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공직자 특채 사건...한국외교의 국제적 공신력을 크게 추락

▲ 최인식 대기자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네들란드 헤이그에서 ‘만국 평화회의(제2차 회의로 44개국 참가, 군비축소와 평화유지책 협의, 국제중재재판소 설치 합의)’가 열렸다. 당시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는, 1905년 체결된 을사조약이 일제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세계만방에 고발하기 위해 이준, 이상설, 이위종 이 세 사람을 외교특사로 하여 그곳에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제의 방해로 만국평화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에 분개한 이준은 그곳에서 자결하고 만다. 이는 곧 당시 대한제국의 국제적 위상을 말한다.

그 일이 있는 지 103년, 그 법통을 이은 대한민국(이하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세계주요 20(G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더군다나 이번 G20회의는 한국이 그 의장국이다. 이 또한 한국의 변한 국제적 위상을 말해준다.

통상 국가가 발전하는 경로는 경제가 먼저 발전하고, 뒤이어 외교와 문화가 꽃을 피운다. 21세기 초 한국은 분명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우리 정상 외교의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우리의 대통령이 방문하는 국가마다 우리 대통령을 국빈으로 최대한 예우한다.

이 같은 정상 외교뿐만 아니라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의 해외진출 역시 가는 곳마다 크게 환대를 받는다. 이제 한국의 기업가들은 투자자로서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외 공장을 건설하거나 기타 중요한 기술의 해외이전을 위한 행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제 한국외교는 그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

최근 이 같은 한국외교가 절정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점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외교부의 고위 공직자 특채 사건이다. 이 사건을 단순하게 보면 그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겠거니 하지만 그것이 부를 외교적 파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래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자신의 딸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특채한 사건의 경우 이후 한국외교의 국제적 공신력을 크게 추락시킬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이후 한국 외교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만일 이렇게 되면 이제 그 동안 한국경제의 발전을 주도한 전반(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까지)의 외교력이 함께 쇠락하게 되어 이후 한국 경제 또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번 외교부의 고위공직자 특채 사건은 한국의 외교문화가 만개했다는 것, 곧 꼭 지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이 점은 곧 한국의 경제발전 정도 또한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국가의 발전을 처음에는 경제력이 주도하지만 이후 그 속에 있는 그 누구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특정의 변곡점을 지나게 되면 외교력이 경제발전을 주도한다. 이 또한 영속되지 않는 것이 역사다. 한편 이 또한 이후 새로운 변곡점이 나타나게 되고, 그것을 기회로 외교력이 쇠락하기 시작하면서 국가경제 또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어느 국가든 이 같은 역사의 행로를 피해갈 수 없다. 로마제국의 멸망 등 지난 세계사의 이행이 그 점을 반증하고 있다. 다만 그 역사의 길이를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바로 그 같은 역사 속 국민들의 행보, 특히 외교를 주도하는 이들의 깊은 사명감이 그것을 결정한다. 비록 미국의 협조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최근 단행된 이란에 대한 교역 제제조치나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이탈리아의 반대로 유럽의회가 추인하지 못한 것 등의 사례가 현재 한국 외교의 역량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나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는 독도 영유권 분쟁 역시 우리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굵직한 사건 외에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외교적 사안은 부지기수다.

그것을 주도해 나가야 할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딸 특채 문제로 낙마한 지금 이 순간이 곧 이후 한국의 외교력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변곡점의 시기가 아난가하여 심히 염려스럽다. 이 점은 곧 이후 한국 경제의 발전 상 또한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MB 정부의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에 이어 이번 추석연휴에는 이명박정부가 국정하반기 운영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공정한 사회'가 대한민국 국민들 차례상에서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어떻게 평가될지 한가위 여론의 향배가 무척 중요한 시점이다.

-최인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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