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號 출항,.. 노무현 전 대통령에 사죄…‘친노 끌어안기’ 본격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외부로는 민주당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광주, 봉하를 직접 방문해 정통성 논란 해소에 나섰고, 내부로는 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영춘(49)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내정하며 체계를 잡고 있다. 손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그가 가진 조직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애초 당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심을 바탕으로 당대표에 선출된 만큼 그가 어떤 세력과 손잡을 것인지에 대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당대회의 최종 승리는 손학규 대표에게 돌아갔지만 한숨 돌릴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 산적해 있는 과제도 만만치 않지만 순수집단지도체제는 조직기반이 약한 그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친노진영 끌어안기?

민주당이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면서 당권을 쥐고 있는 주요 인사들도 모두 지도부에 입성하게 됐다. 특히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비주류 쇄신연대’의 수장 정동영 의원과 친노와 486을 아우르는 정세균 의원의 세는 당 운영에 있어 껄끄러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대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계파 간 화합을 주도하면서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쌓아가는 것이다. 당장 손 대표가 수락 연설을 통해 기득권을 가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기존 세력을 배제한 채 새로운 세력을 쌓는 것은 악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대표가 선택한 것은 친노 세력과의 화해이다. 손 대표는 봉하마을을 직접 방문해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과거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경포대’라 부른 일에 대해 사죄한 것이다.

손 대표는 “내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을 때 국가 원수였던 노무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LCD단지 허가해달라고 조르고 떼를 썼었다”며 “노 대통령이 준공식 연설 중 내게 ‘손 지사님,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했고 나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노 전 대통령과 손학규의 관계는 그것이 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 친노 세력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친노 진영이 커다란 축을 맡고 있는 만큼 관계 개선을 통해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친노 진영을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는 전당대회 초 정세균 의원과의 대립에서 드러난 바 있다. 친노 세력인 청와대 참모 출신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가 정세균 의원 지지를 선언하자 일부 회원들이 전체 회원의 뜻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한 것이 그 예이다.

기존 정세균 의원의 지지 세력으로 평가되던 친노 진영이 정세균, 손학규 두 진영으로 분열 된 것이다. 결국 친노 진영은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의원을 지지했지만 손 대표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기존의 시선이 많이 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친노세력을 껴안는 시도를 해 볼만 하다.

韓 ‘손학규 경계령’… 鄭 비주류 쇄신연대 견제 시작됐다.

손 대표가 친노 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짧은 시간 내에 힘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당규가 정해져 있어 손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15개월 남짓뿐이다.

이렇게 촉박한 상황에서 당 밖에서는 한나라당의 견제가, 당 내에서는 비주류 쇄신연대의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 탈환을 앞세운 손 대표가 민주당의 당권을 거머쥐자 긴장하는 기색이다.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며 박근혜 전 대표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가진 이미지가 여권의 대선 주자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여권 대선 주자들의 상승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학규를 경계하는 한나라당의 심리는 여야 대표 상견례를 통해 드러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손 대표와의 상견례에서 의중을 찌르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안 대표는 “조직이 센 사람이 1등 할 줄 알았는데, 손 대표가 당선돼 반갑고 좋았다. 경기도에서 같이 국회의원 했고 합리적인 면이 있어 여야 관계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을까 반가워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손 대표가 여당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나와 헷갈린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안 대표의 발언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의 인연을 언급하여 손 대표의 약점인 과거 전력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자 손 대표는 “조직이 약한 게 아니라 없었다. 당내 조직 기반 없이 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마음과 당심이 담긴 결과이다”고 받아쳤다.

이어 “시장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면서 “사진기자가 찍는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히지 않는 마음속의 국민에게 들어가는 정치를 하자”고 말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날 안 대표와의 상견례에서 손 대표는 현 정부를 비판하며 과거의 논란을 정리하고 야당의 대표로서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중을 보였다.

외부의 견제는 확실한 노선을 가지고 선을 그은 손 대표이지만 내부의 잡음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주류 쇄신연대의 수장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노선 문제를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광주의 정신은 진보를 나타내며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진보적 정체성을 명확히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손 대표가 “중도를 껴안아야 집권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새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며 대표 개인의 생각이 당 정체성이 아니라 당헌과 강령, 당원의 요구와 생각이 정체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최고위가 우리의 공식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손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가 주장해왔던 중도 개혁 노선은 사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진보 담론에 비해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손 대표는 이념적인 진보보다 실천적 진보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 최고위원과 같은 강력한 개혁 이미지가 부족하다. 게다가 당장 진보 진영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 문제도 딜레마다. 손 대표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한미 FTA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 그가 말을 바꿔 FTA를 반대하게 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고 찬성한다면 당 내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권은 손 대표가 비주류 쇄신연대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여 당 내 계파갈등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제 출범한지 얼마 안되는 손 대표의 체제가 계파 갈등으로 일그러질 경우 민주당을 바라보는 우호적인 시각도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孫 김영춘 카드로 전국 정당화 세대교체 노린다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486그룹은 분열했다. 독자 세력화를 선언한 486그룹과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그룹이 나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손 대표 역시 486 그룹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독자노선을 선언한 486그룹의 이인영 후보가 4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줘 세대교체에 관한 당심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의 안정적 당 운영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486그룹의 지원이 필수인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인식한 듯 손 대표는 부산 출신의 대표적 486 인사인 김영춘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 했다.

영남 지역 인사를 발탁해 전국 정당화에 한걸음 다가가는 한편 젊은 신진세력을 전면에 배치하며 기존 486인사들을 끌어안겠다는 셈이다. 이것은 김영춘 전 의원이 특정계파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손 대표의 이러한 인사 발탁에 대해 정세균 전 대표를 지지했던 백원우, 이용섭, 강기정 등 원내 친노 그룹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지자체장들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로서도 민주당의 젊은 지자체장들은 반드시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들이 지지하고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과의 관계도 껄끄럽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손 대표가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는 민주개혁 세력의 힘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연합정치의 기반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야권의 후보단일화였다.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단일화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취임 사흘 만에 다른 야당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신경전을 벌여 앞으로의 야권 공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손 대표는 4대강사업 중 영산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두고 이정희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손 대표는 “영산강 사업은 4대강 사업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며 “낙동강 사업은 언제든지 운하로 바꿀 수 있는 사업으로 위장된 운하사업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지만 영산강은 수질개선을 확보하는 구체적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정희 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정희 대표는 “수질 악화시키는 보와 준설이 영산강 수질만은 개선한다구요? 이래서야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막으시려는지?”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손 대표의 의지를 두고 비난한 것이다.

이러한 이 대표의 비난에도 손 대표의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손 대표의 야권공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야권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발언한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체제가 가동하면서 민주당 내 인물과 정치노선도 급변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러한 변화가 성공하여 안정된 기반을 마련할 경우 당 대표 얼굴론을 내세웠던 그의 입지는 대선주자로서 더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벌써 시작된 정동영 의원과의 힘겨루기와 박지원, 정세균 의원과의 공조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제라도 2달간의 국정공백 만회해야

안규호 의원

국회가 김황식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하면서 정운찬 전 총리가 물러난지 2개월만에 내각이 정상화됐다. 유명환 전 장관이 특혜의혹으로 오명을 쓰고 물러나면서 공석이었던 외교부수장에도 김성환 장관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더욱 그렇다.

지난 두달간 국가적 최대 행사인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데다 북한 김정일 세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총리와 외교부 수장의 공석으로 국정운영에 적잖은 차질을 빚어왔다.

신임 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자리를 메우면서 이제부터라도 그간 미뤄왔던 각종 현안들을 빈틈없이 챙겨 그동안의 공백을 만회해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김황식 내각의 일차적 과제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은 3대 세습체제를 공식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북한은 3대 세습에 따른 내부단속을 위해 '미제의 침략위협'이라는 상투적인 수법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3대 세습에 따른 국제적 비난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오히려 핵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도 신경 쓰이는 사안이다.

건국 이후 최대 국제행사인 G20 정상회의도 미국과 중국 간 통화전쟁이 불거지면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를 의제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회의 분위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환율 및 무역분쟁 등이 G20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사전 의제조율과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1개월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안전을 비롯한 실무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각기 맡은바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우선 국회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빨리 실시해야 한다.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핑계로 청문회를 미뤄서는 안 된다. 외교부 장관의 공석이 길어지면서 이미 유엔 외교 등에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와 핵 문제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외교전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장관의 공석이 길어질수록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김황식 내각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