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업무상횡령 유죄 인정한 원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임직원이 판공비의 사용내역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업무상횡령’으로 추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P(51)씨는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2003년 1월부터 2005년 7월 사이 조합자금을 판공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다음 개인용도로 쓰는 등 조합자금 4억7873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조귀장 판사는 2007년 1월,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8형사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2007년 8월 P씨에게 “여전히 불법적인 관행을 내세우며 그다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P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P씨의 업무상횡령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직원이 판공비 등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판공비가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지출됐다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됐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고, 그 입증 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음은 법리상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조합의 정관에는 판공비의 사용대상, 목적, 지출 방법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사용 후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지 않고 있다”며 “단지 피고인이 판공비의 행방이나 구체적인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 사용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횡령으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판공비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추단한 원심 판결에는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 및 횡령행위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는 만큼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취재/신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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