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손학규, ‘주류가 떨고 있다?’

민주당 ‘당권 경쟁’ 판도 대변화 예고

김효석 “이번 지도부 임기 공천권 없는 2011년말까지”
주류와 비주류간의 격한 대립 속 어떤 선택 할지 촉각

민주당 전당대회가 8월말경으로 예정된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가 수면위로 떠올라 ‘당권 경쟁’ 판도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손 전 대표가 2년여의 ‘춘천 칩거’ 생활을 완전 청산하고 7월15일경에 여의도 정치 무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손 전 대표가 여의도로 복귀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이번 전대는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이 맞붙는 ‘초대형 게임’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손 전 대표의 당권 출마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지금까지 ‘칩거와 장고’를 거듭해 왔던 그의 스타일상 일단은 여의도 복귀 후 재보선 등과 맞물린 정국 정세를 판단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손학규’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전격 진단해 본다.

‘여의도 행보’ 비주류로 약간 ‘갸우뚱’

정가에선 지금까지 손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의 소식을 알려온 상당수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출마를 선언한 비주류측이라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손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와서 정치적 행보의 무게 중심을 비주류측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간 손 전 대표측 일각에서 주류측과의 ‘연합설’을 간간히 흘려왔다는 점에서 손 전 대표가 비주류와 연대할 경우 전당대회 선거판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이같은 비주류와의 연대 가능성은 손 전 대표를 접촉한 비주류측 인사들의 발언 분위기에서 조심스레 읽혀지고 있다.
우선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비주류 박주선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 “그는 우리당의 보배인 것이 틀림없고 전당대회에도 필요한 인물”이라면서 “손 전 대표도 당연히 전대 출마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전대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최고는 그러면서 “당이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든 당에 힘을 보태겠다. 그게 당원의 도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비주류 핵심인 천정배 의원 역시 손 전 대표와의 접촉 결과를 알리며 전대 출마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만나서 여러 가지 당을 걱정하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가 마지막 기회다. 손 대표께서도 쇄신에 동참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 전 대표가 즉답은 피했지만 전당대회가 당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쪽으로 무게는 더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지방선거에서부터 공개적으로 손 전 대표와 가깝게 지내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박 대표는 “손 전 대표를 만나보니 상당히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서 “말은 안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구하는 것을 보니 출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던졌다.
이처럼 손 전 대표를 만나고 온 인사들은 한결같이 손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비주류 당권 주자들은 손 전 대표에게 ‘당 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연대 기류’를 흘리며 전당대회 출마를 적극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가에선 비주류 인사들의 이같은 손 전 대표와의 연대 움직임의 이면에는 다른 계산법이 깔려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대목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의 지지 기반 상당수가 주류측하고 겹치고 있다”면서 “출마를 할 경우 비주류가 단일화에 성공하여 주류-손학규-비주류 ‘3각 구도’가 형성되면 승리는 비주류 후보에게 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손 전 대표의 출마가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대권-당권 분리’ 식이면 연대할까

그래서 비주류 일각에서 손 전 대표를 확실히 끌어드릴 ‘모종의 카드’를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즉 ‘당권-대권 분리론’이 그것이다.
이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승리자의 임기가 2년이므로 다가오는 2012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은 물론이고 그 여세를 몰아 그해 12월에 치러지는 대선 후보로도 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당권-대권’으로 분리하자는 논리이다.
이같은 얘기는 비주류이지만 수도권 출신으로 손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안민석 의원이 사견임을 전제로 거론했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대권은 손학규, 당권은 정동영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권파가 다시 주도권을 쥐는 건 민주당으로서는 재앙”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안 의원은 손 전 대표와의 연대설에 대해선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쇄신파와 연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손 전 대표의 출마 결정 시기와 관련 “1주일내에 구체적으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는 안 의원의 말의 핵심은 비주류측과의 연대 조건이 당권과 대권의 분리이며 손 전 대표 자신이 대권을 맡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민주당 내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번에는 차기 지도부의 임기를 2011년 말까지로 하고 2012년 1월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자는 파격적인 주장이 터져 나왔다.
이런 주장은 중립파로 분류되는 김효석 의원이 펼쳤다.
그는 “전당대회가 ‘공천권을 갖느냐, 못 갖느냐’의 잔혹한 권력 싸움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또 “지도체제나 경선방식에 관한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집권에 도움이 되는가를 판단해야 된다”면서 “공천권을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가 아닌 차차기 지도부로 넘기자”고 톤을 높였다.
김 의원은 특히 “이렇게 된다면 당권과 대권은 자연스럽게 분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의 이런 제안이 민주당 내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내달 전당대회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보선 뒤 출마 여부 결정 가능성

때문에 손 전 대표가 여의도에 복귀한 이후에도 저간의 민주당 사정을 감안할 때 전대 출마의 여부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오는 28일 전국에서 실시되는 즉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재보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손 전 대표가 돌아오더라도 당분간은 재보선의 승리를 위해 전국을 돌면서 민심을 탐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목 손 전 대표측은 “손 전 대표가 여의도 오면 우선 재보선 승리를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그 이후에 결정할 문제”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결국 2년간 ‘춘천 거사’로 불렸던 손 전 대표가 여의도 정치 무대로의 완전 복귀한 뒤 당권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간의 격한 대립 속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는 지금의 국면이다.

취재/임완택 기자

st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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