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앞둔 3인방 당권경쟁 가열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7·28 재보선 패배에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당내 차기 당권과 대권구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선두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번 재보선 패배로 입지가 흔들려 비주류 쇄신연대에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특히 빅3중 한명인 정동영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선거캠프를 가동시키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이번 전당대회를 대권으로 가는 길목으로 평가하는 만큼 이들 3인방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丁, 대표사퇴로 당 혼란 잠재우고 연임도전

7·28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초 지방선거 승리와 야권의 악재를 등에 업고 무난한 승리를 예견했었다. 그러나 7·28재보선에서 5곳을 여권에 내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당 내 혼란이 가속되고 있다.

비주류 쇄신연대는 선거 패배에 대해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면서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 역시 선거 패배에 대한 재편성이 불가피한만큼 총사퇴를 표명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됐고, 주로 계파색이 옅은 중립적 인사들로 채워졌다. 당 지도부 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위한 주도권을 두고 급속히 가열되고 있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대표직 사퇴와 함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며 연임 의지를 내비쳤다. 정 대표는 성명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2번의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이번 7.28 재보선은 패배했다. 당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 국민을 위해, 어떤 비전과 자세로 일 해야 할지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해 9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 연임에 도전할 뜻임을 밝혔다.

정 대표는 당분간 내부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출마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전대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핵심 측근은 출마 시점에 대해 “전대준비위원회가 잘 운영돼 전대 룰이 만들어지는 때 선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이 1~2%에 머물 만큼 대권 주자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2년1개월 동안 선거에서 세 번 승리하며 민주당의 지지율을 10%대에서 25~30%까지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고 있다. 만약 이번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그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단 한 번의 패배가 그의 입지를 흔들었다. 차기 당권을 향한 정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반이 살아있는 만큼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면 돌파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민주당의 정치노선에 대해 언급했다. 이것은 대표직을 사퇴하고 정치인으로서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이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갈 시점”이라며 “힘과 지혜를 모아 희망을 만들어가는 민주당으로 거듭나는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작년 이맘때에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걱정을 했고 지난해 이맘때는 미디어법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버려가면서 싸웠다”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이번 7·28 재보선의 어려움을 닷새 만에 수습할 정도의 기초체력을 갖춘 정당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쌓은 노력과 성과, 그리고 체력을 바탕으로 2012년에 꼭 정권탈환의 희망을 만드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며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대표가 ‘지도부 총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면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鄭, 담대한 진보 주장하며 당권 도전 의사 밝혀

이번 재보선 패배는 민주당의 악재로 평가 받고 있지만 정동영 의원으로서는 기회를 맞게 됐다. 그간 주류세력의 선거 연승으로 복당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던 정 의원과 비주류세력에게 이번 재보선 패배는 부활의 신호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선거패배 이후 당내 문제에 대해서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패배 이후 비주류 쇄신연대가 당 지도부를 맹비난하고 나섰지만 수장격인 정 의원은 외곽을 돌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정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주류를 대변하는 정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자마자 공세에 나서면 ‘당의 패배를 기다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 뻔 하기 때문에 자중하는 것”이고 “지도부 거취가 일단락되면 바로 전대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정치적 노선을 정돈하고 국민과의 소통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하면 된다”며 “이제 당의 진로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당 노선과 이념을 선명하게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정 의원은 당권 도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제2기 민주정권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지시한 민주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민주대연합’을 펼쳐야 한다”며 “지금부터 2012년 대선을 준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큰 정치를 하라는 전북도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도민의 바람을 살펴서 앞으로 큰 정치를 하겠다”고 거듭 밝혀 당권 도전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정 의원의 최대 강점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당내기반이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도 그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하는 후보자들이 많았고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대선 후보를 거치면서 닦은 비주류 측 기반도 견고하다. 정 의원도 이 같은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주력해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정치권에 불고 있는 트위터 열풍에 정 의원이 선두에 있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단점으로는 친노·386인사들과의 불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최재성 의원이 정 의원의 참여정부 시절 정치 행보에 대해서 꼬집으며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 의원은 “참여정부의 사실상 황태자였던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배신의 화살을 날렸다”며 “그리고 대통령 후보가 돼 떨어졌고, 많은 사람이 전주 보궐 선거 출마를 만류했지만 탈당하면서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정 의원의 핵심 슬로건이 ‘친노 386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머리를 조아렸고 상주를 자임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원이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친노세력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왔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차기 당권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와 복당 이후 불거진 당내 부정적 여론도 정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어 전당대회를 앞둔 그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孫, 전당대회 앞두고 거듭 장고

민주당 빅3중 한명인 손학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아직 미지수다.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과 다르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의 속내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러나 주변 동향을 살펴보면 손 전 대표는 출마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하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손 전 대표를 돕겠다고 나섰고 박양수 전 의원이 조직책으로 가세했다. 손 전 대표의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출마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대의원 여론뿐만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서도 앞서고 있어 대중적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백리서치>에 따르면 1~2일 1천200명을 상대로 ARS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2%포인트), ‘당의 변화와 쇄신을 잘 실천할 대표’로 손학규 후보가 30.9%로 1위를 차지했다. 16.2%로 2위를 차지한 정동영 의원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손 전 대표가 출마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 측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장고 끝에 여의도 복귀가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 측근들은 국회 앞 빌딩에 캠프 사무실까지 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지인은 4일 “우리도 헷갈리고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손 전 대표의 침묵에 대해 “확실한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당 대표를 사퇴했지만 정세균 대표의 영향력과 비주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에 비해 손 전 대표의 당 내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 당권 후보 측 인사는 “7·28 재보선 패배로 인한 기대감 때문에 지지도가 상승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꺼질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출마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아직 장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출마를 위한 복귀가 임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하면서 “복귀하면 지난 2년간 춘천에서 칩거한 결과물을 내놓고 정책적 노선과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시기에 대해선 “다른 분들과 비슷한 시기에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당대표 선출 방식 등 전대 룰이 정해질 때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민주당 빅3로 불리는 丁-鄭-孫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중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어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