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극비 만남 의제’는 이것?

대선 경선 공정한 관리, 4대강 사업 등 국정 협조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중임제’ 허심탄회 ‘대화’
박 전 대표 남북경색 타개 위해 ‘대북특사’ 제안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두 사람간의 대화 내용이 일체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과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무성한 추측이 나돌면서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차기 대선 경선, 개헌, 박 전 대표의 대북 특사 등 몇 가지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했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여러 번의 만남 뒤 뒷말이 나왔던 경우와는 달리 이번에는 잡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진영이 이번 회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그간의 불편함을 떨어내고 무슨 ‘모종의 대화’를 나눴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 둘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고, 대화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여권내 대선 주자 ‘부동의 1위’라는 사실에서 두 사람간 ‘밀담 주제’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다만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만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당내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같이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가 분석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회동의 성격은 종전이 아닌 휴전의 의미로 봐야 한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돌발적으로 깨질 수도 있다.”

 

두 사람 “정권 재창출
함께 노력” 공감대

 

이 과정에서 청와대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이번 대화를 좀더 상세히 전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언급했다”면서 “박 전 대표는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친서민 정책 등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선 경선과 관련 이 대통령은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해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박 전 대표에게 확실히 밝힌 걸로 안다”며 “이번 만남은 과거 어떤 회동보다도 성공적이었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구체적으로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털어놓고 어떤 공감대를 형성 했을까.
여기에 대해 정가에선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대화의 의제를 추측해 보고 있다.
우선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가 가장 우려할 수 있는 차기 대선 경선과 관련해 ‘확실한 중립’과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할 것을 분명히 각인시켜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 정권의 최대 국정 정책인 4대강 사업 등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며, 이에 두 사람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현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이루자는 의견에 공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청와대 한 관계자가 언급한 바 있지만 정가에서도 “이 부분이 적어도 이번 만남에 대해 서로가 만족하거나 이해가 가장 일치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최근 급격히 공론화가 되어가고 있는 ‘개헌’에 대해 서로 간 의중을 탐색하고 입장을 정리하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개헌과 관련해 그동안 친이계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친박계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이번 회동에서 이 같은 개헌에 대한 의제는 논의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정가 일각에선 “개헌은 1차적으로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록 친이계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친박계가 반대하는 이상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반대로 친박계 입장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성사시키기는 요원한 일이기에 두 사람간의 대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원만한 절충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박 전 대표의 대북 특사 제안 여부이다.
이 문제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예측하기 힘든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특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도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특사로 나서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기준 의원은 한 라디오 출연 “박 전 대표는 2000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국익을 위해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북 특사설은 야권 일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대북 전문가’로 불리는 장성민 전 의원은 “적임자”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장 전 의원은 한 방송에 나와 “몇 년 전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북측에서 상당히 관심 있게 봤었다”면서 “대북특사로 간다면 북측에서 지금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가 주변에선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특사를 제안했다면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어려운 한반도 정세상 매우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각 “회동 성과 오래
지속될 지는 미지수”

 

반면 이처럼 두 사람 회동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기류는 차갑다.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임기가 2년 반 남은 대통령이 민생 문제와 인사청문회를 두고 정권 재창출 운운한 건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비밀작전처럼 청와대에서 회동을 했다는데, 당 내부의 일이니 소통은 아니고 짝짜꿍은 되겠다”며 비꼬았다.
특히 정가 일부에선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의 성과가 오래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아직도 현 정권의 임기가 반이나 남아 있고, 대선도 2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어 그때까지 지금의 화해와 협력의 기류가 형성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 정가의 한 분석가는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면서 “실제로 두 사람의 이 같은 분위기를 깰 포탄은 곳곳에 널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분석가도 “이번 회동의 성격은 전쟁으로 말하면 종전이 아닌 휴전의 의미로 봐야 한다”면서 “휴전은 엉뚱한 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돌발적으로 깨질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밝힌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발언에 대해 친박계 진영에선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특임이 즉각 “대선 후보가 되면 돕겠다”는 뜻이라는 해명성 발언으로 점화는 되지 않았지만 친박계 측에선 예사롭지 않은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극비 회동’을 하고도 공식적인 언급이 없어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지만 향후 여권내 정치 판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두 사람 간 대화의 내용은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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