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 청문회 ‘비리 백화점’ 얼룩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호 장관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8.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문제와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리 청문회로 얼룩지게 됐다.

영남 인사들을 앞세워 국정 후반기를 운영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계획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인준동의안 처리 난항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로 주목 받았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자진 사퇴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청문회는 한 마디로 ‘거짓말 경연대회’였다”며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로 내세웠던 김태호 총리후보자 등 소위 ‘4+1’ 위장전입,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그리고 논문 표절을 한 사람은 지명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김태호 의혹 공세 속에 한나라당 내의 여론도 부정적인 기류로 바뀌었다. 남경필 의원은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이 한나라당에 있지만 국민의 시각과 여론을 무시하고 그냥 통과시킨다고 할 때 후폭풍이 두렵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최고위원 역시 “인사 청문회가 ‘죄송 청문회’ ‘거짓 청문회’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 후보자를 향해 “이명박 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이 공정한 사회인데, 거짓말을 한 분이 어떻게 국민을 대신하고 정부의 일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도 “총리 후보의 준법 태도와 자기관리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당이 감싸고 비호하면 한나라당 또한 그러하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수희, 이현동 위법
낙마 가능성 대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국적 문제와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8월23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국적 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해 울음을 터뜨렸다.

진 후보자의 딸은 미국 유학 중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나 국적 상실 이후에도 7차례에 걸쳐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온 것으로 앞서 밝혀진 바 있다.

이날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은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꼭 국적을 포기했어야만 했느냐”면서 “돌아오면 국적을 회복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진 후보자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다른 것은 몰라도 딸아이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석사논문 표절과 위장전입 의혹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정희 의원이 “왜 논문을 표절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여러 논문을 합치면 더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짧은 생각에서 했다”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2000년 11월 부인과 딸이 서울 서초동의 아파트로 전입 신고한 것과 관련, “위장 전입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면목이 없다”며 “뉘우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와 위법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관계자는 “총리 이외에 문제가 심각한 후보자 2, 3명 정도는 민심 수습 차원에서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총리 인준 표결 방침을 정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일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후보자들이 낙오하게 된다면 친정체제 강화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내각으로 정국을 주도하려던 이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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