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미혼모들위한 '나래 대안학교' 개소

▲ 강영실 애란원 사무국장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는 아직까지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홍글씨’와 같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청소년 미혼모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낙태도, 입양도 아닌 양육을 스스로 선택한 청소년 미혼모들. 그러나 이들이 힘든 것은 양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청소년 미혼모들은 양육을 선택함과 동시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학교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게 될 경우 자퇴를 강요당하기가 일쑤다.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성서의 내용을 보면 OO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A양이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 학교 측으로부터 자퇴를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양육도 학업도 포기할 수 없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미혼모 대안학교인 ‘나래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본지 기자는 ‘나래 대안학교’의 교무를 맡고 있는 애란원의 강영실 사무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미혼모가 한해 약 5000~6000명으로, 청소년 임신은 연간 약 1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 중 십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정부의 불법 인공임신중절(낙태)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청소년 미혼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청소년 미혼모 교육권 실태조사’(2008)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63명의 청소년 미혼모 중 71.4%는 임신 당시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린 6명은 모두 휴학이나 자퇴를 권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나래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
강 국장은 “재학 중에 임신한 이유로 자퇴를 강요당한 여고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되면서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실태의 진상이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검토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나래 대안학교’가 설립됐다”고 나래 대안학교의 개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은 “나래 대안학교를 설립하기 전에 애란원을 찾아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임신사실을 학교에 애기하지 못하고 학칙에 의해 자퇴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청소년 미혼모들은 주변의 친구들이라든가 선생님에게 받을 냉대와 편견 때문에 힘들어서 스스로 자퇴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국장은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무단결석하거나 몸이 아프다고 학교에 안가는 날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출석일수를 채울 수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 국장은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학교에 권위를 계속 드리지만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학교의 벽은 너무 높고 견고하다”고 정규학교에서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을 지켜내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첫 문을 연 청소년 미혼모 대안학교인 ‘나래 대안학교’는 서울시 교육청이 지침을 만들고 작년 6월부터 허가를 받고 2학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래 대안학교의 정식명칭은 ‘대안교육위탁교육기관’ 이다. 출산하기까지 1년 정도의 학업공백을 막고 나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다가 원적학교로 돌아가 정식으로 고교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대안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나래 대안학교는 중, 고교 1학급으로 운영되며 교과 과정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과목을 하루 2~3시간씩 배우고 나머지는 예비 부모 교육, 자격증 수업 등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받는다.

 

▲ 애란원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와 아기ⓒ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빈곤 되물림 되는 청소년 미혼모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 의하면 임신한 학생의 85%가 학업을 중단하는데 이중 60%는 학교 교육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강 국장은 “미혼모가 되는 학생들의 50%는 구조적으로 결손가정이나 가정의 돌봄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다”며 또한 “7~80%의 학생들 대부분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인한 돌봄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의 부모 또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빈곤이 대물림 되고 있다”며 청소년 미혼모들의 문제가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 국장은 주장했다.
이어 강 국장은 “빈곤한 청소년 미혼모가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그 아이들 또한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강 국장은 이번 ‘나래 대안학교’의 개소가 청소년 미혼모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은 “대안학교가 있기 전에는 그동안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봤지만 막상 취업하려고 하면 고교졸업장이 더 우선시 됐기 때문에 취업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취업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래 대안학교에서는 각각의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맡는 학력수준을 고려한 수업을 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기초학력을 늘리고 심화학습이 필요한 청소년 미혼모들에게는 개인과외를 붙여 이들이 원적학교로 돌아 갔을 때 학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혼모 대안학교가 생김으로 해서 미혼모를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강 국장은 “청소년 미혼모가 늘어나는 것을 자꾸 성적인부분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미혼모 대안학교를 만들기 전에 미혼모를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미혼모 같은 경우 성적인 부분은 더 잘 알고 있다”며 “청소년 미혼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청소년 자신들이 미래에 대한 설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강 국장은 사회적으로 미혼모 아이들이 왜 미혼모가 됐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그에 맞는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강 국장은 2000년도에 전국 미혼모시설에 있는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전체 224명 중 60%가 1년 안에 재임신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 국장은 청소년들의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요인 중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육이라는 것이다.
강 국장은 이번 나래 대안학교를 개소하고 나서 오히려 학교를 이미 포기한 학생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미 자퇴한 청소년 미혼모 같은 경우에도 다니던 학교에 복학신청을 하면 학교에서 나래 대안학교를 소개해 주고 다시 원적학교로 복학할 수 있게 된다.
8월부터 2학기 교육과정이 시작된 나래 대안학교에는 현재 중학생 1명과 고등학교 1,2학년 1명씩 이렇게 3명이 다니고 있다.
강 국장은 “대부분 부모님들 손에 이끌려 나래 대안학교를 찾고 있다”며 “미혼모를 위한 학교가 개소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청소년 미혼모와 이들의 부모님들이 반가워 했다”며 청소년 미혼모들의 반응을 전했다.
또한 강 국장은 “아이들의 학업을 책임져야할 일선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고 하면서 낙태를 권고하고 자퇴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선적으로 학교에서 가정에서 소외된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 주어야 미혼모 아이들도 방지 할 수 있다”고 일선 학교의 관심을 부탁했다.
강 국장은 “처음에는 나도 왜 굳이 미혼모 대안학교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었다”며 “그런데 학교에서 먼저 나서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에서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을 지켜주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학교의 안일한 대책을 질타했다.

 

▲ 애란원에서 출산 후 아이를 돌보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양육 선택하는 청소년 미혼모 존중돼야

한편 강 국장은 우리사회가 미혼모라고 해서 낙인찍기 보다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미혼모가 사회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다”며 “청소년 미혼모 또한 낙태와 입양이라는 선택이 있음에도 양육이라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한 존재들이다”고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변화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사회는 경제력은 있지만 결혼적령기에 있거나 미혼의 성인여성이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가지려는 추세가 늘고 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사회에서 존중되며 미혼모로 살아가는 데 자신들의 선택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들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냉대 받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아이를 가졌더라도 그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교육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래 대안학교에 들어와 있는 한 청소년 미혼모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낙태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낙태를 결심하고 병원에 갔지만 자기 안에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차마 낙태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강 국장은 “한순간의 잘못으로 임신이 됐더라도 생명을 존중하는 미혼모 청소년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며 “학교에서도 무조건 교칙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밀어 내려고만 하지말고 진정으로 이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국장은 “앞으로 나래 대안학교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가르쳐서 이들이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서울과 인천 두 곳에서 미혼모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미혼모 대안교육기관 ‘나래 대안학교’는 지금 현재 2학기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으면 1학기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들 같은 경우 내년에 1학기가 시작될 때 들어올 예정이다.
교과부는 내년까지 16개 시·도 교육청이 최소 1개씩은 미혼모 대안 교육 기관을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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