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디자인 서울’의 참담한 실패를 보며...

“길바닥 파헤치는데 쏟는 예산 줄여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 둬야”

서울시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시가 추진 중이던 대형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의 민선 4기가 출범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증가한 부채 규모는 7조816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시 부채는 2006년 대비 2조992억 원(13.6%)이 증가했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 SH공사는 같은 기간 6조9901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발생해 50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이 같은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게 된 데는 은평뉴타운,마곡지구,동남권 유통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동시다발적인 무리한 추진과 9000억원 규모의 마곡 워터프런트 및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각종 전시성 개발 사업에 치중해온 결과다.
급기야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서울시는 지난 16일 '민선 5기 재정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이라는 응급처방전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대책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시의원들 조차 서울시가 시민들의 주머니를 짜서 불건전 재정을 채우려고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름 아닌 지하철 요금 인상안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하철 요금의 연내 인상 방침은 5시간 만에 번복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데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생활과 관련한 물가를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둘러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서울시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8일 열린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서울시 구청장 정책간담회' 자리는 서울시의 지난 8년 간 전시성 행정을 비판하는 성토의 장이 되었다.
이날 민주당 최규식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가 지난 8년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전시성 개발사업으로 빚더미에 오르더니, 뒤늦게 빚을 갚겠다며 전시성 행정을 중단한다고 나온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해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이 사업이 '자연'으로서 한강에 대한 비전을 결여하고 있으며, 서민적 합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년 간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다자인 시티라는 명목아래 거리의 노점상들을 몰아내고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해 서울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서울시를 빚더미에 올려놓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생계의 터전에서 쫓겨난 노점상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한 결과가 결국 엄청난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 문제는 이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충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불황으로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물가가 급등하고 있고 공공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될 처지에 놓여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 부실 재정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오세훈 시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 당장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안일한 임기웅변 식 대응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서울시민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이번 기회에 절실이 깨닫았으면 한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정책의 오류를 솔직하게 밝히고, 개발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이제는 길바닥 파헤치는데 쏟는 예산을 줄여 시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