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10대 약물오남용 충격 실태

예뻐지고, 공부 잘하는 ‘약’ 치명적인 중독 우울증·자살 잇따라
인터넷 통한 오남용우려의약품 복용 ‘증가’…신경과민증, 불면증 등 부작용
신경 안정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간질 치료제가 ‘살 빼는 약’으로 둔갑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최근 '얼짱' '몸짱' 열풍이 거세지면서 유행에 민감한 10대들의 의약품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대 청소년들이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한 맹신도 도를 넘으면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신경 안정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고 간질 치료제가 ‘살 빼는 약’으로 둔갑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은 무분별하게 약물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성인에 비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시사신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마약류관리과 김효정 사무관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 관계자 등을 만나 10대 청소년에 대한 오남용우려의약품 사용 실태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오남용우려의약품이란 엄밀히 말하면 마약류가 아니다. 환자들에게 적합하게 쓰일 때 ‘약’으로 처방 받는 이것은 재배나 판매, 처방 등이 엄격히 금지된 마약과는 다르다. 그러나 오남용우려의약품은 약품의 잘못된 효과를 맹신하고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대개는 ‘살 빼는 약’, ‘몸짱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효과가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여서 유행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의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
 

성적 높이기 위해 '공부 잘하는 약' 의존

현재 식약청에서 지정한 오남용우려의약품에는 약 20종 정도로, 10대 청소년에만 유통되는 오남용우려의약품의 규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이에 대해 마퇴본부 관계자는 “오남용우려의약품의 생산규모를 통해서만 전체적인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매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에 오남용우려의약품 관련 약물 사용 현황이 간단하게나마 나와 있다”면서 “그에 따르면 주로 ‘살빼는 약’ 등의 사용 경험률이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오남용우려의약품에 대해 마퇴본부 측은 "주로 식약청에서 ‘소아 및 청소년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치료제’로 허가된 염산메칠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김효정 사무관은 “이 약은 원래 수면발작, 경증우울증이나 지나치게 산만하게 행동하는 증상에 대해 효능효과를 위해 처방하는 약이다”며 “그러나 이것을 먹으면 신경이 안정되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잘못된 효과가 알려졌다. 때문에 일부 학원가에서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이 약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정상인 사람이 오남용할 경우 중독될 가능성이 크며 신경과민증과 불면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발열, 식욕부진, 구역, 두통, 협심증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중독된 후에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 산만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마퇴본부 관계자는 전화로 상담했던 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고등학생인 A 군은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자 우울증약과 수면제, 집중력 향상을 위한 ‘공부 잘하는 약’ 등을 복용했다. 결국 A군은 약을 먹지 않으면 쉽게 짜증이 나고 잠이 오지 않는 등 신경과민증과 불면증 증세를 보였고 그 후유증이 오래갔다.

또 마퇴본부 측은 “유행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이 '몸짱', '얼짱' 을 우상시하는 열풍에 따라 손쉽게 몸을 만들고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에 ‘몸짱 약’과 ‘살빼는 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사무관은 “주로 ‘남성 성선기능저하증’ 등에 사용되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는 ‘몸짱 약’으로 알려지면서 10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사용 확산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 약물은 약국이 아닌 헬스장, 인터넷 등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장기 복용할 경우 근육이상, 공격성 유발,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마비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는 ‘살 빼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 항정신성의약품 등도 마찬가지다. 김 사무관은 “이 약물을 오남용 할 경우 혈압상승, 현기증, 불면 등과 더불어 의식을 잃거나 환각 상태, 정신분열병 유사 정신이상,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치명적으로 이 약물에 중독 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실제로 ‘살 빼는 약’을 두 달 동안 먹었던 한 여성은 복용을 중단하자 원인 모를 불안감 때문에 자살 충동이 생겨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다고.

이에 대해 마퇴본부 관계자는 “한 조사에 따르면 근육강화제와 ‘살 빼는 약’을 처음 사용하는 연령으로 만 15세가 가장 높았다”면서 “중3~고1 정도의 연령층에서 오남용우려의약품 경험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 원인에 대해 “사춘기인 청소년들이 대중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통한 손쉬운 구매

10대 청소년들이 이러한 의약품을 구입하는 경로에 대해 마퇴본부 측은 “현재로서는 정확한 통로를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유해약물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드러나고 있어 인터넷이 한 통로라고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근육강화제 등 다양한 약물들이 헬스장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오남용우려의약품은 아직 법적인 문제와 저촉되지 않아서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강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사무관도 동의했다.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되는 약품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팔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문제는 그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남용우려의약품 사용에 있어 성인보다 10대 청소년에 대해 야기될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마퇴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발달을 끝낸 성인의 뇌보다 발달단계에 있는 청소년기의 뇌에 약물이 더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어린이 뇌의 신경세포는 어른 뇌의 그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연계성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10대가 성인보다 독성 공격에 더 취약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마퇴본부 측은 “물론 이러한 추측은 더 검사될 필요가 있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이 태아에 노출되면 이후의 뇌 및 행동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 연구결과가 어느 정도 반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마퇴본부 관계자는 “마찬가지로 약물중독에 영향을 받는 뇌의 부분(전두엽 피질 등)이 성장 단계인 청소년기에 약물에 노출되면 성인보다 부작용의 정도가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못 먹으면 ‘독’ 인식 전환 필요

10대 청소년들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사용에 대해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식약청 등은 다양한 대안책을 제시했다.

김 사무관은 “식약청은 교육과학기술부, 마퇴본부 등과 함께 범부처적으로 오남용우려의약품 등에 대한 청소년의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청소년박람회에 부스를 설치하여 올바른 의약품 사용법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해 한국철도 지하방송에 공익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고 앞으로 학급특별활동, 수능시험 이후 집중적인 시즌홍보 등을 계획 중이라고.

또 김 사무관은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약품을 함부로 오남용하지 않아야한다”고 전제하고, “‘약’이란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 오남용을 할 경우 반드시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직시해야한다. 무엇보다 피해가 난 후보다 피해 이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기에 10대 청소년들의 약품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허가사항과 다르게 사용되는 ‘살 빼는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약물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두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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