌 이상, 애초의 목적인 주권회복과 호혜평등을 실현한다면 그때 가선 더 이상 '반미'로 찍힐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사실 모든 '촛불'이 일치된 목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여중생 범대위대책위는 '철수'를 요구하곤 있지만 소파개정에의 합의와는 달리 연합, 지지하고 있는 모든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미군철수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시위참가자 중에는 게스청바지 등 미국 옷을 입고 나선 젊은이들도 많다. 이데올로기로 가르지 말자. 이는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분열을 노리는 세력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촛불이 단 하나의 의미만을 지녀야 할 필요는 없으며 추모와 소파개정, 반 이라크 전, 평화주의 등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자리에서 토론된 촛불시위의 앞으로 추구해야할 향방에 대한 의견들은 아래사항으로 정리된다. 이데올로기 대결구도라는 폐쇄회로를 벗어나 대중적으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 첫째다. 이를 위해서는 '대사관행 고집'에서 한발 후퇴하여 공권력과의 충동을 최소화해야 하며 추모 비를 만드는 등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촛불시위가 구호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백일장 대회, 음악공연을 병행하는 등 자유로운 문화 행사로 키워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청소년들의 참여가 많은 점을 고려, 구체적인 SOFA개정안을 알리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기존의 집회를 계속하되, 촛불에 반전평화의 의미를 담아, 서울의 촛불시위가 반전평화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평화적'으로, 또 '대중적'으로 이어져가야 한다. 홍 목사는 토론을 마치면서 "범대위에 참여하는 200여 개 시민단체들의 요구와 주장은 모두 다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은 현실에서 다시는 이 땅의 자식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법을 개정하고 한미 권력관계를 재정립 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러므로 평화 촛불행진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새롭게 승화되는 촛불, 그 노선과 생명력을 주목해본다. 정순영 기자 jsy@sisafocus.co.kr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