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학물질 부실 관리…서울대 자문 보고서 공개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노출평가 부문 자문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관련 백혈명 논란이 계속되자 노동부 권고에 따라 삼성, 하이닉스, 엠코 코리아 등 반도체 3사가 공동으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의 일부이다.

좋은기업센터, 참여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정의는 참여연대가 제보 받은 서울대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에서 드러난 화학물질 노출관리의 문제점과 그간의 삼성전자 주장을 바탕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안전했는지를 평가하는 국정감사 이슈리포트를 발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다뤄지는 화학물질 중 노출 정도와 관련해 작업환경 측정이 이뤄지고 있는 물질이 28.9%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본지는 지난 2009년 서울대 백도명 교수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자문단 노출평가팀이 작성한 보고서 일부를 입수, 분석한 결과를 정리해 봤다.
 
현재까지(2010, 7월 말) 삼성반도체, 삼성LCD, 삼성전기 등에서 혈액암, 뇌종양, 희귀암 피해자가 90여명에 이르고 이 중 약 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짐. 반올림에 따르면 2010년 9월 말 현재까지는 약 90여명의 피해자가 집계되고 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을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의 질병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사이에 직무연관성이 낮다는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들의 산재신청을 불승인 처리하였고, 삼성전자는 산업안전공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백혈병을 개인적 질병으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대가 반도체 3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 보고서’ 내용 중 조사대상 공장모두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일부내용이 공개되면서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 노출관리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23)씨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된 삼성반도체 공장 백혈병 발병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은 지난 3월 말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23)씨의 사망으로 더욱 확산되었고, 네덜란드 APG자산운용을 포함해 8곳의 해외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에게 공동 질의서를 발송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논란을 인식해 삼성전자는 기흥공장 제조라인을 언론에 공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재조사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참여연대, 익명 제보자로부터 내부 보고서 제보받아


이러한 가운데 참여연대는 지난 5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서울대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노출평가 부문 자문 보고서’를 제보 받았다. 이 보고서는 서울대가 지난해(2009.6~2009.10)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수행 및 향후 개선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삼성전자(기흥?온양), 하이닉스(이천?청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서울, 광주) 등 반도체 3사의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산업의학, 산업환기, 노출평가, 신기술?신공정, 의사소통 등 5개 분야에 대해서 진행한 자문 보고서 중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노출평가 부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는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사용현황 및 문제점, 작업환경측정의 문제점, 가스검지기 설치 현황 및 문제점 등이 분석되어 있음. 좋은기업센터 참여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정의는 참여연대가 제보 받은 서울대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에서 드러나 화학물질 노출관리의 문제점과 그간의 삼성전자 주장을 바탕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이 안전했는지를 평가하는 국정감사 이슈리포트를 발행했다.

이 이슈리포트에선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에서 다루는 83종의 단일화학물질 중 삼성전자가 성분을 직접 확인한 경우는 전혀 없고, 물질의 독성에 대한 확인은 제품공급업자가 제출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총 99종 화학물질 제품 사용”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5라인)에서는 총 99종의 화학물질 제품을 사용됐다. 이 중 자체적으로 성분을 확인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심지어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 제품 중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조차 모르는 제품이 60%에 이르렀다.

99종의 화학물질 제품의 구성성분 확인결과, 83종의 단일화학 물질 중 10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성분자료 조차 확인 안 됐다고 한다. 자문보고서의 이러한 내용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은 모두 알려져 있고, 역학조사에도 제출되었으며 근무하는 직원들도 알고 있습니다”라는 삼성전자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오히려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참여연대측은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2~7월까지 6개월간, 가스 검지기 경보가 46회 발령됐다. 경보발령 원인은 PM(생산설비를 유지 및 보수하는 직무) 작업 시 SOP(표준작업절차)를 지키면서 작업하여도 잔류가스의 영향으로 경보 발생 25건(54%), 검지기 오작동 11건(24%), PM 작업 시 SOP 미준수 3건, 정상적으로 공정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출 3건, 원인 미파악 4건으로 나타났다 표준작업절차를 준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PM작업과 정상 공정 상항에서  화학물질 노출이 발행했음이 확인됐다.

일부 가스 누출의 경우 IDLH(사망에 이르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수준) 농도의 32%(HBr 브롬화수소, 2009년 7월 20일)에 해당하는 고농도 가스가 1시간35분(5,729초) 동안 누출됐다. 이는 “가스 누출 등의 문제가 생기면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가동된다”는 삼성전자의 주장과 달리 경보가 발령되고, 가스가 노출 허용기준을 넘어선 경우에도 누출이 자동으로 차단되지 않고 1시간 이상 지속되었음을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참여연대측은 99종의 화학물질 제품 사용형태는 ‘라인을 이용한 중앙공급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32종, 작업자가 직접 교체 투입해야 하는 ‘병’ 형태가 65종, ‘드럼’ 형태가 2종인 것으로 드러나 “가스와 유기용제는 모두 중앙에서 공급된 뒤 처리가 끝나면 자동으로 빠져다”는 삼성전자의 주장도 거짓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가스 이외 유기화학물질의 노출위험도 있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는 가스 외에도 유기화합물이 있음이 확인됐다.

<그린삼성> 2007년 여름호 “반도체공정 작업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사례(삼성전자 기흥사업장 김관식 안전그룹장)”기고문에는 “유기화합물의 경우 별도의 감지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저농도 만성적 유기화합물 냄새로 인한 작업자의 건강보호와 사고성 누출시 발생원의 파악 및 개선조치를 위해서, 2007년 6월에 작업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라인에 적용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화학물질의 60%가 유해하며, 반도체 라인에서 냄새가 발생할 경우 순환공조로 인해 발생 시 60초 이내 확산될 수 있고, 이 냄새가 유해성 물질을 포함할 경우 작업자 건강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하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냄새 관리” 즉 유기화합물 노출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작업환경측정 통한 노출관리 물질, 28.9% 불과

화학물질 노출관리도 미흡했다. 작업환경측정을 통해 노출 수준을 관리하고 있는 물질은 단일화학물질 83종 가운데 24종으로 28.9%에 불과했다. 사용 중인 화학물질 중 5종(BF3, Catechol, NH4OH, PGME, Sih4)은 측정방법이 존재하고, 노출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물질이나 법적 측정대상물질이 아니라 이유로 노출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 작업환경측정방법에 있어서도 ‘측정대상 물질의 제한성’, ‘측정 방법의 제한성’, ‘측정 시간의 제한성’, ‘평가 시기의 제한성’, ‘직무 미분류 등의 제한성’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참여연대는 자문보고서를 바탕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의 화학물질 관리와 노출관리 상황을 살펴본 결과 삼성반도체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관리되고 있는 것은 일부일 뿐이며 일부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조차 실제 작업 과정에서의 노출을 발견하기에는 제한적이고 그나마 발견된 위험조차 수년 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비록 삼성전자가 화학물질 노출관리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기준을 준수하였다 하더라도 법적 기준 준수가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더욱이 이번 자문 보고서를 통해 그간의 삼성전자 주장과 달리 화학물질 노출관리의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충분히 납득 할 만 한 해명을 내놓아야 하며, 또한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백혈병 발병의 원인과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화학물질 노출관리의 문제와 작업환경 안전성의 문제는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님. 이번 보고서에서 드러나듯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신기술이 바로 흡수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이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전세계 반도체 산업의 10.8%(시정점유율)을 차지하며 미국, 일본, EU에 이어 세계 4위를 보이고 있고, 국내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규모만 해도 2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정부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서 산업안전법의 제도보완과 산업안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과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사이에 직무연관성이 낮다는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백혈병 발병 노동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않고 있다”며 “그러나 직무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공장 내 안전관리에 대한 증언들이 잇따라 제기된바 있고 서울대 자문 보고서를 통해서도 화학물질 노출관리에 있어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근로복지공단은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그간의 삼성전자 주장과 달리 이번 자문 보고서를 통해 화학물질 노출관리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는 투병중인 노동자와 유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에게 공동 질의서를 발송한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매출액 기준 2위(2008년 기준)이라는 위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삼성전자는 그 위상에 걸맞게 산업재해예방과 작업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는 수백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나,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떤 성분의 화학 물질이 얼마나,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명·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에 있어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있을 수 없다는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이다.

“생명 건강 위협하는데 영업비밀 있을 수 없어”

참여연대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 클라라 카운티(Santa Clara County)에서는 1970~80년대에 전자산업으로 인한 보건과 환경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가장 먼저 ‘지역사회 주민’의 알 권리 보장, 유해물질조례 등이 입법화됨. 가령 유해물질조례 제4조 “유해물질 공개”에서는 각자의 시설에서 저장 또는 취급하고 있는 유해물질들을 공개하고 문서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법률 중 ‘Worker hazard communication:  training and prevention’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이름과 유해성을 사전에 교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 결의안 65호는 정부가 최소한 1년마다 발암성이나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들의 목록을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기 독성물질 프로그램(Air toxics program)에서는 제조업자들이 정부와 대중들에게 그들이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독성 화학물질들의 배출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에서는 노동자들이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이름과 유해성에 대한 알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또한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해 ‘독성화학물질 배출목록(TRI -  Toxic Chemical Release Inventory)’의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2007년 6월 1일부터 발효된 “화학물질 등록·평가·인증·제한 규약(REACH -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 substances)”을 통하여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에 대한 일차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와 같은 흐름과 달리, 삼성전자는 화학물질 목록은 물론 산재 보상을 판단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출했던 각종 자료들의 공개 요구에 대해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 “이미 정부에 제출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정부기관들 또한 피해자들의 정보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참여연대가 제보 받은 보고서는 서울대가 지난해(2009.6~2009.10)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수행 및 향후 개선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삼성전자(기흥-온양), 하이닉스(이천-청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서울, 광주) 등 반도체 3사의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산업의학, 산업환기, 노출평가, 신기술, 신공정, 의사소통 등 5개 분야에 대해서 진행한 자문 보고서 중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노출평가 부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삼성전자는 기흥, 온양공장의 5개 분야 내용이 모두 포함된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최종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에대해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노출평가 부문 자문 보고서는 제목에 언급된 그대로 컨설팅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한 자문을 받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며 “보고서의 내용은 통상의 기준을 넘어서는 이상적인 작업환경 조성을 목표로 최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분석된 것이다. 따라서, 법적인 것보다 더 엄격하게 설정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실제 작업환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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