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출신 정진석 의원 정무수석 인선 ‘촉각’

국무총리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로 불거진 ‘영포라인’ 사태가 여권내 ‘권력투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청와대가 전당대회 직후 예상되었던 수석급들을 교체하는 인적쇄신을 앞서 단행했다.
당초 이 같은 청와대 참모진 인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여권내 ‘권력 투쟁’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권력 누수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왔다”면서 “이를 서둘러 차단하고 전당대회 결과에 관계없는 인사를 선택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른 쪽에도 “전당대회 직후 단행하려던 수석급 인사를 앞서 발표한 것은 이번 사태가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 파장이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수습 국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과연 그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포라인’ 사태는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인적쇄신에 따른 정치권 기상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이를 종합 점검해 본다.

‘영포라인’ 사태 여권
‘권력 암투’로 비화

먼저 ‘민간인 사찰’로 촉발된 일부 권력 실세들의 ‘국정 농단’ 논란 이른바 ‘영포라인’ 사태의 발단은 친이계 핵심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의 언급에서부터 비롯됐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2년전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영포라인’ 등의 문제를 ‘여의도 정가 무대’에 공식 올려 놓았다.
그러자 친이계 내부의 한 의원은 “등에 칼을 꽂는 구태정치”라고 정 의원에 반격했다.
특히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인사 개입 문제 등과 관련된 자료를 국무총리실 관련자가 민주당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공자의 실명을 밝혀 파문을 불러왔다.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이 ‘영포라인’ 논란을 거쳐 친이계간의 ‘권력 암투’ 양상으로 비화되고, 여기에 친박계가 끼여 들어 실명을 거론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이에 쇄신파도 가만 있지 않았다.
김성식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면 권력투쟁과 계파싸움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운명의 정두언·이성헌 후보는 하고 싶은 과제를 초계파 쇄신 대표인 나에게 맡겨 달라”며 전당대회에서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권이 ‘영포라인’ 사태를 둘러싸고 계파간 난타전이 벌어진 사이 민주당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를 위해 민주장은 ‘영포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책회의를 갖고 수십 여건의 민간인 사찰 의혹, 선진국민연대와 영포라인의 인사개입 및 직권남용 의혹, 이번 사건의 피해 사례, 관련자들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영포라인-선진국민연대’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정무위 등 5개 상임위 소집을 한나라당에 요구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의 원성 대상이자 국정농단의 주동자 영포라인의 책임자를 즉각 도려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영포라인의 기업인사 개입문제를 본격 제기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천정배 의원도 “영포회 문제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라면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진실을 규명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영포게이트진상조사특위’ 신 건 위원장은 이성헌 의원의 주장과 관련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친박계측이 친이계측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포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여권의 내분을 즐기면서 은근히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시 정두언 의원이 나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이성헌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외롭게 투쟁해 왔다”며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 후보의 폭로가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반면 이상득 의원은 “작년 6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대국민 약속을 지켜왔다”면서 “영포회가 무슨 범죄 집단처럼 취급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결국 ‘영포라인’ 사태가 여야간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의 계파별 대결 혹은 같은 계파이지만 ‘권력 투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격한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면 전환 청와대 수석급 인사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번 조직개편과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에 이어 이번에는 주요 수석급을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수석급 인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불과 대회 하루 전에 이뤄져 더욱 관심사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영포라인’ 사태가 민심의 이반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에서의 대의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서 이같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른 정가 주변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인사가 이뤄질 경우에는 결과에 따라 인사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단행된 정책실장에 백용호 국세청장, 정무수석에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사회통합수석에 박인주 평생교육진흥원장, 대변인에 17대 국회의원 출신의 김희정 인터넷진흥원장을 각각 내정 한데 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맡게 될 정진석 정무수석 인선에 대한 배경이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정 수석의 인선이 발표되자 그동안 ‘4대강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을 집무실에 내걸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이를 전격 철거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정가에선 “충청권 출신인 정 수석이 지난 야당 시절에는 이회창 대표와도 통하는 사이였다”면서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 선진당, 미래연합, 국민중심당 등 보수세력이 연합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보수정권의 창출이 어려워진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해야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대목 정치권 한 분석가도 “다른 수석 인사들 보다는 정치적 역할이 많은 정 수석의 인선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서 “지난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이후 솔솔이 나오는 ‘보수대연합론’과 정 수석의 인선이 맥락을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마침내 이번 청와대 수석 인사는 대외적으로는 ‘영포라인’ 사태에서 탈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의 성격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그간 일부에서 거론됐던 ‘보수대연합론’을 실현하기 위한 수순이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노골적 여권
계파 갈등 부채질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이번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색깔없는 인사, 쇄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우 대변인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청와대로 자리만 옮긴 것”이라면서 “정권 실패의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분들을 청와대로 끌어온 것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영포라인’과 관련 이상득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그렇다면 민간인 사찰이 범죄가 아니냐. 내용을 알고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세종시 법안 처리 부결이후 다시 여권의 갈등이 최고점에 달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여권의 계파의 대립을 더욱 노골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가 일부에서도 비록 청와대가 국면 전환 차원에서 이번에 수석급 인사를 단행하고 이어 개각으로 이어진다 해도 ‘영포라인’ 사태 같은 형태가 또 나온다면 야권의 공세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더 거칠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해 정가 한 분석가는 “여권이 이미 친이계와 친박계가 완전 균열된 상태이기에 이번 ‘영포라인’ 사태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현 권력이 반환점을 돌아 임기말에 점점 다가갈수록 이 같은 형태의 ‘내부 포로전’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결국 이번 ‘영포라인’으로 촉발된 여권 내부의 폭로전은 차기 대권을 향한 계파간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질수록 다른 형태로 또 다시 드러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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