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권력이 뭐라고…

요즘 정치권이 시끄럽다. 바람 잘 날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여의도뿐 아니라 청와대와 관가까지 권력암투에 휩싸이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시작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포항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목우회’와 이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인사·국정 개입 의혹이 더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여권 내부 권력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정황과 주장이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반기를 맞아 ‘남은 권력’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여권 실세들이 다투기 시작한 것이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의 시작이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작은 권력을 서로 누리겠다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고 ‘권력내부의 추악한 암투’라면 “애들 불장난이 산불이 됐다”는 한 여권 인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이 너무나 커져 버렸다. 특히,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자중하고 쇄신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보여야 할 때에 권력다툼을 일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권을 향한 일말의 희망마저 빼앗고 있다.
이 같은 다툼을 질타하고 바로 잡아야 할 야당의 태도도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여권의 폭로전에 ‘기회는 이 때’라며 동참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정보’를 주고 “같이 싸우자”고 했다며 ‘분열의 씨앗’에 물을 주고 햇빛을 쬐게 하고 있다.
결국 여야를 가리지 않게 된 이번 논란에는 ‘법’까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명예훼손을 운운한 고발장이 검찰로 날아들었고, 명예훼손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진실’이 가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폭로’가 더해지고 상대방의 아픈 곳들을 헤집어 놓을 지 모를 일이다. 또한 정치권의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를 연상케 하는 작태를 지켜봐야 할 국민의 마음은 또 얼마나 쓰릴지,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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