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잠룡'들 대권 레이스 시동 朴 vs 친이계 '6룡' 폭풍전야

2012년 대권을 향한 여권내 친이계 ‘잠룡’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여권내 ‘부동의 주자’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에 눌렸던 이들 ‘잠룡’들이 용솟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이번에 단행된 김태호 국무총리 파격 내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유는 김 내정자가 올해 48세로 차기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수 있는 ‘세대교체론’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차기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이미 무한경쟁으로 돌입해가고 있는 여권내 차기 대권과 관련된 향후 대선 시나리오를 전격 관측해 본다.


여권내 대선 레이스가 벌써부터 시동을 건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미 여권내에선 ‘지지도 1위’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가 기존의 주자군에 올라 있다.
또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뒤집고 3위를 차지한 나경원 최고위원, 젊은 개혁 인사로 대변되는 원희룡 사무총장까지 후보군에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재보선 승리 뒤 특임 장관까지 더해져 더욱 화려히 돌아온 ‘정권의 2인자’ 이재오 의원, 그리고 이번 개각의 ‘최대 하이라이트’이면서 ‘세대교체론’을 몰고온 김태호 총리 내정자까지 가세해 여권의 주자군은 모두 ‘7룡’으로 늘어났다.

바야흐로 2012년 대권을 향한 여권내 무한 경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잠룡’들 움직임 빨라질 수밖에 없는 속내

그렇다면 이처럼 여권의 친이계 ‘잠룡’들의 부상이 빨라지고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 집권당 시절의 대선 일정을 돌이켜 보면 대체로 대통령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차기를 향한 ‘잠룡’들이 부상하면서 이때부터 경주가 시작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 여권내 이들 ‘잠룡’들은 청와대의 임기가 아직 반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차기를 향한 ‘용트림’을 할 기세로 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가에선 대체적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은 친이계와 친박계 즉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립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집권자의 임기가 반이 넘으면 차기를 이를 후계에 대한 고뇌가 서서히 다가온다”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표가 비록 대선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대통령과 아직까지 신뢰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친이계 ‘잠룡’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차기 주자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정치권의 오래 된 말을 음미해 볼 때 이들 ‘잠룡’들의 급부상은 사실상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여권의 확실한 차기 주자라는 믿음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 친이계 ‘잠룡’들의 비상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다른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즉 하반기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될 ‘개헌 문제’와 이들 ‘잠룡’들의 급부상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분석가는 “친이계가 주장하는 ‘분권형 개헌’과 이를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최후의 결전장은 국민 여론일 것”이라면서 “이같은 국민 여론의 대결장에서 설득력 있는 이슈를 내세우고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친이계 여러 주자의 부상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어떠한 경우든 차기를 향한 이들 친이계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속내에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견제 관계’ 속에서 연유되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 행보 관련 4가지 ‘압축된 그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친박계 진영에서 “친이계 ‘잠룡’들을 내세워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작 꿈틀대는 이들 ‘잠룡’들에 대응할 어떠한 행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정가에선 향후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점차 쏠리고 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과연 박 전 대표가 내놓을 ‘비장한 카드’가 무엇인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가 일부에선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 4가지로 압축된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첫 번째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그림이다.

정가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같이 신당 창당이 가능한 이유는 친박계 진영이 원내교섭 단체 교섭단체 구성 요건 20석이 훨씬 상회하는 의원들의 수가 있다”며 “가깝게는 개헌이 중대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멀게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시기와 룰’ 싸움이 분수령이 될 경우 창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여야의 대선 구도가 모호해지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대선’이 되면서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여의도 정가에선 때이른 친박계 40여명의 탈당 소문이 나돌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나기도 했다.

두 번째 그림은 박 전 대표가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과 ‘대립과 불신관계’에 있지만 결국 이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을 통해 여권내 대선 주자로 자연스럽게 선출되는 방안이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김영삼 대통령이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초기 긴장 관계에 있었지만 나중에 두 사람 관계가 회복되면서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대권을 거머쥔 케이스와 일맥상통한다.

세 번째는 박 전 대표가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세론’과 ‘지지도’를 내세워 현 정권의 ‘레임덕’이 고개를 들면 슬며시 ‘미래 정권’에 줄을 서려는 친이계 일부를 포섭하여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그림은 지난 김영삼 정권 시절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YS와 끝까지 맞서며 대권 후보를 쟁취했던 내용과 흐름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는 박 대표로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는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창출할 수는 없지만, ‘미래 권력’을 방해할 수는 있다”는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이회창 후보를 향해 “독불 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로 강한 견제수를 두었으며, 이후 자신의 직계인 이인제가 탈당해 제3후보로 출마 이 후보는 본선에서 민주당 김대중 대통령에게 패하게 된다.

마지막 그림은 박 전 대표가 친이계와의 화해와 관계없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답게 끝까지 당에 남아 대선 경선에 임한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는 지난 민주당 김대중 대통령 시절 당시 유력 차기 주자로 부상됐던 이인제 후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많은 밑그림이다.

당시 이인제 후보도 ‘대세론’과 ‘국민 지지도’를 앞세워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선이 시작되자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이인제 대 노무현, 정동영, 김근태, 한화갑 구도로 싸우게 됐고, 이들의 집중적인 저격과 견제로 마침내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로 내리막 길을 걸으며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이에 비춰 볼 때 박 전 대표도 당내 경선으로 TV 토론이 벌어지면 ‘박근혜 대 친이계 잠룡’ 대결 구도가 되면서 이들의 집중적인 견제와 포화를 이겨내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정가 한 분석가는 “지금 거론되는 친이계 잠룡들 중 나경원 의원이 끝까지 경선에 나설 경우 박 전 대표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만만치 않은 나 의원과 ‘지지도 1위’ 박 전 대표의 뜨거운 설전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분석가는 “2012년 겨울 대선에 앞서 총선이 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총선 이후에 경선이 시작된다면 친박계가 이미 공천에서 대거 탈락될 수 있어 이같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8.8 개각’으로 젊은 김태호 총리가 내정되어 여권내 친이계 후보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에 반대편에 서 있는 ‘부동의 주자’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이들과 어떤 관계 속에 향후 대선 판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