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집 나간 아이들의 ‘무법천지’ 세상

10대 청소년에게 취객은 최고의 먹잇감
술 담배는 기본…모텔 혼숙·갈취·폭행 일삼아
가출청소년 노린 성인들 많아…10대 범죄 조장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가출청소년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달 청주에서는 가출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폭력범죄단체가 적발됐고, 부산에서는 12명의 10대 가출청소년들이 차량털이 등으로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입건되기도 했다. 이처럼 가출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사신문>은 취재 중 만난 10대 청소년들을 통해서 가출청소년들의 고민과 범죄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8월23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자는 가출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는 수원역을 찾았다. 역 주변 곳곳을 돌아보던 남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기자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첫눈에 언뜻 봐도 가출청소년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화장이나 염색을 하고 있었다. 30분여 지났을까. 그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기자는 그 중 한 무리의 뒤를 따라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요구에 처음엔 경계를 취하던 가출청소년인 A(17)양과 B(18)군은 잠시 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었다.
 

채팅 통해 범죄에 쉽게 ‘노출’

A양과 B군은 가출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A양은 “이번 가출이 세 번째”라고 했고 B군은 “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출 후 주로 어디서 지내냐고 묻자 둘은 “거의 PC방”이라고 답했다.

B군은 “가출 청소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PC방이다”며 “채팅을 통해 가출한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심심할 때는 게임도 한다”고 설명했다.

A양도 동의했다. 그녀는 “가출했을 때 처음에는 주로 친구 집에서 일주일 정도 지냈다. 그러나 친구 부모님의 눈치 때문에 일주일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PC방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A양에 따르면 다른 곳보다 PC방은 가격이 저렴하고 채팅을 통해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가출청소년들이 많이 모여든다. 그러나 이러한 가출청소년들에게 범죄의 손길을 손쉽게 미치는 곳 또한 PC방이다.

실제로 A양은 “가출상태인 친구와 둘이 함께 PC방에서 채팅사이트 △△클럽 등의 메신저를 켜놓자 수많은 창이 떴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며 "(남자는) 우리가 가출청소년임을 확인하더니 지금 있는 위치를 물어왔다. 위치를 알려주자 그 남자도 근처에 있다며 만나서 드라이브를 시켜주고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유혹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쪽지를 받고 처음엔 좀 두려웠다는 A양은 “계속 치근거리면 채팅창을 저장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이내 무시했으나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친구는 그 사람을 만나러갔다”고 전했다. 이후 친구로부터 온 연락에 따르면 상대방은 20대의 남자로, 만나자마자 밥과 술을 사주고 곧바로 모텔로 자신을 데려갔고, 놀란 친구는 모텔을 뛰쳐나왔다.

기자가 이들을 취재하면서 이들의 채팅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양은 “온라인 채팅은 우리에게 산소와 같다. 진짜 친구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이자 새로운 가출 청소년을 만나게 해주는 다리 같은 곳이다”며 “가출청소년의 안락한 쉼터 같은 공간이다”고 PC방 예찬론을 폈다.

B군 역시 “(가출 청소년들의)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가출 후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노래방, 당구장 등에서 담배피고 술 마시는 사진을 찍어 올리면 다른 가출 청소년들이 보고 댓글을 달거나 부러워한다. 우리들만의 소통 공간을 만들어 주는 곳이 PC방이다”고 덧붙였다.
 

손쉽게 돈 벌려는 심리로 ‘범죄’ 일삼아

가출한 이 후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편안히 먹고 잘 수 없는 것이다”고 꼽았다.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가출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범죄의 수렁에 빠져든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A양은 “집에서 막 가출을 했을 때는 조금의 돈을 들고 나오니까 며칠 동안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며 “돈이 떨어져 갈 때면 집에 돌아가서 다시 돈을 가져올지, 아니면 손쉽게 (절도 등으로) 돈을 마련할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A양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의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 한다고. 이어 A양과 B군은 자신이 만난 가출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번은 가출한 애들끼리 채팅으로 만난 적이 있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많이 친해졌는데 그 와중에 C양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D양을 폭행한 적이 있다. 함께 있던 가출청소년들도 다 같이 D양 폭행에 가담했다. 지속적으로 범죄를 일으킨 C양은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다. 현재 (C양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A양과 B군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에게 취객은 더도 없는 먹잇감이다.

실제로 B군은 “가출한 아이들 10명이 안산에서 모였다. 함께 걷는데 한 취객이 길가에 쓰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홉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이 그 사람 지갑과 옷을 훔쳤다. 그 날 그 사람에게서 230만원이 터졌다(나왔다)”고 설명했다.

돈 갈취에 대해 묻자 B군은 “예전에는 간혹 길거리에서 돈을 뺏은 적은 있다. 그러나 별로 큰돈이 나오지 않아 요즘에는 안 쓰는 수법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A양의 말은 달랐다. 그녀는 “그것도 지역과 사람 수에 따라 다르다. 수원 같은 경우, 단체로 모여 있는 가출청소년들에게 걸리면 그들에게 다 줘야한다. 지갑, 돈, 시계, 액세서리, 하다못해 교통카드에 머리핀까지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또 A양은 “예전에는 또래 아이들의 돈을 뺏었는데 1만원도 안 나온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돈을 뺏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등학생 또래의 남자애들이 7~8명 정도 몰려다니면서 20대 남자한테 돈을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반항해도 몸집이 다 큰 남자애들이 때리면서 달라고 하면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A양은 덧붙였다. 그렇게 갈취해서 얻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 때마다 다르다. 분명한 것은 한 번 가출청소년에게 걸리면 10원짜리 하나라도 다 털린다. 멀리서보면 남학생들에게 빙 둘러싸인 상태로 ‘퍽퍽’ 맞는 소리와 욕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이렇듯 갈취 및 폭행을 하기 위해 가출청소년들은 개인보다는 단체로 무리지어 다닌다고.

B군은 “2~3명의 소수 단위나 5명 이상의 대단위로 몰려다닌다. 그들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온라인 채팅이나 가출카페 등을 통해서다”고 전했다.

B군에 따르면 그들이 그룹을 모집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가출청소년쉼터 공략’이다. 갈취나 폭행 등을 위해 몇 명이 더 필요할 경우, 가출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쉼터를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B군이 만난 적이 있는 한 가출청소년은 위장잠입의 형태로 일부러 한 쉼터에 들어가 몰래 세 명의 아이들을 끌고 나왔다고 한다. B군에 따르면 이들은 함께 다니면서 더욱 손쉽게 절도나 폭행, 갈취 등의 행위를 일삼고 다녔다.
 

“어른들이 10대 범죄 조장해”

A양은 “가출해서 다니다보면 성매매를 요구하는 아저씨들이 많다. 오히려 우리들이 그건 더럽고 불결하다고 안 하는 편이다”며 “절도나 폭력, 갈취, (또래 간의) 성관계는 해도 성매매를 하고자하는 가출청소년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PC방에서 놀고 있으면 주변에 치근거리는 아저씨들이 꽤 있다. 그럴 경우 ‘자꾸 그러면 신고한다’고 윽박지르거나 PC방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제야 도망간다”고 A양은 말했다.

또 그녀는 “오히려 (가출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만약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면 ‘걸레’라면서 낙인찍히는 문화인데 아저씨들이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하던 중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를 하루에 어느 정도 피우느냐고 묻자 B군은 “담배는 있으면 피고, 술은 있으면 마시는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0대 신분에 술담배를 공급(?) 받기가 힘들지 않냐는 기자에게 “늙어 보이는 애들만 친구로 두면 간단하다”고 말했다.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편의점이나 슈퍼 등에서 술담배를 구입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B군은 “지난주에 순천대학교 근처 술집에서 소주 8병, 맥주 2병을 먹었다”고 말했다. 술집 출입이 가능했냐는 질문에 “21살의 대학생이라고 말했다. 딱 ‘20살’이라고 하면 10대가 거짓말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통 민증(주민등록증) 확인은 별로 안하고 술을 판다”면서 “우리는 술을 먹을 수 있고 사장님(술집)은 장사가 되니까 서로 좋은 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또 “간혹 다소 어려보이는 애들은 신분증을 위조하곤 한다. 요즘에는 민증을 위조하면 티가 나고 어른들이 상세히 볼 확률이 커서 위험하다. 그래서 (대학교)학생증을 뽀려서(훔쳐서) 사진만 바꿔서 들고 다닌다”고 B군은 전했다.

그렇게 만든 학생증을 목에 걸고 편의점에 들어가면 담배나 술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A양은 “학생증에 사진만 바꾸면 걸리기 쉬우니 그 안에 글씨를 새로 새기기도 한다”고 한술 더 떴다.
A양은 "가출 이후 만난 가출청소년끼리 술을 먹고 모텔에서 잔적도 많다"고 남녀 혼숙 사실을 털어놨다.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출입 금지인 모텔에 들어가도 모텔 주인이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고.

A양은 “한 번은 가출한 친구들인 남자 두 명, 여자 한 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 다들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모텔로 들어갔는데 돈이 충분치 않았다. 넷이서 한 방을 빌리려고 했더니 처음으로 모텔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며 거짓말하고 ‘조용히 있을 테니 방 하나만 달라’고 보챘더니 금세 방을 내주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모텔 주인은 그들의 연령을 끝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온라인 채팅 범죄의 온상 전락”

한편, 늘어가는 10대 청소년과 그에 따른 범죄에 대해 경찰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절도, 성매매, 갈취, 차 절도 등 계속되는 그들의 범죄에 대해 경찰이 ‘가출’에 대한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같은 경우는 아직 자아 형성 등의 성장과정이 남은 상태이기에 가출을 하면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하고, “특히 그들에게는 ‘먹고 자는 문제’가 가장 힘들기에 그것을 쉽게 빠져나오기 위해서 재워주거나 돈을 준다는 성인 범죄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예전의 가출청소년들은 거의 술집 등에서 일해 돈을 벌었지만 요즘에는 무분별한 온라인 채팅을 통해 일종의 범죄 조직을 만들거나 성매매 등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10대 청소년 범죄가 시간이 갈수록 흉포화 되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10대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는 차원에서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계나 사이버수사대에서 카페나 온라인 채팅 사이트 등에 회원으로 가입해 가출청소년들에게 접근한다”며 “이를 통해 가출청소년을 노리는 성인범죄자들을 많이 검거했고, 많은 청소년들을 집에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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