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10대 약물 실태 고발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최근 캐나다에서 한 10대 여고생이 또래 소년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당시 피해 여학생이 ‘데이트 약’으로 알려진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 약물 복용문제에 있어 10대도 예외가 아님을 가늠케 했다. 이는 비단 해외사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술, 담배 등을 비롯한 약물에 중독돼 있는 10대 청소년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산지부(이하 마퇴본부) 강현미 실장을 만나 10대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 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현미 실장은 “흔히 '약물'을 마약류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술, 담배 등도 10대 청소년들이 주의해야할 '약물'의 일종이다”고 전제했다. 그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에 대한 가장 큰 약물 문제는 술과 담배라는 것. 이어 그는 “특히 마퇴본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살펴보면 술, 담배와 같은 약물에 중독된 이가 대부분이다”면서 “그 외에도 청소년들은 ‘살 빼는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잘못 알려진 오남용우려의약품류의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또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성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과 담배 등의 약물에 빠지게 되고, 외모지상주의 등의 풍토로 ‘살 빼는 약’ 등의 약물에 중독되는 것”이라며 그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강현미 실장과의 일문일답>

▲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마약퇴치운동본부에 들어오는 10대 청소년 약물(술, 담배 등)중독자들의 현황은?
▲ “지난 2006년부터 집계된 고위험군 약물남용 청소년의 경우 2006년 216명, 2007년 144명, 2008년 229명, 2009년 152명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2010년 7월 보고된 바에 의하면 작년과 비슷한 15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고위험군 약물남용에 관한 프로그램을 교육 받은 바 있다. 이처럼 10대 청소년에 대한 고위험군 약물 남용자의 수는 특정한 패턴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술, 담배 등 약물 문제를 호소하며 마퇴본부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10대 청소년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느끼는 흡연율을 조사한 결과 60~70% 정도라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 10대 청소년 약물(술, 담배) 중독자들이 마퇴본부로 들어오면 어떠한 조치를 받는가?
▲ “일반 학교 및 사회복지 관련 기관으로부터 마퇴본부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청소년들은 1기당 4회로 이루어진 ‘고위험군 약물남용 청소년 대상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자아 존중감 향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금연, 금주 등 본인의 약물 문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단약을 결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로 학교나 기관에서는 성인의 관점으로 약물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린데 약물을 하면 되느냐’라는 질타만 할 뿐 ‘그들이 왜 약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실제로 10대 약물 복용 남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해 본 결과, 약물과 스트레스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약물을 시작했을 경우 약물 문제가 너무 진척되어 나중에는 약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냥”이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 전에 약물을 하는 원인을 제거해 주거나 다른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유도해 줌으로써 건전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마퇴본부 프로그램은 집단프로그램의 성격을 띠지만 집단 혹은 개별로도 실시되며 집단은 인원이 많더라도 최대 5명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여 상담원과 집단원들 간의 교류가 최대화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10대 청소년들이 약물(술, 담배 등)에 손을 뻗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지난 8월 13일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중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약물의 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 혹은 친구와 싸울 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압박할 때, 컴퓨터?TV를 못 할 때, 어떤 분야에서 패배했을 때, 성적이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을 때, 불면증 등으로 잠이 안 올 때, 잔소리를 들을 때, 하기 싫은 것을 강요당할 때, 친구들이 때리고 놀릴 때’ 등을 답했다. 즉 청소년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있었다.”
“한편 약물을 하게 되는 경위에 대해서는 ‘너무 하고 싶을 때, 친구의 권유로, 제사 때(음복), 부모님 친구 분들의 권유로, 성적이 떨어졌을 때,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 고민이 있을 때, 스트레스가 심할 때, 살기 싫을 때, 내가 살면 안 된다고 생각될 때, 눈에 (술, 담배 등 약물이) 보일 때, 스스로가 외톨이라고 생각될 때, 부모님이 권유할 때’ 등을 답했다. 즉 10대 청소년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약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오히려 술 등 약물을 권하는 성인들로 인해 약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집계됐다. 이는 흔히 성인들이 10대 청소년들에게 ‘건강에 나쁘니까,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약물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는 ‘오락가락하는 어른들의 가치판단’ 때문이 아닌가. ‘금연교실, 고위험군 청소년 대상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고 있고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 문제는 술, 담배 등의 약물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어른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수학여행 때 청소년들에게 술을 권하는 선생님들이 존재하고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술이라는 약물을 허용하는 성인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 실제 경험을 토대로 10대 청소년 약물(술, 담배) 중독자들의 사례를 들어준다면?
▲ “2004년 오륜정보산업학교(구, 부산소년원)에서 실시한 햇살교실Ⅱ(장기) 프로그램(12주간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마약문제가 아닌 술, 담배 등의 약물문제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유해화학물질이나 학교 폭력, 절도, 강도 등의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대상이 된다)에 참여했던 김 모 군은 당시 18세였으며, 지난 2004년 6월에 퇴원을 하여 그 해 8월부터 지금까지도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상담 결과에 따르면 김 군은 5살 때부터 술과 담배를 하는 등 약물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친할아버지도 술 때문에 정신병원에 오래 감금되어 있다가 사망했고, 큰 아버지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며 김 군의 아버지 또한 술만 마시면 가족들을 폭행하는 등 가족 내에서 술에 대한 어두운 전적이 존재했다. 김 군이 10대 청소년이 됐을 무렵, 부모는 이혼에 이르렀고 이혼 후 김 군의 아버지는 간암과 폐암 등으로 사망하는 등 가족이 해체돼 김 군은 자연스럽게 불완전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 군은 어릴 적부터 손버릇이 좋지 않아 물건이나 돈을 훔칠 때마다 친척들의 신체적,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 그러한 학대가 심할 경우 김 군은 집을 나와 앵벌이를 통해 번 돈으로 술과 담배에 손을 대면서 약물 중독에 빠지기 시작했다. 김 군은 아버지부터 주변 친척에 이르기까지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이 술 등 약물에 의존하는 모습뿐이었기 때문이다. 김 군은 실제로 상담 도중 “불우한 어린 시절을 약물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 이후 김 군은 절도 등으로 오륜정보산업학교에 2번이나 수용되기도 했지만 지난 2004년, 마퇴본부에서 진행하는 햇살교실Ⅱ(장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상담원과의 라포 형성을 통해 현재는 절도 등의 범죄는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술을 한 번 입에 대기라도 하면 최소 7병 이상씩 마시거나 잦은 흡연을 하고 있다. 현재 김 군의 건강은 악화돼 지방간은 물론 간경화로도 진척되고 있으며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군도 술 등의 약물을 끊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불법 약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자제하지 못하고 있다.”

- 마약 이외에 10대 청소년들이 오남용우려의약품(몸짱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의 사례에 대해 알고 있는가?
▲ “오남용우려의약품에 대한 가장 우려되는 대상이 바로 10대 청소년들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나이대인만큼 소위 ‘몸짱약’ 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몸짱 약’의 경우 식스팩, 초콜릿복근, S라인 등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으로 오?남용되는 약물로서 ‘단백동화스테로이드’가 주성분이다. ‘단백동화스테로이드’는 원래 남성의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로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켜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오는 작용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은 주로 헬스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구매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이 이것을 많이 먹으면 ‘몸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남용했을 경우 쉰 목소리, 불면증, 우울증, 간 장애, 성기능 장애,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좋은 또 다른 오남용우려의약품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것을 먹으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여 준다고 잘못 알려져 있어 일부 수험생들에 의해 오?남용되고 있지만, 이 약의 주성분은 ‘염산메칠페니데이트’로 주의력이 결핍되어 지나치게 산만하게 행동하는 증상(ADHD), 우울성신경증, 수면발작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10대 청소년들이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이 약에 과하게 의존하게 되면 정신적 의존성, 심혈관계 부작용, 돌연사, 행동장애 및 사고장애, 조증, 공격적 행동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공부 잘하는 약’의 경우 한 때 서울 강남 일대에서 대유행을 했을 만큼 열성적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자라나는 10대 청소년들은 그 약을 먹음으로써 자신의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약물을 권하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약물 중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10대 약물(술, 담배) 중독자들에 대한 대안책을 제시한다면?
▲ “요즘 방송되고 있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 중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카피를 가진 광고가 있다. 그 광고를 보면 현재 상담하고 있는 10대 청소년 약물 중독자들의 아우성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
“넘쳐나는 놀이 문화 속에서도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놀이나 유희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10대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억지로라도 공부를 해야만 하고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 담배 등의 약물로 풀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성적이 낮은 청소년, 가정불화 등의 문제가 있는 10대 청소년들에게만 약물 중독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술, 담배 등 약물 문제는 광범위하게 대부분의 청소년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등수에 상관없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약물 중독 현상은 이미 대중화 된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10대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를 제공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개선해 그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약물 중독에 애당초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인들은 술, 담배라는 약물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편화됐다는 이유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나아가 10대 청소년에게 쉽게 허용해주는 문화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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