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범죄 '폭력 잔혹성' 심화, 무엇이 문제인가?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최근 10대 범행이 흉악범죄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폭력성과 잔혹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폭행과 성폭력은 물론 살인에 시체 유기까지 범행 수법이 성인범죄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 범죄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초등학생이 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10대들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직원을 흉기로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 서울의 한 10대 무리는 친구를 사흘 동안 때려 숨지게 하고 시체 유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 충격을 더했다. 10대 범죄가 심상치 않은 상태임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10대 범죄가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변해가는 것일까? <시사신문>은 지난 13일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를 만나 10대 범죄의 현주소와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대검찰청이 2009년 청소년 범죄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자 중 절도, 사기, 손괴 등의 재산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가 약 4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살인, 강도, 폭력, 상해 등의 강력범죄자는 3만7000명에 달했다.

과거 절도나 손괴 등의 재산 범죄에 그쳤던 10대 범행에서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검찰자료에 따르면 10대의 재산범죄 중 재범자 비율이 38.4%인 것에 반해 살인, 강도, 강간 등의 강력범죄자들의 재범자 비율은 86.2%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10대 범죄 분석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그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10대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국가적 관심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흉악범 급증

"현재 흉악범으로 일컬어지는 범죄자들 중 이미 10대 때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 물론 다수의 10대 범죄 소년들이 1회로 범죄를 끝낼 가능성이 높고, 그 중 일부만 범죄자로 성장한다. 따라서 10대 범죄자 중 누가 평생 지속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성인 범죄보다 10대 범죄는 '청소년기'라는 특징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생각이 미성숙하고 성인들처럼 법 규제를 다 아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성폭행’이라는 범죄에 대해서 성인들은 성적인 부분은 사적 행위로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단독범죄가 많은 것에 반해 10대는 성에 대한 인지가 미성숙해서 집단적인 윤간 형식의 범죄가 더 자주 일어난다는 것.

이 교수는 "성범죄의 단면을 보더라도 청소년들은 상당부분 분위기나 또래 집단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강력 범죄 등을 저지르기 쉽다"고 지적했다. 단독 의사 결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성인범죄자와 순간적인 충동이나 기분, 주변의 영향에 의해 범죄를 일으키는 10대 범죄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10대 범죄자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연 '미성숙'이라고 꼽았다. 즉 범죄 결과에 대해 예견을 못한다는 것.

그는 "10대 범죄자는 자신이 범죄를 일으키면 후회를 해도 돌이킬 수 없고, 자신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성숙한 이해도는 10대와 성인 범죄자 간에 차이가 있지만 범죄 양상에 대해서는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살인 등의 범죄만 보면 범죄자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10대 범죄자는 미성년을 보호해주자는 취지로 중대하게 보지 않을 뿐이지 범죄를 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다."
 

“10년 전에 이미 자초한 것”

전국 10여 곳 중구금 시설 재소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재범 위험성을 조사했던 이 교수는 10대 범죄자를 만나본 경험도 다수 있다고 했다. 그 안에는 10대 연쇄 강간범 등 어른 못지않은 청소년 범죄자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겨울에 윤간 사건을 일으켰다. 범행 직 후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하는 바람에 저체온증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만들어 결국 윤간범에 살인범까지 되어버린 사건이다. 그 때 당시 전국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 사이로 윤간사건이 하나의 유행인 듯 번져나갔다. 지금은 이러한 사건들이 초교 고학년들에게서 주로 나오고 있어 범죄의 저연령화가 번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 교수는 최근 10대 범죄의 특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 10대 범죄는 유흥비 등을 벌기 위해 절도를 반복하다가 강도에 이르는 범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10대 범죄는 성폭력 사건이 잦아지고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 또한 많이 양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범죄를 처음 저지르는 10대 범죄자들의 연령이 초등학생 등으로 굉장히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자아이들도 폭력 범죄 등에 연루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성폭력 사건에서 여학생들이 뒤에서 사주하는 등 가히 충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년 전보다 지금 10대 범죄의 재범률이 약 2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즉 한 번 범죄에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2배라는 것.

이 교수는 과거와 달라진 ‘환경의 영향’을 10대 범죄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대의 아이들이 미성숙한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미성숙함이 범죄의 이유로 치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 및 양육 환경 등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90년대 IMF를 경험하면서 빈곤층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양육의 부담감이었다. 당시 이혼도 많이 하는 추세였고 이에 따라 아이들은 위탁시설에 맡겨졌다. 그 당시 그렇게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위탁시설로 내몰린 아이들이 현재 10대가 된 것이다. 10대의 재범률이 증가한다는 것은 양육 환경의 결핍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학교의 방만한 학습 환경을 10대 범죄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아이들에게 훈육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함으로써 교실에서 버젓이 범죄가 일어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태어나 초기에는 부모가 훈육을, 후에는 학교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한 훈육의 결과로 인간은 준법시민이 되는데 현재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그에 대해 상당한 결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학교가 인성 등 훈육의 의무를 포기하고 있어 자신의 본능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10대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90년대 아이들은 IMF 등으로 부모에게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못하고 학교 폭력이 만연했던 교내에서 지내야했다는 심각성을 인지해 그 때 근본적으로 고쳤더라면 지금 10대 범죄의 범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는 피해자의 고통만 조명하여 개인의 불행으로 덮었다. 사회적으로 확실한 정책을 통해 학교 폭력을 제어해야겠다는 의지는 결핍된 것이었다.”

이 교수는 “이와 더불어 10대 범죄의 촉매 역할을 한 것이 인터넷”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현재 연령 제한을 두었다하지만 실질적으로 10대 아이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온라인 영상물 등에는 폭력적이고 성적인 코드가 많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선별해야할 이유가 없다. 결국 억제 조절 등의 능력이 부재한 아이들이 성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경찰이 청소년 범죄 조장?

이 교수는 일부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들에서 현재 10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 비판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현재로써 큰 의미가 없다”면서 “수위를 높여봤자 10대 교도소 출소자들만 양성할 뿐이다. 다시 사회로 돌아온 그 아이들을 제대로 껴안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전무해서 오히려 낙인찍히는 아이들로서는 남은 인생동안 범죄나 더 생각하도록 그 가능성만 열어주는 꼴”이라고 현행 10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 소년 사법 시스템이 관대하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만 10대 범죄의 총체적인 대안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뿐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소년 사법 체제는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형벌의 형태가 아닌 교육의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돈을 더 많이 들여서라도 복지제도와 연계하여 아이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을 주어야한다. 단순히 나쁜 10대 범죄자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소년원에 묶어놓고 스스로 개선하길 바라는 것보다 보호관찰소나 교육 기관에 일주일에 2번 이상 교육을 듣도록 법적으로 강요하는 등의 근본적인 교육을 시켜줘야지 않겠는가.”

현재 10대 범죄자의 60%가 모든 사법 기관으로부터 훈방 조치되고 있다. 단지 미성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소년원에 가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경찰서에 7~8번 입건된 적 있어 이미 비행력이 많이 발전된 아이들이다. 결국 어리다는 이유로 훈방됐던 과거의 전적으로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결국 범죄가 습성화된 그들에게서 개선되려는 의지는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출소한 아이들끼리 범죄 조직을 다시 만드는 등 악성 간염이 되는 경우도 많다. 즉 소년원 같은 시설 수용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으나 그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결국 형사처벌로 만 끝낼 것이 아니라 신경과 치료나 병원 입원, 부모와 함께 받는 근본적인 교육 혹은 부모로부터의 친권 박탈 등 파격적인 처우나 방안들을 구축하여 집행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10대 범죄를 방만하게 다루고 있는 사회 환경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 등이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현재의 10대 범죄가 성장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사회에서 손을 놓다보니 10대 범죄에 대해 상당부분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고 혹평했다.

사건 속성으로 볼 때, 성인보다 10대는 기억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긴급성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주의력 결핍을 보이는 비행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지른 그 당시에 즉각 혼내지 않으면 쉽게 범죄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10대 범죄자들은 매일같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몇 개월 후에 범죄 처분을 받게 되면 어떤 범죄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서 10대 범죄자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검·경찰 및 법원 등의 민첩지 않은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사건이 터지면 민첩하게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데 그동안의 검·경찰 등이 보여준 행태는 전시적인 법령만 잔뜩 통과시키고 있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수많은 범죄건 중에 소년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 등의 각 부서가 협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 다양한 범죄를 겪어봤고, 그에 대한 분석 등을 해오면서 그가 느낀 것은 관련 기관들의 10대 범죄 사건에 대한 안일한 반응들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10대 범죄가 일어나면 각 기관들은 중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건이 터지면 먼저 경찰에서 3~4개월 동안 수사하다가 검찰로 넘어간다. 검찰에서는 기소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법원으로 넘긴다. 결국 법원에서 최소 1~2달 정도의 시간이 걸려 결과가 나오다보니, 하나의 사건이 종결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10대 범죄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시간을 놓치고 범죄의 습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10대 범죄가 발생했을 때 곧장 법원으로 인계하여 수사 등의 시간을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을 직접 검찰 등에게 줄곧 해왔던 이 교수였지만 아직까지 변화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는 “10대 범죄가 만연하고 갈수록 더 엉망이 되는 것은 그들을 처벌하는 중간 절차에서 지연되는 것이 시간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열악한 사회화 과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검찰 등의 기관에서는 법령만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10년 전에도 문제가 됐던 처벌 절차 수준이 변하지 않고 있어 궁극적인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이 교수는 “이대로는 대책이 없다”며 강도 있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건이 터지면 당장 재판을 통해 교육 등의 처벌을 하고, 이 사실을 학교 등 주변에 알려줘야 한다. 민감하고 발 빠른 정부기관의 대응으로 범죄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아이들도 범죄의 끔찍함과 위협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과거 절도 등이 중심이 되었던 10대 범죄가 현재는 성폭력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대로 궁극적인 대책이 없이 지나가면 10대 범죄 양상은 살인 사건으로 변질 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부모와 학교, 각 시설 및 기관 등이 제대로 된 교육 방침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10대 범죄의 만연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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