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 윤흥희 교수, “생활고에 시달리는 탈북자들 급증 마약 밀수에 손 대…일부는 불법 인지하지 못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밀수 나서”

[시사포커스=양민제기자] 지난 달 23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2009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2008년에 비해 약 20%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대마 등을 밀수, 밀매, 밀조 등으로 적발된 케이스가 많았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모든 분야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전체 재범률은 33.8%를 기록했다.

이처럼 마약류범죄의 재범과 마약사범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약류의 종류가 다양화추세에 있고, 일부는 온라인이나 휴대폰 등을 통해 거래되면서 관계 당국이 마약류 범죄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들 중에서 마약 사범들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힘겨운 생활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착금 부족 및 미취업 등으로 인한 금전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이 외에도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냉대, 문화 환경의 적응 부족 등으로 인한 소외감이 마약범죄에 바져들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일선 마약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 마약류를 쉽게 접하고 사용해본 경험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사신문>은 지난 7일 윤흥희 교수(동남경찰서 형사과 형사1팀장)를 만나 탈북자들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내의 마약범죄 실태와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 한성대 윤흥희 교수(동남경찰서 형사과 형사1팀장)

- 마약의 종류가 상당히 광범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약은 종류별로 구분을 한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나?
▲ 구분하는 방식은 다양하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분류하자면 총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양귀비나 아편, 코카엽 등의 '마약'으로 마약류 남용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향정신성의약품’인데, 인체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남용할 경우 의존성으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약물이다. 우리나라 고유 마약류로 불리는 필로폰이나 북한의 빙두, 아이스, 총탄 등이 속한다. 마지막 분류인 '대마'의 경우 육체적 의존성과 정신적 의존성, 내성 등이 다른 마약분류에 비해 거의 없다고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만성 사용자는 정신적 의존성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 이것의 합법화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신종 마약'은 사용상의 불편을 크게 개선해 주로 알약 형태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수사기관에 적발된 신종마약은 MDMA(메틸디옥시메스암페타민), 야바, 분불납명편(살 빼는 약) 등 6~7 종에 이른다.
마약의 위해성은 크게 환시, 환청, 환우, 환촉이다. 마약을 지속적으로 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며, 생각하고 싶은 것만 머리에서 맴돌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한 마약범죄자는 거미가 자신의 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음에도 여자친구의 손길로 착각한 사례도 있다.

- 마약의 종류만큼이나 범죄의 형태도 다양한데.
▲ 마약류 범죄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밀제조범죄', 공급책이 투약자에게 소분해서 판매하는 '공급판매', 실제 인체에 투약하는 행위인 '사용', 외국으로부터 반입하는 '밀수출입범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밀수출입범죄가 가장 큰 형량을 받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마약류범죄에 엄중한 편이어서 알선 보관 등 소지를 할 경우나 맛을 보기 위해 살짝 혀만 찍어 봐도 투약 사용했다는 범죄 행위가 적용된다. 또한 초범보다 재범인 경우 더 엄중한 처벌이 따른다. 국내에서는 학술연구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물 같은 것을 재배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 탈북자들의 마약류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가장 큰 원인은 탈북자들이 마약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왔을 때 정착금으로 받는 돈은 실질적으로 매우 적다. 또한 미취업 등으로 이들의 경제적인 궁핍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기 십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탈북자들이 중국 불법거래자, 교포 등을 상대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북한산 마약류를 국내 및 일본 등에 밀반입하면서 마약 범죄를 일으킨다.
탈북자들은 남한 주민들의 냉대, 국내 문화 환경의 부적응으로부터 오는 우울증, 심적 부담에서 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에 의존한다. 또한 의료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약류가 기초의약품으로 쓰이곤 했던 북한에서의 습관이 몸에 베여있어 남한에서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중 일부는 마약이 ‘범죄’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탈북자의 마약류 범죄현황에 대해 설명한다면.
▲ 현재까지는 주로 밀반입 방식의 범죄가 많다. 특히 탈북자들은 중국 등에서 마약을 유입하여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마약을 공급하고 있다. 탈북자들 간에 마약의 공급과 수요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랗다 보니 탈북자 마약범죄자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탈북자들에 의한 마약류 범죄 사건들 중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한다면.
▲ 실제 검거했던 탈북자 A씨는 국내로 들어오면서 경제적 궁핍과 한국의 사회, 문화에 대한 부적응,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약범죄를 저지른 케이스다. 무엇보다 큰돈을 벌고 싶었던 A씨는 브로커를 통해 북한의 빙두, 아이스, 총탄 등을 국내에 들여와 팔았다. 북한에서 재배된 마약을 중국의 조선족 등을 통해 싸게 공급받은 뒤 국내 탈북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수법이다. 이 사건에서 보 듯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경제난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다.

- 그렇다면 탈북자의 마약범죄와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마약범죄 간에 차이점이 있나?
▲ 탈북자 마약범죄의 화두는 단연 ‘돈’이다. 빙두, 아이스, 총탄 등의 북한산 마약은 중국 등에서 밀수되는 마약보다 순도가 매우 강한 편이다. 북한에서 재배한 필로폰은 약 1~2만원을 투자해 500g을 제조할 수 있으며, 제조된 500g의 필로폰은 국내에서 약 16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긴다. 싼 가격으로 강한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북한 및 중국에서 제조하고 국내에서 유통하는 격의 새로운 마약 밀수 루트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싼 가격에 높은 순도를 자랑하는 북한산 마약의 특징으로 국내 수요자의 급증을 유발하여 국내 마약범죄율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마약 범죄 현황에서 탈북자 관련 마약범죄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현재 탈북자의 범죄를 포함한 국내 마약류범죄의 현황은.
▲ 1년에 마약 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약 1만 명 이상이며, 국내 마약 투약자들은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또한 지속적으로 확산,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마약류가 들어오게 된 경위는 80~90년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의 개방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과 해외 사업체들이 국내에 유입되면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신종마약 같은 경우는 외국인 강사들의 몫이 컸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외에서 접해왔던 대마초나 엑스터시, 야바 등의 마약류를 가져왔다. 특히 서유럽 쪽은 대마초에 대해 유해성이 없다는 이유로 합법적 사용을 인정하곤 한다. 이것을 습관들인 일부 외국인들은 한국의 마약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오해해 마약범죄에 일으키곤 한다. 특히 이들로 인해 마약에 쉽게 접하면서 국내의 청소년이나 학생 등이 호기심으로 마약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탈북자를 비롯해 국내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탈북자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주원인들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정착금 등에 허덕이지 않게 해야 하는 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거에는 3000만 원이었던 국가지원금이 현재는 평균 1900만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 정착하기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또한 한국에서 이탈주민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경력과 학력을 파악하지 않고 취업 시키는 바람에 이른바 3D업종에 탈북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탈북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국내 물가상승 등을 반영해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정착금을 지원해줘야 한다.
또한 탈북자들의 대다수는 국내 마약 법률을 잘 몰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탈북자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하나원에서 보통 3개월 정도 교육을 받는데, 마약이나 형사 범죄에 대한 교육 등을 6개월 정도 더 연장해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남한 사회에 대한 맹목적 꿈을 갖고 있는 편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다. 어려운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큰 돌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마약 범죄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인식부터 고쳐주고 바르게 가르쳐주는 과정이 시급하다.

- 마약 사건이 발생하면 그 중심에는 조직폭력배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 실제 마약범죄에 조직폭력배들이 어느 정도 가담하고 있나?
▲ 기존에는 마약 범죄의 30%이상이 조직폭력배 등 범죄 집단이 차지하고 있었다. 즉 과거에는 전과자나 조직폭력배들이 마약 범죄에 많이 개입함으로써 (마약을) 싼 값으로 가져와 높은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하곤 했다. 그 이익으로 조직의 자금줄을 충당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마약 범죄로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 처벌이 엄하기 때문에 최근 조직폭력배 등은 마약에서 손을 떼고 있는 편이다. 범죄자 집단은 주식이나 합법적인 지하경제에 개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오히려 이들보다는 일반인들이 마약에 더 쉽게 다가가고, 공공연하게 마약을 하는 풍속으로 변화했다. 특히 요즘 일반인 층이 중국 등에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어 소량을 은닉하여 공항이나 항만을 통과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 최근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품에 마약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일반적으로 '공부 잘하게 만들어주는 약'으로 알려진 것은 원래 안정제 역할을 하는 약이다. 그러나 그것의 원래 취지가 사라지고, 안정시켜준다는 역할이 공부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된 것이다. 여느 마약도 순간적인 집중력을 쉽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이 약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용돼 마약의 유해성을 감추고, 강남의 학군가 주변으로 오남용 되고 있다.

- 일선에서 마약사범들을 검거하면서 겪었던 사건들 중 기억에 남는 마약 관련 일화가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
▲ 20대 여성이었던 A씨는 애인이 타 준 커피를 마셨을 뿐인데, 곧장 정신을 잃었다. 애인인 B씨가 커피에 필로폰을 넣어 강제로 A씨에게 투약한 것이다. 결국 환각 상태에 빠진 A씨에게 성행위를 한 B씨는 마약범죄와 성범죄를 모두 저지른 상태로 검거됐다.
40대 가정주부였던 C씨는 D씨와의 만남에서 맥주나 커피 등을 마시게 됐다. 이는 마약전과자였던 D씨가 음료 속에 마약을 넣은 상태로 권한 것이어서 자연스레 C씨는 마약을 취한 것이다. 상습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투약했던 C씨는 그 후 자신이 마약을 취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스스로 정맥주사 등으로 마약을 투약했다. 결국 검거된 그녀는 가정 파괴로 이어지는 파멸의 길을 걸었다.
북한에서 대위였던 E씨는 귀순하여 구로동 지역에서 유흥업소를 경영하면서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해왔다. 오랜 시간 마약을 취한 E씨는 결국 필로폰의 환각 상태가 매우 심각해져서 자신의 자녀에게 흉기로 위협해 인질로 삼기까지 했다. 당시 E씨는 경찰과 대치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갔었다. 경찰과의 격투 끝에 검거된 E씨는 유흥업소와 마약 거래 등으로 경제난을 벗어나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이미 마약에 중독돼 지속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외국에서 밀반입하여 항공이나 공항에서 검거되는 사례도 많은데, 행정봉투나 약통 등에 은닉해서 반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굴비 속에 필로폰을 숨기거나 화장품, 장뇌삼, 양초, 장애인 목발, 곡식 등 기상천외한 물건 속에 숨겨오는 경우도 모두 검거한 사례들이다. 이렇듯 항만이나 공항에서의 검색이 심해지자 콘돔 속에 마약 3g을 넣어 그대로 먹고 국내에 도착하게 되면 배변을 통해 밀반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배변을 보기 전 몸 안에서 터져버리는 경우 즉사할 가능성이 대부분이다.

- 최근 마약류가 유통되는 루트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나? 또 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장소와 지역은 어떤 곳인가.
▲ 최근 마약범죄가 교수, 학생 등 일반인들이 마약을 취급하고 유통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 큰 문제다. 은밀했던 범죄가 점점 더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적인 분위기 속에서 근래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직접 거래가 이루어져 온라인에 대한 단속도 더욱 철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택배, 기차 화물, 오토바이 거래 등 그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강남, 이태원, 신촌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클럽, 유흥가 등의 장소에서 신종 마약 사용 범죄가 들끓고 있어, 이곳을 마약범죄의 트라이앵글로 간주하고 집중조사와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