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1주택자 9억원 이하 주택 구입시 DTI 한도 폐지…국민들에게 빚 내어 부동산 사라 재촉하며 투기 조장해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8·29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실수요자들은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의 은행 대출한도가 높아지는 등 서민층의 내집 마련이 쉬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반해, 경제정의실천연대(이하 경실련) 등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반시장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수요자 주택구입 쉬워져

정부는 지난 8월29일 현재의 집값 안정세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주택거래불편을 개선하는 내용의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가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구)이 아닌 지역에서 9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현재 소득별로 적용되던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가 폐지되고, 금융회사별로 자율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기금을 내년 3월까지 호당 2억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올해 말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2년 연장하고, 취득세, 등록세 감면도 1년 연장된다.
3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받을 수 있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가 6000만 원(3자녀 이상 가정은 8000만 원)으로 확대되고, 기한 연장시 적용되던 가산금리도 0.5%에서 0.25%로 낮아진다.

주택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저소득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보증한도가 70%에서 80%로 확대되고, 소득증빙 없이 받을 수 있는 소액대출한도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아진다. 연소득 1500∼2000만 원의 저소득층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보금자리주택은 계획된 물량을 추진하되,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하고, 사전예약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정해 가도록 했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 확대

견실한 건설업체가 일시적인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3조 원 규모의 P-CBO·CLO(회사채 등을 담보로 신용보증회사의 보증을 통해 발행되는 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주택 매입대상 및 한도도 수도권(서울 제외)을 포함해 공정률 30% 이상, 업체당 2000억 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서민·중산층의 불편 해소와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고, 가을 이사철 전세금 마련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번 조치는 ‘실수요자의 거래불편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집값 안정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주택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 조장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경실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은 직후 내놓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반시장적 대책’이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정부 부동산 시장 대책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상환 능력은 도외시 한 채 국민들에게 빚을 내어 부동산을 사라고 재촉하며 투기를 조장하는 내용이어서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요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현재 우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740조원에 이르고,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342조원으로 추정되어 5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우리 가계부채의 핵심구성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구조를 안고 있다”고 전제하고, “특히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 가계대출 잔액 418조9000억 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73조2000억 원으로 65.2%를 차지했다. 이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이렇게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이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DTI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국민들에게 더욱 빚을 내어 부동산 투기를 재촉하는 것은 우리경제의 불안요인을 정부 스스로 더욱 키우는 것”이라며 “근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영국 등 국가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가계부채가 높은 국가들이다. 즉,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정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한 국가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맹점을 꼬집었다.

무원칙한 대책들 남발

또 경실련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본질적으로 수급실패로 인한 과잉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정상화는 되는 과정에 있다”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은 미국이 20%정도, 유럽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8% 정도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 수년 동안 가격이 폭등한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가격 하락은 일정 기간 계속 유지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무원칙한 대책들을 남발하여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것은 시장의 불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행위”라며 “언제까지 부동산 시장의 매커니즘에 맡기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전근대적 행위를 지속할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 개입에 따른 부동산 정책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보금자리 주택의 조정 등의 내용에서 보듯이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될 뿐이이라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또한 “이번 대책은 거래실종으로 인해 갈아타기를 위한 1가구 소유자들이나, 가격하락으로 인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을 위한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대책이 아니라 대단히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어 새롭게 투기적 행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남3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9억 원 이상 주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DTI 규제의 9억 원 상한선은 의미가 없고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2년간 연장, 취·등록세 감면도 1년 더 연장, 보금자리 조정까지 합해져 전국적으로 정상적 거래가 아닌 새로운 투기적 거래를 발생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고 부동산 투기의 부활을 우려했다.

이어 경실련은 “이는 명백하게 정부가 투기를 통한 부동산 시장의 인위적 부양을 의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며 “이로 인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취지와 목적, 방향 측면에서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원하는 자, 지난 수년간 가격폭등으로 인해 배를 불린 토건업자만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DTI를 버리는 대신에 가계 부채 증가와 인위적 부양, 투기를 선택했다. 이로 인한 또 다른 우리 경제의 시련은 조만간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성을 갖고 시장을 존중하는 정상성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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