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 치료는 안중에 없고 직업재활로 돈 벌려는 꾀만 부려”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기획인터뷰 국립부곡병원 조성남 원장

“마약 중독 치료, 1년 이상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적”

 

마약 중독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특히 급성중독 상태가 되면 몸과 정신 등에 모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조차 힘들다. 결국 이들에게는 마약류에 중독되기 이전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가능케 하는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활을 원하는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직업재활을 통해 돈을 벌려는 생각에 기초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아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마약 중독 재활 치료 관계자들은 재활 치료 단계를 확실히만 따른다면 재발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를 중심으로 각종 쉼터나 재활 센터, 병원 등이 재활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래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인해 마약 중독자가 자진 입원하는 경우 신원 비밀 보장은 물론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을 제공하게 되어 자진입원자의 수가 늘어났다. 또한 지난 2006년에는 이 법률이 개정돼 법원이 마약사범에게 집행 유예 선고를 하면서 입원 치료를 받는 조치를 함께 취함으로써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문이 더 열린 셈이다.
이에 <시사신문>은 마약중독자들의 치료 및 재활을 행해왔던 국립부곡병원 조성남 원장을 만나 마약 중독 재활의 현황과 재활 교육 및 치료에 대해 들어보았다.

 

- 마약을 투약하면 신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 마약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하게 하여 순간적인 쾌감을 맛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파민을 파괴하여 결국 도파민 결핍을 유도한다. 여기서 도파민은 생각(사고력)과 즐거움(쾌감)에 주로 관여하는 것이다. 이 도파민이 순간적으로 증가하면 쾌감을 느끼지만 과도해지면 정신병을 유발하게 되어 피해망상과 관계방상, 환청 등의 정신분열병과 같은 증상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급성중독 상태에서 살인이나 폭력, 자살 등의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남용을 지속하면 결국에는 도파민이 고갈되어 마약을 투여해도 배출될 도파민이 부족하므로 내성이 생겨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 쾌감 등의 정서를 느낄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다시 마약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재발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된다.
- 마약의 지속력은 어느 정도인가.
▲ 마약투여로 고갈되었던 도파민이 정상적이 상태로 복귀하는데 최소한 1년6개월 정도의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자들은 최소한 1년6개월 이상 절대적으로 약을 끊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재발은 대개 1년 이내에 일어나게 되므로 최소한 1년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마약을 투약하고, 중독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나.
▲ 처음부터 중독이 되고자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의 기분을 잊지 못해 반복하다가 결국 내성이 생겨 투약하는 양과 횟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심각한 상태에 다다를 때까지도 중독됐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된다. 결국에는 가족과 친구들과 멀어지고, 건강과 직장도 잃고, 사회에서 도태되며, 나중에는 즐거움을 위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참지 못해 재발하게 되는 경우가 된다. 대부분의 중독자는 모든 것을 잃고 맨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가 돼서야 후회를 하며 단약하기를 원하지만 그 때는 너무 늦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이다.
- 평소 행동이나 성격 등을 통해서 마약 중독자의 특징을 구분할 수 있나.
▲ 한 연구에 따르면 오랫동안 마약을 투약하게 되면 뇌 속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파괴되어 성격의 변화가 오게 된다고 밝혀진 바 있다. 또한 주로 감정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쉽게 흥분하는 성격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결과도 포함한다. 이와 더불어 불법행위인 마약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는 습관이 생겨 편집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되는 성향이 생긴다.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생활로 인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며, 불규칙적인 생활로 변하게 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 마약 중독 치료에 있어 중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 마약에 무력했다는 것에 대해 시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야 한다. 또한 상당부분 심리적인 경향이 관련되어 있는 마약 중독은 혼자의 의지로 극복하기보다는 주위의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여 함께 회복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나온 과거를 반성할 줄 알며 반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고 뚜렷한 건강한 목표를 설정하여 지속적인 훈련을 요한다. 치료의 과정은 1~2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하는 것이므로 단약자 조모임(N.A.;Narcotics Anonymous)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약 중독 치료 및 재활의 종류와 그 특징은.
▲ 치료는 세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단약동기강화치료로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절실히 깨달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치료는 단약에 대한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규칙적인 생활과 책임감 있고 정직한 생활을 훈련하여 보람된 인생을 찾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치료는 이후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으로 자조모임에 참여하며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또한 이중 진단된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와 신체적 합병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재활치료는 직업재활뿐 아니라 가정의 회복을 위한 가족재활과 취미생할 등 사회적응을 위한 사회재활도 필요한 것이다.
-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 장소로 어떤 곳이 있나.
▲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기본적인 치료를 받아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한 후에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재활치료는 병원뿐 아니라 중간처우시설인 쉼터나 재활센터에서 가능하며, 집에서도 주말병동(주중에는 집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병원이나 센터에서 지내는 방법) 등을 통하여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現 국립부곡병원을 비롯한 전국 11개 치료보호지정병원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송천재활센터,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여성쉼터),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실제 국립부곡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중독자의 현황은 어떻게 되며, 재활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가.
▲ 치료는 5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독단계를 시작으로 일정 과정을 수료하면 다음단계로 넘어가 관심단계, 노력단계, 적응단계를 거쳐 자율단계로 시행하게 된다. (빠르면 5주 정도 지나면 가능함). 재활치료는 소위 밤 병동으로, 낮에는 사회에서 일을 하거나 가정에서 지내고 저녁에 병원으로 귀원하는 것이 있다. 특히 귀원 시, 알코올검사와 약물에 대한 소변검사를 실시하여 음성이 나와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50여명의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며 이 중 약 40%가 재활치료 중이다. 모든 환자들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재활치료를 쉬며 교육과 자조모임에 참여하여야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 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재활 치료를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 것 같은데.
▲ 마약전과 5범으로 필로폰에 중독되어 20여년 이상을 고생을 하던 A씨. 그는 교도소에서 단약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보호제도를 알게 되어 본원에 자진 입원하였으며, 치료적 공동체를 통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 새로운 인생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1년 이상 직업재활을 한 후에 퇴원하였으며, 현재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현재 부산자조모임을 만들어 이끌고 있으며, 원광디지털대학교 약물재활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다. 또한 일본 NA와 함께 올 11월초에 한일NA 컨벤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산에 약물중독재활센터를 만들기 위해 일본 NA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 마약중독에 대한 완벽한 치료가 가능한가.
▲ 마약을 끊기는 쉽지만 단약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므로 치료는 평생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식이요법과 운동, 외래치료 등을 통해 평생관리하면서 일반인보다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마약중독치료도 평생 동안 관리하는 질환인 것. 이를 통해 인생의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전제된다면 성공적인 치료가 될 것이다.
- 마약중독 치료에 대한 tip을 의학전문가로서 제안한다면.
▲ 모든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듯이 마약 중독도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아무리 늦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한 정신과적 질환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욱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취재/양민제 기자

minje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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