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식량위기시대’ 생존전략 연구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최근 소맥, 대두, 옥수수 등 주요곡물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요 곡물생산국의 기상재해로 공급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이들 국가가 자원민족주의 조치로 곡물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글로벌 식량 공급불안에 따른 국내 경제 전망’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현저히 낮고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사신문>은 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식량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칠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연구소는 “올 하반기에도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기상재해로 인해 전반적으로 생산이 축소되고, 달러화 약세로 투기자금이 유입돼 신흥국 중심으로 실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 또한 연구소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소 0.27%p에서 최대 0.54%p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도출됐다. 이로 인해 연구소 측은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식품가격에 큰 영향을 주어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 삼성경제연구소 제공

세계적 식량 공급불안 확대

곡물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6월1일에 대비해 곡물가격은 3개월 만에 소맥(밀) 54.2%, 대두(콩) 10.1%, 옥수수 23.2%씩 상승했다. 이는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가 발생해 공급 불안이 확대되면서 야기됐다. 공급불안 가능성이 확대되자 주요곡물생산국들은 곡물수출을 제한하는 ‘자원민족주의’조치를 단행했다.

더불어 연구소는 “공급불안이 중장기적으로 빈번히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잦은 기상이변과 커져가는 파급 규모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공급불안 및 가격변동이 확대될 전망이라는 것. 또한 수출제한 국가가 늘어나는 것도 중장기적인 곡물공급불안의 요인으로 지적했다.

“곡물가격 변동은 신흥국에 인플레이션 우려와 식생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식량 공급불안 현황과 한국의 자급 및 수입 구조를 점검하고, 불안요인이 더욱 커졌을 경우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는 곡물가격의 상승세를 전망함으로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공급 측면에서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곡물의 공급불안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곡물 가격의 상승 폭도 하반기에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는 달러화 약세로 ‘투기자금의 유입’과 신흥국의 ‘실수요의 꾸준한 증가’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즉 미국 달러화가 점차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국제금융자본이 곡물시장에 유입될 전망이라는 것.

이어 연구소 측은 이러한 곡물가격 상승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논했다. 연구소는 2008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수입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물가는 0.27%p 상승할 전망이며, 기상재해로 식량 공급불안 악화 시 소비자물가가 최대 0.54%p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한다”고 전제하며 “지난 6~7월부터 국제곡물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에 따라 오는 11월 이후부터 가격인상이 파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주어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가중되고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불안이 심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일파만파’

연구소는 한국의 식량 자급구조와 수입구조를 분석한 결과 “국제곡물시장의 공급불안 및 가격변동에 취약하다”고 평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6.2%로, OECD 31개국 중 28위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 연구소 관계자는 “쌀은 국내생산으로 거의 자급이 가능하지만 쌀 이외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으며 특히 밀과 옥수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소는 한국의 곡물 수입구조에 대해 논했다. 한국은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등의 특정 국가로부터 곡물을 조달받는 형태라는 것. 더불어 연구소 측은 “한국의 곡물수입은 영미계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에 의존한다”며 “3대 곡물수입의 약 57%(2003∼2008년 평균)를 카길, ADM, BUNGE,LDC 등 세계 4대 곡물 메이저가 차지해 메이저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곡물 확보력과 협상력이 취약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대응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먼저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에 대비한 중장기 대응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의 최대 상승 폭은 0.54%p로 현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물가안정목표 범위(2∼4%)를 넘어설 정도의 충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곡물가격 상승이 불안심리 확산으로 이어져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곡물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입구조 개선, 농업생산성 제고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이 촉구한 수입구조 개선 방식은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 확대’와 ‘해외 농장개발’ 등으로 구분됐다. 이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현물과 선물 시장을 통한 곡물의 비축재고량을 늘리고, 곡물의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를 확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공동구매로 구매여력을 늘리고, 수요자가 직접 수출국 현지에 진출해 곡물을 구입하는 ‘직접 구매 방식’을 적극 활용해 가격협상력을 제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적 곡물 메이저의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하자는 방안도 내세웠다. 연구소는 “국적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글로벌 메이저의 과점화에 대응하고 가격변동 리스크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중소 곡물수입회사의 합종연횡을 유도하고 아시아 내 중소 곡물수입회사의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등 규모 확대를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생산기반 확대와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국내에 농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생산기반을 확충해 품종개발하고, 新영농기술 도입 등을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증가해야한다는 것. 또한 연구소는 식품산업 발전을 통해 농업생산성과 생산기반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하기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식품산업의 육성과 글로벌화를 통해 한국농업의 동반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식품산업의 발전은 국내 농산물, 식자재 등의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 증가 및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구소 관계자는 “식품산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업발전을 견인하는 등의 효과를 달성하도록 다양한 농식품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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